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물오르는 것 보며
꽃 핀다
꽃 핀다 하는 사이에
어느덧 꽃은 피고,
가지에
바람부는 것 보며
꽃 진다
꽃 진다 하는 사이에
어느덧 꽃은 졌네.
소용돌이치는 탁류의 세월이여!
이마 위에 흩어진
서리 묻은 머리카락 걷어올리며
걷어올리며 애태우는
이 새벽,
꽃피는 것 애달파라
꽃지는 것 애달파라.
―민영(1934∼ )
봄이 오면 꽃이 핀다. 꽃이 피면 지게 된다. 맺히고, 피고, 지는 전 과정을 우리는 한 달 안쪽의 짧은 시간에 모조리 볼 수 있다. 꽃의 인생을 보면 아름답기만 한가. 그것은 유의미하고 유정한 일이기도 하다. 꽃의 일생을 통해 우리의 일생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의 삶은 곧잘 구경해도 제 인생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게 사람이다. 누구에게나 맺힘의 소중함이, 피어남의 찬란함이, 지는 꽃의 눈부심이 있을 텐데 자주 잊고만 산다. 그러니 봄꽃이 피었다 지는 것은 우리의 인생이 꽃과 다르지 않음을 일러주려는 자연의 깊은 뜻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이 혼자만의 것이라고 여길 수 없다. 오늘의 시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적혀 있기 때문이다. 시가 참 놀라운 점이 바로 이것이다. 자신만의 외로운 생각인가 싶다가도 시를 읽다 보면 비슷한 동지, 딱 맞는 표현을 찾게 된다.
꽃 핀다 핀다 하는 사이에 꽃이 피고, 꽃 지네 지네 하는 사이에 꽃이 진다. 오는 세월 가는 세월이 확연해 꽃 피고 지는 것이 모두 애달프다. 시인의 말 속에 꽃 본 듯 되돌아보는 인생의 흐름이 들어 있다. 봄의 정취를 어쩜 저리 정확히 읊었는지, 남의 말임에도 불구하고 퍽 가깝게 느껴진다. 4월의 서정은 오라고 하지 않았는데 와서, 가라고 하지 않았는데 간다. 꽃도, 봄도, 인생도 그럴 테고.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