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COSMOS·우주)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
책의 첫 문장만 보고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요? 그 대표적인 책으로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 ~1996)의 '코스모스'가 꼽힙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진화해 지금 모습이 됐는지, 과학적 지식과 과학적 상상력을 총동원해 나온 책입니다.
▲ 블랙홀에서 에너지를 얻어 엄청난 빛과 에너지를 뿜어내는 퀘이사(ULAS J1120+0641)를 상상해 그린 그림. /위키피디아
1980년에 나온 이 책이 지금도 전 세계에서 꾸준히 팔리는 이유는 우주에 대한 핵심적인 궁금증을 이보다 적확하게 설명해내는 책이 많지 않아서랍니다. 물론 우주 연구가 진척되면서 어떤 부분은 최신 이론과 차이가 나기도 해요. 그렇지만 중력에 묶인 우리의 상상력을 수백만 광년 멀리 안내하는 솜씨는 칼 세이건에 견줄 사람이 없죠.
세이건의 우주 이야기는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로 이어집니다. 저 멀리 빛나는 별과 우리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인간을 구성하는 물질은 원자 수준에서 볼 때 아주 오래전에 은하 어딘가에 있던 적색 거성들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우리 DNA 안에 있는 질소, 우리 치아의 칼슘, 핏속의 철, 애플파이 안에 있는 탄소는 모두 붕괴한 별에서 왔다고 해요. 인간을 구성하는 물질과 별을 구성하는 물질이 같다는 얘기죠.
세이건은 머리말에서 이렇게 정리합니다. "우리도 코스모스의 일부이다. 이것은 결코 시적 수사가 아니다. 인간과 우주는 가장 근본적인 의미에서 연결돼 있다. 인류가 코스모스에서 태어났으며 인류의 장차 운명도 코스모스와 깊게 관련돼 있다."
세이건에 따르면 우주에 대한 인류의 지식은 "기껏해야 발목을 물에 적셨다"고 할 정도입니다.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대폭발 '빅뱅'의 아득한 후손, 즉 코스모스에서 나온 우리는 "코스모스를 알고자, 더불어 코스모스를 변화시키고자 태어난 존재"니까요. 칼 세이건은 우주의 광활함과 미약하지만 특별한 존재로서 인간을 대비시키면서 우주에 관한 지식을 하나씩 풀어갑니다.
미터(m)나 킬로미터(㎞)로는 도무지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코스모스 탐험에 나선 세이건은 그토록 광대한 코스모스를 탐험하는 우리, 즉 "인류야말로 우주가 내놓은 가장 눈부신 변환의 결과물"이라고 썼어요.
인간은 별이 남긴 먼지로 만들어졌죠. 그렇지만 인간은 먼지 같은 존재는 아닙니다. '인식할 줄 아는 존재'로서 우주의 기원과 진화를 탐구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찾아 애씁니다. '코스모스'는 우주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연구의 총합이자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인류를 여기에 있게 한 코스모스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