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간다 ― 김용호(1912∼1973)
머나먼 날 저버린
낡은 옷 훌훌이 벗어버리고
잃어버려, 끝내 잃어버려
없는 고향이라 포개둔 그리움이 한결 짙어
눈감아도 뛰놀던 예옛 어린 시절
(…)
새론 출발의 기적을 울리며
없는 고향이라 사뭇 그리워
그 그리움을 캐러 고향으로 내가 간다
시인은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다녔지만 그 이후는 주로 고향을 떠나 살았다. 일본에 유학하여 공부했고, 이후로는 서울에서 활동했다. 고향에 머물지 않았지만 시인의 마음 한편에는 고향의 이미지가 깊이 박혀 있었다. 아니, 오히려 고향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시인의 고향은 더욱 절실한 그리움이 되었다. 게다가 시인의 고향은 역사적인 이유로 인해 황폐화되어 예전의 그 모습과 의미를 잃어갔던 모양이다.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잃어버렸다는 슬픔이 뒤섞여 시인은 이 시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