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 김잠복

 

 

매 한마리가 한 덩어리의 고기를 사냥해 물고 하늘로 날아 올랐다. 주변의 뭇 새들이 다투어 매 를 쫒았다. 허공을 날아오른 뭇 새들이 매가 물고 있는 고기를 빼앗기 위한 싸움이 벌어졌다. 매는 이 상황을 견지 못해 결국 고깃덩어리를 땅에 떨어뜨리고 만다. 그러자 일제히 주변 새들은 고기를 햐앟여 낙하하였다. 그중 날렵한 새 한 마리가 그 고깃덩어리를 다시 물고 하늘로 날아 오르자 다시 새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고기는 이새에서 저 새로 저 새에서 이 새로 옮겨지며 허공은 온통 싸움판이 벌이지고 있었다. 이걸 지켜보던 매는 길게 안도의 숨을 쉬었다.

"아, 고깃덩어리를 버리고 나니 이렇게 마음이 편한 걸, 이렇게 평화로운 걸, 푸른 하늘이 온통 내 것인 것을...."

불교 경전 '본생경'에 나오는 우화다.

그렇다. 어쩌면 우리네 삶도 한 덩어리의 고기를 서로 빼앗고 빼앗기는 날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고기를 향해 싸우는 마음의 고통은 모두 욕심에서 오는 갈등이다. 더 많은 재산과 권력과 명예와 그 무엇을 가지기 위해 온갖 애를 쓰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채워도 부족해서 오는 마음이 욕심이다. 욕심이 과하면 근심을 낳고 재앙을 불러오기도 한다.

나는 한때 부동산 일에 몸담았었다. 지인의 사무실에서 부동산 일을 배우게 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잘 된 일이었던 것 같다. 개인의 재산과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직접 간접으로 경험해 볼 기회가 된것은 다행한 일이었다.천성적으로 무슨 일을 하면 설렁설렁한 성격이 못 되던 나는 집중적으로 안테나를 세우고 일에 뛰어들었다.

일을 배우기 시작한 지 일 년여쯤 되었을까. 전국이 아파트 붐이 일기 시작했다. 기존 주택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편리한 아파트 생활로 관심이 옮겨진 것이다. 국내 아파트 건설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눈과 귀는 분양 시장으로 몰렸다.

아파트 시장이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집 한 채를 분양받고 나면 기대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집 한채가 황금알을 낳는 도깨비방망이었다. 최초로 당첨된 이는 하루아침에 행운의 고깃덩어리를 입에 문 주인공이 되고 그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불어났다. 날마다 분양 시장을 고깃덩어리를 가진 이와 갖고자 하는 이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터가 되었다.

땅값도 덩달아 흥분된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대단지 아파트 건설업체가 부지 확보에 나서면서 땅값이 신들린듯 널뛰기를 했다.

돈 많은 부자가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고기도 먹어본 이가 더 잘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한 번 부동산으로 재미를 본 부자들이 눈알을 굴리고 설쳤다. 나는 그들 틈에서 적당히 흥정을 도우는 거간꾼이었다. 나는 거래에 적당한 추임새를 넣어주는 일에 정성을 다했다. 거래가 성사되고 나면 적당히 고기 맛을 볼수 있긴했지만, 늘 간질났던 것이다. 틈 만 나면 큰 고깃덩어리를 동경하며 안테나를 바짝 세웠다

돈을 싫어하는 이가 어디 있으랴. 돈이 되는 곳이라면 사람들은 신호등도 무시한 채 앞만 보고 달려갔다. 하물며 슬리퍼 차림으로 장바구니를 든 주부도 분양시장을 찾는다는 신종어가 나도는 판이었다.

나는 팔을 단단히 걷어붙였다. 고기를 잡으려면 고기 무리를 알고 그물을 던져야 했다. 고기가 더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 동가식서가숙 하는 날이 늘어났다. 생각이 대범해졌다. 더 큰 고기를 얻으려고 미끼나 장비를 갖추고 현장을 찾아나섰다. 힘을 다해 얻은 고기는 조금씩 부피가 늘어나고 있었다. 때마다 조금씩 부피났고 그때마다 더 큰고기를 물고 우아하게 날아보리란 마음이었다. 욕심은 야심으로 변했다. 날로 부동산 시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그걸 지켜보던 정부에서 중대한 대책을 내놓았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빼야한다며 '부동산 실거래 신고제'를 대문짝 만하게 발표한 거였다.

전국은 된서리가 내려 앉았다. 후끈 거리던 온돌방이 아루가 다르게 냉골로 변해갔다. 땀 흘려 모아 둔 고깃덩어리가 공중분해 될 판이었다. 애간장이 다 녹아내렸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사라져 가는 고기만큼이나 내안의 나를 비워내야 했다.

부동산 일을 내려놓기로 했다. 더는 내 것이 아닌 남의 고기는 안중에 두지 말자고 심중을 굳혔다. 공중을 비행하는 대신 편안한 땅을 밟자는 쪽이었다.

인간의 욕심을 끝이없다. 욕심을 버리고 나니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마음을 바꾸니 감미로운 바람이 불어와 주고 별이나 나비가 눈에 들어왔다. 길가에 핀 야생화가 말을 걸어오고 숲을 찾으면 새들이 반겼다.

돈이 많으면 좋겠지만, 결코 행복이 돈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차차 알아졌다. 빈 그릇에서 맑은 소리가 나는 원리는 모르는 이가 없다.

세상에는 돈 이 없어 불편하고 어렵게 살아가는 이가 부지기수일 것이다. 개인만 잘 살겠다고 눈을 부라린다면 그렇지 못한 이는 자연히 피해를 보기 마련이다. 텃밭을 가꾸면 흙을 사랑하는 오부로 지내는 요즈음 어떤 부자도 부럽지 않다. 내가 사는 집 한 칸마져도 잠시 사용하다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가야 할 물건 일진데 무에 그리 안달복달할 일인가 싶다.

김수환 추기경의 삶,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지켜보면서 많은 이들은 가슴에 울림을 받았을 것이다. 그분들은 아무 것을 가진것이 없었어도 부자로 살면서 많은 이들에게 비움의 미덕을 몸소 보이셨다.

아직은 비움을 흉내 내지못하고 있는 내 삶이지만, 생의 마침표를 찍는 날, 장미꽃 한 송이로 충분한 마무리를 하고싶다.

마침,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백 년도 살지 못할 인생, 천년을 살 것처럼.."리라는 유행가 가사를 콧노래로 따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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