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황선생 와이드 철학논술
▲ 황인술 논설위원 © 독서신문
[독서신문] Ⅰ. 생각해보기
1. 찰스 디킨스 생애
찰스는 영국의 포츠머스에서 해군 경리국의 하급 관리였던 존 디킨스와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 배로의 여덟 아이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찰스가 다섯 살일 때, 가족은 캐담(Chatham)으로 이사했다. 그리고 그가 열 살일 때, 가족은 다시 런던의 캄덴으로 이사했다.
사립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아버지가 채무 관계로 감옥에 가게 된다. 12살 때 런던에 있는 구두약 공장에서 하루 10시간 노동을 하게 된다. 경제관념이 부족한 존 디킨스로 인해 가세가 점점 기울어 디킨스는 돈을 벌기 위해 구두약 공장에 견습공으로 취직하여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해야 했다. 이때 디킨스는 큰 상처를 받았으며, 자서전적 소설 『데이비드 코퍼필드』(1849∼1850)에 노동자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고통과 좌절이 잘 나타나 있다.
찰스는 1828년 법원 속기사를 거쳐 신문사 속기 기자가 되었다. 이후 그는 여러 신문사에 글을 기고하게 되는데, 1834년 「아침 신문」 의회 담당 기자가 되어 처음으로 ‘보즈’라는 필명으로 런던의 삶에 대한 여러 편의 글을 발표했고, 1835년 조지 호가스가 편집인인 「저녁 신문」에 「런던 풍경」 등 여러 글을 기고했다. 디킨스는 조지 호가스와 인연을 맺으면서 그의 딸인 캐서린과 결혼하게 되고, 처제인 메리를 데리고 첼시에 정착하는데, 메리가 1837년에 갑작스러운 병으로 죽자 충격을 받는다. 순수했던 메리에 대한 그리움은 『골동품 가게』(1840∼1841)에서 어린 넬로 재현된다.
소설로 돈을 벌었지만 가정적으로 행복하지 못했다. 결국 과로로 인해 『에드윈 드루드 수수께끼』를 완성하지 못하고, 1870년 58세 나이로 개즈 힐에서 숨을 거둔다. 이후 디킨스는 웨스트민스터 사원 시인 묘역에 안장되었다.
그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 있다.
He was a sympathiser to the poor, the suffering, and the oppressed; and by his death, one of England's greatest writers is lost to the world.
그는 가난하고 고통 받고 박해 받는 자들의 사정을 이해하고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도움을 베풀었으며 그의 죽음으로 인해 영국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작가 하나를 잃었다.
디킨스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듣고 노동자들은 주막에서 “우리 친구가 죽었다”고 울부짖었다 한다. 디킨스 사망 소식에 당시 신문과 잡지들은 며칠 동안 그의 일대기로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한 신문 부고는 디킨스의 소설이 갖는 시대적 의미를 보여준다.
디킨스 소설은 그날 토픽이었다. 그의 소설은 정치나 뉴스와 거의 흡사하게 보였다. 마치 그게 문학에 속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사건인 것처럼.
2. 작품세계
찰스 존 허펌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 1812년 2월 7일 ~ 1870년 6월 9일)는 빅토리아 시대에 활동한 영국 소설가로 화가 시모어의 만화를 위해 쓰기 시작한 희곡 소설 『픽위크 클럽』을 분책(分冊)으로 출판하여 유명해졌다. 특히 가난한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이고, 사회 악습에 반격을 가하면서 사회에 대한 실제 일들의 묘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완성했다. 후기 소설에는 초기의 넘치는 풍자는 약해졌으나, 구성의 치밀함과 사회 비평의 심화는 주목할 만하다. 그의 작품으로 자전적 요소가 짙은 『데이비드 커퍼필드』, 『위대한 유산』 등을 비롯 『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럴』, 『두 도시의 이야기』 등이 있다.
그의 사후에 출판된 책으로는 『주 예수 생애』가 있는데, 예수 그리스도를 신앙 대상이 아닌, 본받음 대상으로 따르려고 하고 있다. 그의 자녀들에게 그리스도에 대해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쓴 책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그의 대표적인 소설이며 자서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Little Dorrit』은 신랄한 풍자로 이루어진 명작이다.
디킨스의 소설들은 사회적인 기록을 작품으로 옮긴 것들이었다. 그는 빅토리아 시대의 빈곤과 사회 계층에 대한 신랄한 비평가였다. 디킨스는 세상에서 탈출하는 한 수단으로 연극에 매료되었고, 이러한 연극과 연극인에 대한 그의 태도는 『니콜라스 니클비』에 녹아 있다. 디킨스 자신도 자신의 작품의 장면들을 대중들 앞에서 매우 자주 낭독하여 연출가로서의 역량을 보여 주었다. 그는 공연 투어를 통해 영국 전역과 미국을 널리 여행했다.
또한 디킨스 작품 스타일은 현란하고 시적이다. 영국 귀족주의 속물근성에 대한 그의 풍자 — 그는 그의 작품 속에서 그러한 인물을 “고귀한 냉장고”라고 부른 바 있다 — 는 사악할 정도로 익살맞다.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 중 몇몇은 괴기스럽기까지 하여, 그의 작품 중에는 유령이 등장하거나, 유령 이야기가 나열되는 작품들도 있다.
그와 동시대 작가 중 몇몇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관점에서 볼 때 그의 작품들 중 몇 가지는 반유대주의로 비판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올리버 트위스트』 패긴이라는 인물은 메부리코와 탐욕스러운 눈을 가진 전형적인 유대인으로 묘사되어 있다. 물론 디킨스가 홀로코스트가 일어나기 이전의 사회에 살았음은 기억해두어야 한다. 그리고 단지 드라마틱한 효과를 위해서 그러한 인물을 설정했다는 것에도 일견 타당성이 있다.
그의 전 작품을 통해, 디킨스는 보통 사람들에 대한 공감을 유지하고, 상류사회에 대한 회의를 간직하고 있었다. 디킨스의 탁월성은 대중성과 사회 현안에 대한 성찰에 있다. 디킨스의 인생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대중과의 연애였다. 그는 평생 대중과 연애하듯이 그들에게 충심을 다했고 그의 모든 일이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그는 생애 마지막 10년 동안 소설 낭독을 위해 영국과 미국을 여행했다. 가는 곳마다 대대적인 성공이었고 대중들의 눈물 어린 환대와 지역 유지의 영접을 받았다. 그의 낭송 여행은 개인적 이벤트로 생각되지 않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공적이며 국제적인 행사로 받아들여졌다. 디킨스에 대한 대중의 사랑은 평생 변함이 없었다. 그는 사람들의 마음에 호소하여 경탄을 받은 정도가 아니라 사랑을 받았고 친구로 여겨졌다. 디킨스는 마치 현대의 최고 할리우드 스타가 누리는 만큼의 대중적 인기를 소설가로서 누렸고, 현대 주요 일간지가 사회 현안에 미치는 영향만큼이나 그의 의견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찰스 디킨스는 다시 말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하나이다. -출처 : 위키백과사전
Ⅱ. 생각확대하기
1. 줄거리
고아 출신 주인공 핍이 자기 일생을 이야기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핍은 부모가 없는 고아로 누나 집에서 살게 되는데, 대장간을 하는 매형 조 아래서 견습공 노릇을 하며 고독하게 살아간다. 상대방을 억누르려는 성격을 가진 누나는 핍에게 언제나 큰소리로 야단을 쳤으며, 따뜻한 마음을 조금도 보여주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핍은 정상적인 성격을 갖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묘지에서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울고 있던 핍에게 무서운 말투로 위협적하고 협박하는 탈옥수를 만나게 된다. 그는 자기에게 줄(쇠붙이를 쓸거나 깎는 연장으로 강철로 만들어져 있으며, 아래위에 잔 이가 있다.)을 가져다주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핍은 겁에 질려 자신의 행위가 잘못된 것임을 알고도 누나 집에서 줄과 먹을 것을 구해다 주었다. 이 죄수와의 만남이 후에 얼마나 중요한 사건으로 전개된다.
어렸을 때 핍은 황무지에서 탈옥수를 만나는데, 매그위치(탈옥수)는 핍에게 음식과 줄(file)을 가져오라고 강요한다. 그러나 매그위치는 또 다른 탈옥수 컴페이슨과 한차례 실랑이를 벌인 후 체포되어 두 명은 수감선에 재수감된다. 얼마 후 핍은 해비샴 여사에게 불려 가는데, 해비샴은 여러해 전 결혼식 날부터 남편에게 버림받고 사회관계와 교류를 끊은 채 그녀의 집(Satis House)에서 햇빛을 보지 않으며 살아왔다. 그녀에게는 아름다운 에스텔라라는 양녀가 있었다. 해비샴은 남자들에게 복수하기위해 에스텔라를 냉정하고 무정한 아이로 키운다.
핍은 에스텔라와 놀아주는 상대가 된다. 하지만 에스텔라는 마치 여왕처럼 핍에게 군림했고, 핍은 그녀에게 자신의 더러운 몸과 신분 등에 대해서 무시를 당하며 지내야 했다. 핍은 이때 자신이 비천한 신분임을 자각하고, 그 수모와 수치감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비관하기 시작한다. 이와 함께 핍은 에스텔라를 사랑하게 되지만 에스텔라는 즉석에서 핍의 구애를 거절한다. 핍이 14살 되었을 때 해비샴 여사는 돈을 지불하고 매형이자 대장장이인 조의 도제(중세 수공업에서, 직업에 필요한 지식·기능을 습득하기 위해 전문지식을 가진 스승 밑에서 일하던 어린 직공)로 들어가게 한다. 이 일로 인해 핍은 새티즈 하우스로 에스텔라를 찾아가는 일은 중단된다.
핍은 도제살이를 하던 중 몇 해 전 새티즈 하우스에서 만났던 재가즈 변호사가 찾아와 핍을 신사로 키울 수 있는 돈과 그리고 핍에게 돌아갈 엄청난 재산의 유산이 준비되어있다는 사실을 핍에게 말해준다. 돈의 출처는 알 수 없는 은인인데, 이 돈에 덧붙여진 유일한 조건이란 핍이 결코 이 기증자의 신분을 밝히려 시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핍은 즉석에서 그 은인이 해비샴 여사라고 생각하고, 또한 해비샴 여사가 장차 자신을 에스텔라와 결혼시키려고 자신을 신사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핍은 런던에 가서 신사수업을 받는다. 그곳에서 그는 해비샴 여사의 조카이자 이전에 새티즈 하우스에서 만난 적이 있었던 포켓과 친구가 된다. 런던에서 핍은 거만해지고 속물근성을 지니게 되며 예전의 친구들—특히 인정 많은 대장장이 조—을 무시한다. 그는 점차 더 많은 빚을 지게 되고 이 무렵 역시 런던에서 살고 있던 에스텔라로부터 계속 냉대를 받는다. 핍의 진짜 은인이 밝혀지는 시점은 바로 이때이다.
폭풍이 세차게 불던 날, 옛날에 그를 협박하던 탈옥수가 찾아오게 된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핍에게 털어놓고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을 모함하여 유배시킨 신사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유배지에서 갖은 고생을 하며 돈을 모아 핍에게 신사교육을 시켰다고 털어 놓는다. 그의 은인은 그가 어렸을 때 황무지에서 도움을 주었던 죄수 매그위치로 밝혀진 것이다. 자신을 도와주던 은인이 해비샴이 아니라 탈옥수임이 밝혀지자 훌륭한 신사가 되어 아름다운 에스텔라와 결혼하려던 꿈과 '거대한 유산자'에 대한 꿈은 사라지고 핍은 벗어나기 어려운 절망적인 깊은 고통으로 빠지게 된다. 또한 에스텔라가 야비한 드러믈과 결혼한 사실을 알게 되고 이로 인해 그는 더 깊은 고통 속으로 빠져든다.
신사가 된 핍의 모습을 보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몰래 숨어들어왔던 매그위치는 이제 빨리 국외로 피해야 했다. 그러나 매그위치는 그의 옛 원수인 컴페이슨의 변절에 의해 다시 붙잡히고 사형선고를 받는다. 그러나 그는 감옥 안에서 마지막으로 핍의 모습을 보며 평온한 마음으로 숨을 거둔다. 이 모습을 본 핍은 인간본래의 순수성을 회복하기 시작하지만 핍은 무일푼이 된다. 하지만 핍은 매그위치가 에스텔라의 아버지이고, 에스텔라 어머니는 재가즈의 가정부이고, 컴페이슨은 바로 결혼식 날 해비샴 여사를 버린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핍은 장기간 병을 앓게 되는데, 이 기간 동안 조는 인내심을 가지고 핍을 간호해주고, 또한 핍이 진 빚도 갚아준다. 핍은 자신이 이전에 살아온 생활방식이 부질없는 것임을 알게 되고, 어릴 때 친구인 비디와 결혼할 생각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고향으로 돌아온 핍은 그날이 조와 누나의 결혼식 날임을 알게 되고, 핍은 자신의 삶을 정리하기위해 허버트가 동업자로 있는 회사에서 서기로 일하기로 마음먹는다. 11년 후 그는 새티즈 하우스의 폐허를 찾아가 그곳에서 에스텔라를 만난다. 드러믈에게 학대받았던 에스텔라는 과부가 되었지만 성품은 예전과 다르게 상냥하고 친절한 여인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들은 손을 잡으며, 사랑과 행복과 결혼을 약속한다.
이 작품에서 진정한 신사는 시골 대장간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핍의 매형인 조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어버려 의지할 곳 없는 핍을 유일하게 보살펴주는 사람은 다름 아닌 조였다. 조는 비록 대장장이이기는 하나, 내면에는 진정한 '신사'만이 가질 수 있는 온화함이 넘쳐흐른다. 그는 영원한 핍의 보호자다. 자신을 비난하고 떠난 핍이 런던에서 죄수, 에스텔라, 빚과 열병으로 방황할 때 그는 진정한 마음으로 핍을 보살폈던 것이다. 핍이 오랜 방황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매형 조와 누나 사이에 난 딸을 '핍'이라고 이름 지은 것은 자신에 대한 사랑의 표시임을 알게 된다. 핍은 매형에게서 위대하고 진실 된 참인간을 보게 된다. 핍은 비로소 자신이 위대한 유산을 물려받았음을 깨닫게 된다.
2. 주요 등장인물
『위대한 유산』에서 디킨스의 독특한 풍자세계를 읽을 수 있으며 그 속에서 한 인간의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인간성이 회복해 가는 과정에서 사랑이 무엇인지, 무엇을 느낄 수 있으며, 진정한 신사의 모습은 물질의 많음과 가식적인 교육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핍 : 가난한 고아로 자라나 신분상승이라는 부담 속에서 심한 정신적 방황을 한다. 참 삶과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인물.
에스텔라 : 해비샴 양녀로 부유하게 자라 가난한 핍의 사랑을 물리치고 드러믈과 결혼하게 되나, 실패하고 다시 핍과 사랑하게 되는 여인.
해비샴 : 결혼하는 날 아침 남자로부터 버림받고 평생 동안 결혼예복을 입은 채, 남자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는 여인.
탈옥수: 자신을 유배시킨 신사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가난한 핍에게 도움을 주어 신사로 자라나게 하는 죄수.
Ⅲ. 생각정리하기
1. 문학이란
문학이란 언어로 표현되며, 작가는 그 시대상을 작품에 담는다. 때문에 문학 작품을 읽을 때 창작된 시대와 작가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읽으면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런 방법으로 『위대한 유산』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위대한 유산』은 영국의 작가 찰스 디킨스가 쓴 소설로 시기는 빅토리아 시대이다. 영국의 빅토리아시대는 1837∼1901년까지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한 시대로 영국은 누구도 따라 잡을 수 없는 세계 최고, 최대 선진 국가였다.
당시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라고 불렸다. 그 이유는 19세기를 대표하는 선진 산업 자본주의 국가, 민주주의 국가, 제국주의국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빈부 격차가 극심한 나라이기도 했다. 19세기 영국의 영광은 그늘 뒤에 가려진 사회하층민과 약소국의 희생 덕택에 가능한 것이었다. 어둠의 시대 암흑의 시대가 중세라면 근대는 빛과 어둠의 시대라 부를 수 있다. 암흑은 불투명한 안개와 같은 시간이라면, 빛은 이성으로 자연의 빛을 말한다. 우리는 절대왕권 절대군주로부터 독립하여 두 다리로 이 세상에 설 수 있음을 이성과 과학으로 증명해 내면서 근의 꽃을 피운다.
영국 빅토리아시대는 근대 중심에 있던 시기로 근대는 영어로 ‘modern'이다. 모던은 기계문명의 출발을 알리는 산업혁명과 같이한다. 산업혁명에 의한 기계문명은 으리으리하고 번쩍번쩍, 깔끔하고 편리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러한 문명(모던)이라는 말 뒤에 무자비한 착취가 숨어 있던 산업혁명이 일어나던 때, 대영제국이 세계를 지배하던 시대를 빅토리아 시대라고 부른다. 이 시기 문학 경향은 모든 사람에게 널리 통용되는 사실주의가 유행하였지만 그것을 초월하는 실제적 인간성을 추구하였고, 위선과 허영에 대한 풍자적 비판을 다루었다.
『위대한 유산』은 영문으로 『Great Expectations』이다. 여기서 ‘great’는 양의 크기를 뜻하는 ‘크다’ ‘커다란’ ‘거대한’ ‘막대한’으로 또는 정신에 대한 크기를 뜻하는 ‘위대한’ ‘훌륭한’ ‘대단한’ 등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pectations’은 ‘기대하다’ 복수형으로 ‘기대’를 뜻하는 단어로 이 두 단어를 합치면 ‘커다란 기대’가 된다. 두 단어를 좀 더 깊이 있게 살펴보면 큰 유산상속에 대한 가능성(또는 기대)이나 ‘유산상속에 대한 큰 가능성(또는 기대)’이다.
제목의 의미와 같이 근대 뒤에 따라오는 용어는 자본이며 자본은 속물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속물들은 신분상승에 대한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신분상승에 대한 꿈을 갖는 것은 기존 신분질서가 무너지거나 파괴됨을 말한다. 우리역사에서도 조선 후기 양반전이나 봉산탈춤 6과장에서 만득이 행동 등에서 살펴볼 수 있다. 『Great Expectations』은 이러한 근대사회의 특성을 비판하고 있는 이야기로, 돈에 대한, 또는 신분상승에 대한 커다란 기대라고 이해하면서 읽을 필요가 있는 소설이다. Great Expectations는 한마디로 신분상승에 대한 기대와 부의 상속에 대한 소설이다.
시골 하층계급으로 대장간에서 일하는 주인공 핍이 어떠한 방법으로 부을 획득하고, 신분이 상승하는지, 이러한 것들에 대해 어떻게 기대를 갖게 되는지, 그 큰 기대가 그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그 기대가 어떻게 무너지고 그에 대한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이야기 하고 있는 소설이다. 근대 자본이 부와 성공에 대해 어떻게 작용하고 그에 대한 기대 상승이 주인공의 인간성을 타락시키고 인간성을 상실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즉 기대의 좌절을 통해 주인공이 도덕적으로 성장한다는 모순 구조를 통해 작품의 주제를 드러낸다.
때문에 『위대한 유산』을 귀향에 대한 서사로 이해할 수 있다. 부르주아 신사가 되기 위한 주인공 핍의 노력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고 난 뒤 핍은 사업가로 변신, 성공하여 영국으로 돌아와 어린 시절부터 사랑해오던 에스텔라를 만나 서로 애정을 확인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핍은 자아에 대한 정체성을 찾아 나선 용기 있는 사람이다. 핍의 귀향은 자신의 내면에 깊이 간직돼 있던 초자아를 찾아냈음을 의미한다. 영국 식민지 호주로 추방된 매그위치는 자신이 비밀리에 송금해 준 돈으로 런던에서 신사 교육을 받고 있는 핍의 성장한 모습을 보기 위해 런던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매그위치가 영국으로 돌아 온 것은 유배되어 호주에서 죄수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당시 영국 형법을 위반하는 사건이다.
매그위치 귀향으로 핍은 지금까지 자신을 신사로 교육받게 해 준 돈이 죄수의 돈이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고통 받는다. 매그위치 등장으로 곤란한 상황에 빠진 핍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 매그위치를 영국 밖으로 탈출시키려고 한다. 핍이 매그위치를 탈출시킨 후 얻을 수 있는 것은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상류 계층의 신사로 신분을 연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위대한 유산』을 통해 “돈이 말을 한다”는 자본주의 삶이 속물로 만들어 감을 파악할 수 있다. 현실에서 실제로 드러날 신분과 이를 감추려고 하는 교차점에서 근대 속물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찰스 디킨스는 핍이라는 주인공의 삶을 통해 근대 산업사회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전형적인 구조적 특성을 보여주면서 핍이 하층민에서 신사계급으로 진입해가는 과정을 통해 자율성과 능동성을 가진 자신의 모습과 동료의식을 상실하고 새롭게 획득한 부(유산)가 유면의 순수성을 상실하기 전 그가 우연히 알게 된 죄수에게서 왔다는 것을 알았을 때 비로소 속물이었음을 깨닫게 되고 계급에 대한 차별의식을 버리고 영혼의 죽음으로부터 다시 태어남을 일깨워주는 이야기이다.
2. 빅토리아 시대
▲ '빅토리아 여왕', 프란츠 빈터할터 공방, 1842, 런던 크리스토퍼 우드 갤러리
빅토리아(Victoria, 1819년 5월 24일 ~ 1901년 1월 22일)는 그레이트브리튼 아일랜드 연합 왕국의 여왕(1837년 6월 20일 ~ 1901년 1월 22일)이자 인도의 여제(1877년 1월 1일 ~ 1901년 1월 22일)다. 본명은 알렉산드리나 빅토리아 하노버(Alexandrina Victoria Hanover), 정식 칭호는 ‘HRH Alexandrina Victoria Hanover von Witten and Saxe-Coburg and Goetha, Dei Gratia Queen of All Britons, Defender Of The Faith, and Empress of India’다. 그녀의 재위 기간은 ‘빅토리아 시대(The Victorian)’로 통칭되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대영 제국의 최전성기와 일치한다. 그리고 많은 유럽의 왕가와 연결되어 있어 ‘유럽의 할머니'라고도 불린다.
빅토리아 여왕은 강하고 소박하며, 정직한 성격으로 내각의 보고서를 한 자, 한 구절까지 면밀히 검토하는 성실한 여왕이었다. 주요 업적으로 선거법 개정, 아프가니스탄 전쟁, 중국과 전쟁, 아일랜드 문제, 초등 교육법, 크림 전쟁, 남아프리카 전쟁 등 국내외의 중대 문제를 교묘하고 과단성 있게 해결하여 제국의 번영을 실현시켜 국민의 존경을 받았다. 19세기 대영 제국이 번영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여왕으로, 그녀가 정치를 하는 동안 영국은 사상 최고의 번영을 누렸다.
빅토리아 여왕은 입헌 군주로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랐기 때문에 현실 정치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였으나, 당시 영국 사회에 널리 퍼진 여왕의 화목한 가정에 대한 이미지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엄격한 도덕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실례로 영국의 성공회 작가인 C.S.루이스가 쓴 『순전한 기독교』에서는 보수적인 성 문화를 빅토리아 시대의 성 문화에 빗대고 있다.
그녀는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은 군주들 가운데 하나였으며 그녀 이름은 런던에 있는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 짐바브웨와 잠비아사이의 빅토리아 폭포를 비롯한 영국과 영국 식민지였던 나라들의 지명과 건물명으로 남아 있다. 또한 오늘날 남아있는 유럽 군주들의 대부분은 그녀의 자손들이다.
흔히 '빅토리아 여왕'이라고 하면 좁은 뜻으로는 당연히 여왕 자신을 의미하지만, 넓은 뜻으로는 빅토리아 시대 레이디, 빅토리아 스타일 레이디를 통틀어 의미하기도 한다. 빅토리아 여왕의 키는 155cm였으며 혈우병 보인자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빅토리아와 혈연관계를 맺은 유럽 황실의 상당수 가문에서 혈우병 환자가 출생했는데 대표적인 예가 빅토리아의 외손녀 알렉산드라를 거쳐서 태어난 혈우병 환자인 러시아의 알렉세이 황태자가 있다. -출처 : 위키백과
3. 근대
19세기 산업혁명기를 근대사회 전환점으로 본다. 사회학자들은 이 시기에 동력을 이용한 산업생산, 노동 상품화, 국가 구성원들이 시민권을 갖게 되었으며, 진, 선, 미 가치들이 서로 독립된 가치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일들에 의해 산업혁명, 미국 독립, 프랑스혁명과 같은 시민혁명이 일어나 사회, 경제, 정치면에서 모두 근대 징후를 보이는 성숙한 사회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Waters xiii). 중요한 것은 이 시기 서구 사회는 급속도로 물질문명 의존사회로 탈바꿈하였으며, 물질가치를 중심 가치로 하는 자본주의와 기계를 통한 산업생산을 가치로 삼는 산업주의가 서구사회의 물질적 환경을 획기적으로 변모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역사학자들은 사회 현상 변화 보다 변화의 정신적 동인이 무엇인가에 근거하여 역사의 근대성을 찾는다. 다시 말해, 19세기 서구인들 삶 양식이 집합성, 조직적, 기계의존, 물질의존이 되었다면 인간 정신은 어떤 변화가 있었기에 이러한 변화가 가능해진 것인가를 묻는다.
이 시대는 사유재산권 신장, ‘토지’가 농산물보다 공산물 혹은 기호품 생산을 위해 중요해졌으며, 토지와 노동의 상품화, 생산 활동의 기계화, 생산 활동 단위가 가족 범위를 넘어서 큰 사회적 단위로 넓혀졌다다. 또한 자본계급과 노동계급 등의 새로운 계급이 생겨나고 계급 간 갈등이 첨예한 양상을 띠게 된다. 그 투쟁의 장이 생산 수단이 있는 도시가 되었고 자본계급이 투쟁을 주도해 나갔다면 ─ 그렇다면, 도대체 인간의 생각과 믿음에 있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1980년 아도르노 상(the Adorno Prize)을 수상할 때, 하버마스는 역사학자들의 근대에 대한 이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논문 “근대화 ─ 미완의 사업”을 발표하였다. 이 강연에서 하버마스는 역사의 근대성을 계몽주의 철학자들의 합리주의 정신에서 찾으며, 그들의 정신은 포스트모던의 시대에도 역사 속에서 “미완의 사업”으로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근대사의 정당성』을 펴낸 블루먼버그 역시 근대사의 수많은 오류에도 불구하고 “생각의 중심이 신으로부터 인간의 이성으로 옮겨 온 것만으로도 근대는 정당성을 갖는다”고 본다. 서양 18세기는 ‘이성의 시대’가 근대사 시작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인터넷판 『역사의 길잡이』에서 스티븐 크라이스는 “1687년 혹은 1714년에 시작된 18세기는 ‘이성의 시대’로서” 이 시대의 ‘계몽’으로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단정한다. 요약하면, 역사적 근대는 18세기 서구 계몽주의 사상가들의 믿음, 즉 인간의 이성이 곧 빛이라는 믿음에서 시작된 역사적 사업이다. Descartes, Locke, Newton, Bacon 등의 인간에 대한 믿음, 이성적 경험에 대한 믿음, 과학에 대한 믿음은 18세기의 Voltaire, Rousseau, Montesquieu, Adam Smith, Kant, Thomas Paine 등을 거치면서 인간과 자연과, 우주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턱없이 넓혀 놓았을 뿐 아니라 그것들에 대하여 본질적으로 다른 경험을 가능하게 했고, 그로 인해 삶과 존재의 의미를 낳는 참조체계가 바뀌게 되었으며, 당연한 귀결로서 삶의 근거가 되는 정치, 사회, 문화, 경제의 제 영역에서 제도와 규범과 관습이 두드러지게 바뀌게 된 것이다.
- 출처 : 신정현, 「포스트모던의 정신(1): 합리주의 신화의 수정」 , 인문논총 제5 1집. 2004, 4~6쪽.
Ⅳ. 생각 찾아보기
스노브(snob)는 속물을 말한다. 속물은 자본주의 형성과 시민사회가 성립된 19세기 유럽 사회에서 등장했다. 돈과 명예 등 외적 가치에 열중하는 유산자(부르주아)를 비판하는 의미가 담겨 있는 말이다. 사람들은 지금을 속물시대라고 말한다. 속물과 속물주의는 보편적인 말이 되었다. 다음 글을 읽고 속물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쓰시오.
황금광 시대.
저도 모를 사이에 구보의 입술엔 무거운 한숨이 새어 나왔다. 황금을 찾아, 그것도 역시 숨김없는 인생의 문명한 일면이다. 그것은 적어도 한 손에 단장과 또 한 손에 공책을 들고, 목적 없이 거리로 나온 자기보다는 좀 더 질실한 인생이었을지도 모른다.
시내에 산재한 무수한 광무소. 인지대 100원, 열람비 5원, 수수료 10원, 지도대 18전...... 출원 등록된 광구, 조선 전토의 7할. 시시각각으로 사람들은 졸부가 되고 또 몰락하여 갔다. 황금광 시대. 그들 중에는 평론가와 시인, 이러한 문인들조차 끼어 있었다.
구보는 일찍이 창작을 위하여 그의 벗의 광산에 가보고 싶다 생각하였다. 사람들의 사행심, 황금의 매력, 그러한 것들은 구보는 보고, 느끼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고도의 금광열은 오히려 총독부 청사, 동측 최고층, 광무과 열람실에서 볼 수 있었다.
문득 한 사나이가 둥글넙적한, 그리고 또 비속한 얼굴에 웃음을 띄우고, 구보 앞에 그의 모양 없는 손을 내민다. 그도 벗이라면 벗이었다. 중학 시대의 열등생. 구보는 그래도 약간 웃음에 가까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 그리고 단장 든 손을 그대로 내밀어 그의 손을 가장 엉성하게 잡았다. 이거 얼마만이야. 어디가나. 응, 자네는......
구보는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자네' 소리를 들으면 언제든 불쾌하였다. '해라'는, 해라는 오히려 나았다. 그 사나이는 주머니에서 금시계를 꺼내 보고, 다음에 구보의 얼굴을 쳐다보며, 저기 가서 차라도 안 먹으려나.
전당포 집의 둘째 아들. 구보는 그러한 사나이와 자리를 같이 하여 차를 마실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 한 개의 구실을 지어, 그 호의를 사절할 수 있도록 구보는 용감하지 못하다. 그 사나이는 앞장을 섰다. 자, 그럼 저리로 가지. 그러나 그것은 구보에게만 한 말이 아니었다.
구보는 자기 뒤를 따라오는 한 여성을 보았다. 그가 한 번 흘낏 보기에도, 한 사나이의 애인 된 티가 있었다. 어느 틈엔가 이런 자도 연애를 하는 시대가 왔나. 새삼스러이 그 천한 얼굴이 쳐다보였으나 그러나 서정시인조차 황금광으로 나서는 때다.
의자에 가 가장 자신 있게 앉아, 그는 주문 들으러 온 소녀에게, 나는 가루삐스 그리고 구보를 향하여, 자네두 그걸루 하지. 그러나 구보는 거의 황급하게 고개를 흔들고, 나는 홍차나 커피로 하지.
음료 칼피스를 구보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외설(猥褻)한 색채를 갖는다. 또 그 맛은 결코 그의 미각에 맞지 않았다. 구보는 차를 마시며 문득 끽다점에서 사람들이 취하는 음료를 가져, 그들의 성격, 교양, 취미를 어느 정도까지는 알 수 있을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여 본다. 그리고 그것은 동시에, 그네들의 그때그때의 기분조차 표현하고 있을 게다.
구보는 맞은편에 앉은 사나이의, 그 교양 없는 이야기에 건성 맞장구를 치며, 언제든 그러한 것을 연구하여 보리라 생각한다.
월미도로 놀러 가는 듯 싶은 그들과 헤어져, 구보는 혼자 역 밖으로 나온다. 이러한 시각에 떠나는 그들은 적어도 오늘 하루를 그곳에서 묵을 게다. 구보는 문득 여자의 벌거숭이를 아무 거리낌 없이 애무할 그 남자의 야비한 웃음으로 하여 좀 더 추악해진 얼굴을 눈앞에 그려보고, 그리고 마음이 편안하지 못했다.
여자는, 여자는 확실히 어여뻤다. 그는 혹은, 구보가 이제까지 어여쁘다고 생각하여 온 온갖 여인들보다도 좀더 어여뻤을지도 모른다. 그뿐 아니다. 남자가 같이 가루삐스를 먹자고 권하는 것도 물리치고, 한 접시의 아이스크림을 지망할 수 있도록 여자는 총명하였다.
문득 구보는 그러한 여자가 왜 그 자를 사랑하려드나 또는 그자의 사랑을 용납하는 것인가 하고, 그런 것을 괴이하게 여겨본다. 그것은, 그것은 역시 황금인 까닭일 게다. 여자들은 그렇게도 쉽사리 황금에서 행복을 찾는다. 구보는 그러한 여자를 가엾이 또 안타까웁게 생각하다가, 갑자기 그 사나이의 재력을 탐내 본다.
사실 같은 돈이라도 그 사나이에게 있어서는, 헛되이 그리고 또 아까웁게 소비되어 버릴 게다. 그는 날마다 기름진 음식이나 실컷 먹고, 싼찐 계집이나 즐기고 그리고 아무 앞에서나 그의 금시계를 꺼내 보고는 만족하여 할게다.
일순간 구보는, 그 사나이의 손으로 소비되어 버리는 돈이, 원래 자기의 것이나 되는 것같이 입맛을 다시어 보았으나, 그 즉시 그러한 제 자신을 칙 웃고,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돈에 걸신이 들렸누...단장 끝으로 구두코를 탁치고, 그리고 좀더 빠른 걸음걸이로 전차 선로를 횡단하여, 구보는 포도 위를 걸어갔다.
그러나 여자는, 여자는 확실히 어여뻣고 그리고 또... 구보는 갑자기 그 여자가 이미 오래 전부터 그 자에게 몸을 허락하여 온 것이나 아닐까, 생각하였다. 그것은 생각만 하여 볼 따름으로 그의 마음을 언짢게 하여 준다. 역시 여자는 결코 총명하지 못했다. 또 생각하여 보면 어딘지 모르게 저속한 맛이 있었다. 결코 기품 있는 인물은 아니다. 그저 좀 예쁠 뿐......
그러나 그 여자가 그 자에게 쉽사리 미소를 보여 주었다고 새삼스러이 여자의 값어치를 깎을 필요는 없었다. 남자는 여자의 육체를 즐기고, 여자는 남자의 황금을 소비하고 그리고 두 사람은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게다. 행복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어느 틈엔가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까지 와 있었다. 이제 어디로, 이대로 집으로 돌아갈 마음은 없었다. 그러면 어디로...... 구보가 또다시 고독과 피로를 느꼈을 때, 약 칠해 신으시죠 구두에. 구보는 혐오의 눈을 가져 그 사나이를, 남의 구두만 항상 살피며 그곳에 무엇이든 결점을 잡아내고야마는 그 사나이를 흘겨보고, 그리고 걸음을 옮겼다.
- 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출처 : 독서신문(http://www.reader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