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까치설 쇠다 설빔
해마다 설을 맞이하는데 설날 어떤 이야기를 나누시는지 궁금합니다. 설을 앞뒤로 듣거나 쓰게 되는 말 가운데 알고 쓰면 좋을 말 세 가지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까치설’이라는 말입니다. “까치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라는 애노래(동요) 때문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는 ‘까치설’이란 말의 뜻을 아는 분들이 많지 않더라고요. 말집(사전)에 찾으면 ‘어린아이의 말로 설날의 전날 곧 섣달 그믐날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지요. 이 ‘까치설’을 두고 여러 가지 풀이가 있지만 가장 그럴듯한 풀이는 옛날부터 설 앞날을 ‘작은설이라고 했고 작은설이라는 뜻으로 ‘아치설’ 또는 ‘아찬설’이라고 했다는 거죠. ‘아치설’의 ‘아치’는 ‘작다’는 뜻을 지닌 말인데 그 뜻을 잃어버리면서 소리가 비슷한 ‘까치’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다른 보기로 음력 스무이틀(22일) 조금을 남서쪽에 있는 고장에서는 ‘아치조금’이라고 하는데 경기도 쪽에 있는 고장에서는 ‘까치조금’이라고 한답니다. 그밖에도 제가 자란 고장에서는 ‘송아지’를 ‘송아치’라고 했는데 ‘송아치’의 ‘아치’도 아마 같은 뜻을 가진 보기라고 할 수 있지 싶습니다.
다음으로 알려드릴 말은 ‘쇠다’입니다. 둘레 사람들 가운데 “설을 잘 쉬었나?”라고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이는 ‘쉬다’와 ‘쇠다’를 헷갈려 하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날, 돌날, 기림날이라 할 수 있는 ‘명절, 생일, 기념일을 맞이하여 지내다’라는 뜻을 가진 말이 바로 ‘쇠다’입니다. “한가위 잘 쇠시기 바랍니다.”처럼 쓸 수 있고 설을 앞두고는 “설 잘 쇠기기 바랍니다.”처럼 하시면 됩니다. 설을 지난 뒤에는 “설 잘 쇠셨습니까?”라고 하시면 되니까 ‘쇠다’라는 말을 알맞게 자주 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알려드릴 말은 ‘설빔’입니다. 다들 ‘설빔’이라는 말을 많이 쓰면서도 그 뜻을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설빔’은 ‘설’+‘비음’의 짜임으로 이루어진 말인데 ‘비음’이 ‘좋은날(명절) 또는 잔치 때 새 옷을 입고 곱게 꾸미거나 모양을 내는 일’을 일컫는 말입니다. ‘설비음’이 줄어서 ‘설빔’이 된 것입니다. 이처럼 ‘설빔’은 설날에 새 옷을 차려입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그 뜻이 조금씩 바뀌어 설날 입는 새 옷이나 신발 따위를 가리키는 말로 쓰고 있는 것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