어머니는 죽어서 달이 되었다
바람에게도 가지 않고
길 밖에도 가지 않고,
어머니는 달이 되어
나와 함께 긴 밤을 멀리 걸었다.
―감태준(1947∼ )
“당신을 사모합니다.” 이런 고전적인 고백에서의 ‘사모’와 사모곡의 ‘사모’는 서로 다른 단어다. 사모곡(思母曲)은 그냥 사랑 노래가 아니라, 딱 ‘어머니’에게만 한정해서 바치는 노래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이가 얼마나 많았던지 이제 사모곡은 하나의 유형처럼 여겨진다. 사모곡이라는 제목의 시만 모아도 시집 몇 권은 족히 만들 수 있을 정도다.
맨 처음, 고려가사 ‘사모곡’이 등장했을 때에는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추모곡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지금 사모곡이라고 하면 대개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의 그리움을 담고 있다. 그래서 사모곡을 읽고 나면 가슴이 미어지도록 슬프기 마련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사모곡은 슬픈 시만은 아니다. 이건 어머니에게 사랑받았던 사람만이 쓸 수 있고 사랑하는 어머니를 가졌던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복된 시다. 사모곡을 쓰면서 가슴을 치고, 사모곡을 읽으면서 눈물을 훔치는 사람에게는 사랑의 시기가 분명 있었다. 그에게는 아직도 사랑의 기억이 남아 있다는 말이다.
‘더 글로리’의 주인공 문동은 같은 이에게는 이런 시를 읽고 떠올릴 사람이 없다. 어머니가 살아서도 나를 지켜줬고 죽어서도 나를 지켜준다는 말을 믿지 못하는 이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니까 사모곡이 꼭 내 이야기 같다면 상실의 슬픔보다 사랑의 감사를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