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그림자를 밟는
거리쯤에서
오래 너를 바라보고 싶다
팔을 들어
네 속닢께 손이 닿는
그 거리쯤에
오래 오래 서 있으면
거리도 없이
너는 내 마음에 와 닿아
아직 터지지 않는 꽃망울 하나
무량하게 피어 올라
나는 네 앞에서
발이 붙었다.

―신달자(1943∼ )

봄은 꽃으로 시작된다. 개나리는 시작을 알리는 꽃이고, 벚꽃은 폭죽처럼 잠깐 왔다 가는 꽃이다. 다음 타자인 진달래와 철쭉은 4월을 거쳐 5월까지 핀다. 붉은 꽃들은 봄의 끝자락까지 함께할 것이다. 특히 진달래와 철쭉을 사랑하시는 분들께는 요맘때 읽을 책으로 강소천의 장편 동화 ‘진달래와 철쭉’을 추천한다. 동시 잘 쓰시는 분이 동화도 잘 쓰셨다.

주변에서는 찰칵찰칵 꽃 사진 찍는 사람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개구쟁이 어린애들 말고는 아무도 꽃을 꺾을 생각을 안 한다. 바닥에 떨어진 벚꽃잎을 한 손 가득 모아는 가도 가지째 꺾으려는 이는 없다. 이렇게 두고 보는 마음이 사랑하는 마음임을 우리는 꽃 앞에서 배운다. 상처 주지 않는 마음이 사랑하는 마음임도 우리는 봄에게서 배운다.
꽃, 봄, 사랑. 이런 세 가지의 조합이 신달자 시인의 시 ‘꽃’에 가득하다. 시인은 너를 바라보고 있다. 너무 가깝지 않게, 그러나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바라다만 본다. 오래오래 바라보는 것은 오래오래 마음을 키운다는 말. 사랑은 눈으로 시작해 마음으로 옮겨간다. 그 사랑이 만발하게 피어오르자 시인은 ‘꽃’이라고 표현한다. 이쯤 되면 네가 꽃인지, 꽃이 너인지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다. 

 

길거리에 꽃이 만발하니 마음도 따라 화사해진다. 이것은 햇살과 봄의 축복이니 마음껏 즐기자. 꽃을 보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바로 당신의 꽃이고 사랑이다. 봄이 다 가기 전에 눈에 담고 마음에 담아 무량하게 피울 일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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