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의 좌우 삼청동 / 김희선

 

북악의 산세를 따라 좌측으로 서울의 경치에서 첫째로 꼽히는 三淸洞(삼청동)이 있다. 삼청은 山淸(산청), 人淸(인청), 水淸(수청)이라 하여 유명했던 곳이다. 글을 사랑하는 문인들은 시를 읊으며 경치를 즐기고, 세상을 염려하는 이들은 함께 모여 시름을 달래기도 했다는 삼청동.

우측으로는 경치가 좋은 인왕산 줄기에 청풍동과 백운동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두 개를 합쳐 청운동이 되었다. 아침저녁으로 산허리에 하얀 구름이 휘감고 있어 백운동이라 했었건만 지금은 구름은 감기지 않는다. 구름 대신에 자동차 매연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고 있다. 그리하여 청풍, 백운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삼청동에는 天神(천신)께 제사를 드리느라 三淸星辰(삼청성진)의 神像(신상)을 모시며 제사를 드리는 삼청전(소격전)이 있었으며 星祭井(성제정)이라는 우물이 있다. 집을 짓거나 사당을 지으려면 언제나 물이 필요하기에 우물이 자리를 함께 한다. 달빛 고운 밤이면 샘물은 넘치면서 달빛을 받아 반짝이며, 냇물 따라 흘러갔을 것이다. 소를 이루는 폭포에서는 달빛 푸른 명주 자락이 물소리를 담아 변함없이 흐르면서 삼청의 그리움을 꿈꾸고 있었을 것이다. 성진은 별의 종류이며 12지의 총칭인 동시에 다섯 번째 地支(지지), 용을 상징 한다.

성종시대의 문인 李達(이달)의 시를 소개한다. 그 시절 맑은 물 흐르는 계곡의 경치를 그려보면서. 550년 전, 시의 운치를 이 가을에 감상해 본다.

 

北村(북촌)의 저자 저 멀리 街路(가로)에 잇따르고/무성한 가을 숲은 城郭(성곽)을 덮고 있네./

삼청전(소격전) 아름다운 전각이 옛모습 그대로인데/鍾磬(종경)소리 들리더니 구름대문을 닫는구나./

흐르는 물은 바위 아래 떨어져 요란하게 소리 나는데/이슬 젖은 풀 사이로 반디불이 날아드네.

한없는 세상 시름 이제사 다 잊은 것이/밤 이미 깊었건만 돌아갈 줄 모르네.

 

숲속 경치에 취하니 세상 시름도 다 잊게 된다는 옛 시인의 마음이 절절히 와 닿는다. 이번 가을(2008년)은 추위가 늦어져 곳곳의 단풍이 색색으로 마음껏 찬란하다. 옛날의 삼청동은 봄이면 진달래가 붉게 피어나고, 가을이면 계곡 사이사이에 단풍나무의 붉은 빛이 아름다워 그 경치가 특히 일품이었다고 한다.

맑은 물은 소나무 그늘 아래 바위 사이를 흘러내리며 흰 물보라가 고운 비단으로 내리는 듯 아름답고 폭포 밑에는 깊은 소가 있기에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곳곳에 수십 명이 앉을 수 있는 넓은 바위도 있었으니 조선시대 초기부터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 이 바로 삼청동이었다. 삼청공원이야, 놀면서 쉬는 곳이니 공원이라 해도 당연하지만......

“이제는 제발, 공원이라는 단어를 아무데나 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누가 공원을 좋아하여 임금께서 사시던 왕궁을 공원이라고 하는지 참으로 이상한 발상이다. 경희궁공원이라니 이건 정말 아니다. 숙종 임금을 비롯하여 여러 임금께서 사시던 곳이 바로 경희궁이거늘 아직도 경희궁이라 하지 못하고 경희궁공원이라고 한다.

사직공원도 공원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땅과 곡식의 신을 모시는 곳이거늘 어이하여 공원이라 하는지? 사직단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종묘도 마찬가지이다. 종묘시민공원이라고 한다. 굳이 공원을 붙이는 이유는 사람들 보고 그곳에서 또는 문 앞에서 놀기도 하고 쉬기도 하라는 세심한 배려인가? 공원은 삭제하고 그냥 (경희궁), (사직단), (종묘)라고 해야 한다. 빠문장과 함께 서화에도 유명하신 분이다.

 

백운동 저 곳에는 白雲(백운)이 그늘지는데/백운동 밖에는 홍진이 가득 덮였네/외길을 돌고 돌아 구름 속으로 들어가니/놀랍게도 큰 시가가 山林中(산림중)에 감춰 있구나/

시냇물 소리내며 人家(인가)를 감돌아 흐르고/소나무의 무성한 그늘, 바람 따라 읊조리네/ 봄이 오면 바위 계곡에 꽃이 피어 환하고/새들의 지저귐은 갖가지로 노래하네/

黃梅시절 (누렇게 익어가는 매실은 장마를 뜻함)/궂은 비 내리니 인가는 희미하고/洞口(동구)길에 이끼 자라 푸른 빛 가득한 것을/가을 하늘 맑게 개이면 山林(산림)도 峰巒(봉만=산봉우리)도 목욕한 듯/달 밝은 萬戶長安(만호장안)에서 다듬이 소리 들려온다네/

樹林(수림)에 눈 덮이면 車馬(차마)가 끊기는데/등걸불 따스한 기운 이불 속에서 생긴다네/ 洞中(동중)의 자연풍경 사시절 다 좋으니/물에서 갓끈 빨고 산에도 오른다네./

 

아름다운 그 시절, 사계절 풍경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조선 초기 세종 때부터 성종 시대를 지나 영조 시대의 우물까지 잠시 둘러보았으나 아쉬움은 그대로 남아 600년이 넘는 세월을 다시금 돌아보고 그 시절을 그려본다.

북악 아래 육상궁과 삼청동, 인왕산 아래, 그 동네에 가면 조용한 밤에 들을 수 있었던 다듬이 소리 정답게 들어볼 수 있으려는지. 이제는 전혀 들을 수 없는 다듬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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