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동의하듯이 인간은 서로 평등하게 태어났다. 변종이 생겨나기 전 각종 동물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빼어난 인물이 됐을 때 하는 표현인데, 요즘은 소위 '흙수저' '금수저' 같은 용어가 등장하면서 종종 '개천에서 용 못 난다'는 말을 많이 하기도 하죠.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를 자조적으로 표현한 거예요.
예나 지금이나 사회적 불평등은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문제 중 하나인데요. 260년도 더 전에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있어요. '인간 불평등 기원론'<사진> '에밀' '사회계약론' 등을 쓴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1712~1778)예요. 그중 1755년 출간된 '인간 불평등 기원론'은 불평등의 기원이 사유재산 제도에 있다는 내용인데요. "프랑스 대혁명의 사상적 기반"이자 "18세기 가장 혁명적인 저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랍니다.
루소는 서문에서 '인간은 서로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단언해요. 그가 생각한 인간의 가장 이상적인 환경은 원시적인 자연 상태인데, 그곳에서 인간은 모두 평등한 존재라는 거예요. 자기 보존 본능만 있는 자연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하지만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평등한 인간들의 관계가 조금씩 어긋났어요. 집단으로 생활하게 되자 사람들은 하나둘 자기 이익을 챙겼죠. 소유에 대한 욕망도 폭발했습니다. 사유재산은 그렇게 탄생했고, 농업과 야금술이 발전하면서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켰어요.
인간이 함께 살면서 각종 제도도 생겨났는데, 루소는 이 같은 제도가 인간 사이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해요. 힘 있는 사람이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강화하기 위해 '법'과 '정치 제도'를 만들었다는 거예요. 그렇게 계약에 의한 여러가지 불평등이 등장해요. 부자와 가난한 자, 주인과 노예 상태가 제도화되고 불평등의 악순환은 계속돼요. 루소는 선하게 태어난 인간이 이익을 탐하도록 만든 건, 결국 우리가 만들어 낸 온갖 사회제도 탓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루소의 말처럼 '사회를 파괴하고 네 것과 내 것을 없애고 숲속으로 다시 돌아가 곰과 함께 살아야' 할까요? 사실 이 책에서는 이렇다 할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않아요. 하지만 루소는 인간의 탐욕이 불평등을 낳았지만, 여전히 인간을 신뢰해야 한다고 말해요. 현대 사회에서 불평등 현상이 한층 더 심각해지자 나라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어요. 루소는 불평등을 해결할 열쇠를 우리가 쥐고 있다며 "당신들의 태곳적 최초의 순수를 되찾으십시오"라고 강조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