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짐작하시겠지만 이 이야기는 초임 배석판사 시절 저의 경험담입니다.
허겁지겁 법원에 도착해서 부장님 방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부속실 직원이 저에게 한 말. “부장님 아직 출근 전이신데요.” 그 순간 제 머릿속에 모든 상황이 정리되면서 민망함에 혼자 얼굴이 빨개졌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부장님께서 저에게 보내신 문자메시지는 “오늘 좀 늦네.”의 의미였고, 출근이 늦어 불안해하던 저는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처럼 부장님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오늘 좀 늦네?”로 이해하였던 것입니다.
정확한 의사 전달을 위한 문장 부호 사용의 중요성을 실감한 경험이었습니다.
최근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문장 부호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 하나를 더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빅토르 위고는 거의 평생에 걸쳐 구상하고 집필하여 완성한 『레미제라블』을 출판사에 넘기고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해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는 궁리 끝에 “?”라고만 쓴 전보를 출판사에 보냈습니다. 이후 빅토르 위고는 출판사에서 보내온 답장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합니다. 출판사에서 보내온 답장에는 “!”라고 씌어 있었던 것입니다.
작은 문장 부호 하나에 얼마나 깊은 뜻이 담겨 있는지 알려주는 일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원에서 작성하는 판결서에도 다양한 문장 부호가 사용됩니다. 정확하고 적절한 문장 부호의 사용은 당사자와 국민들의 이해에 혼선을 막고 법원의 판단을 보다 정확하고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문장 부호의 용법은 ‘한글 맞춤법[문화체육관광부 고시 제2017-12호]’의 부록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문장 부호의 종류가 총 24종에 이르고 그 용법이 많아 용법에 맞게 바르게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조사심의관 코너를 통해 몇 차례 문장 부호와 관련된 글이 소개된 적이 있으나 이참에 문장 부호에 관해 복습해 보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지금부터 판결서에 흔히 사용되면서 틀리기 쉬운 문장 부호의 용법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마침표( . )
그는 “지금 바로 떠나자.”라고 말하며 서둘러 짐을 챙겼다. (○)
그는 “지금 바로 떠나자”라고 말하며 서둘러 짐을 챙겼다. (○)
직접 인용한 문장의 끝에는 마침표를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쓰지 않는 것도 허용됩니다. 이런 경우 마침표를 쓸지 말지로 고민하셨다면 더 이상 이런 고민은 안 하셔도 되겠지요?
2018. 6. 1. (○)
2018. 6. 1 (×)
2018. 6. (○)
2018. (×)
아리비아 숫자만으로 연월일을 표시할 때 ‘년’, ‘월’, ‘일’ 대신 마침표를 씁니다. 이때 마지막 ‘일’ 자리에 마침표를 빠뜨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다만 연월일 중 한 가지만 표시할 때는 마침표를 대신 쓰지는 않습니다.
3.1 운동 (○)
3·1 운동 (○)
특정한 의미가 있는 날을 표시할 때 월과 일을 나타내는 아라비아 숫자 사이에 마침표를 씁니다. 이때 마침표 대신 가운뎃점(·)을 쓰는 것도 허용됩니다.
2. 쉼표( , )
첫째, 몸이 튼튼해야 한다. (○)
첫째 몸이 튼튼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마음이 편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마음이 편해야 한다. (×)
열거의 순서를 나타내는 어구(‘첫째’, ‘먼저’, ‘다음으로’, ‘마지막으로’ 등) 다음에는 쉼표를 씁니다.
원만한 인간관계는 말과 관련한 예의, 즉 언어 예절을 갖추는
것에서 시작된다. (○)
원만한 인간관계는 말과 관련한 예의 즉, 언어 예절을
갖추는 것에서 시작된다. (×)
한 문장 안에서 ‘곧’, ‘다시 말해’, ‘즉’, ‘이를테면’ 등과 같은 어구로 다시 설명할 때 앞말 다음에 쉼표를 씁니다. 이때 앞말을 다시 설명하는 어구 다음에 쉼표를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3. 가운뎃점(·)
하천 수질의 조사·분석 (○)
하천 수질의 조사, 분석 (○)
상·중·하위권 (○)
상, 중, 하위권 (○)
짝을 이루는 어구들 사이와 공통 성분을 줄여서 하나의 어구로 묶을 때 가운뎃점을 씁니다. 이때 가운뎃점 대신 쉼표를 쓰는 것도 허용됩니다.
4. 쌍점( : )
일시:2018년 6월 1일 10:00 (×)
일시: 2018년 6월 1일 10:00 (○)
일시 : 2018년 6월 1일 10:00 (×)
일시: 2018년 6월 1일 10 : 00 (×)
표제 다음에 해당 항목을 들거나 설명을 붙일 때 쌍점을 쓰고, 이때 쌍점의 앞은 붙여 쓰고 뒤는 띄어 씁니다. 시와 분, 장과 절 등을 구별할 때와 의존명사 ‘대’가 쓰일 자리(예를 들어, 65:60)에도 쌍점을 쓰고, 이때에는 쌍점의 앞뒤를 붙여 씁니다.
5. 소괄호(( ))/대괄호([ ])
기호(嗜好), 자세(姿勢), 커피(coffee), 에티켓(etiquette) (○)
기호[嗜好], 자세[姿勢], 커피[coffee], 에티켓[etiquette] (×)
나이(年歲), 낱말(單語), 손발(手足) (×)
나이[年歲], 낱말[單語], 손발[手足] (○)
우리말 표기와 원어 표기를 함께 나타낼 때는 소괄호를 쓰고, 고유어에 대응하는 한자어를 함께 나타낼 때는 대괄호를 씁니다.
6. 중괄호({ })/대괄호([ ])
이번 회의에는 두 명{김갑동(실장), 이을동(과장)}만 빼고
모두 참석했습니다. (×)
이번 회의에는 두 명[김갑동(실장), 이을동(과장)]만 빼고
모두 참석했습니다. (○)
괄호 안에 또 괄호를 쓸 필요가 있을 때 바깥쪽의 괄호로 대괄호를 씁니다. 이 경우 대괄호 대신 중괄호를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7. 겹낫표(『 』)와 겹화살괄호(《 》)/홑낫표(「 」)와 홑화살괄호(〈 〉)
『훈민정음』(또는 《훈민정음》)은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
「훈민정음」(또는 〈훈민정음〉)은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
『국어 기본법 시행령』(또는 《국어 기본법 시행령》)은
『국어 기본법』(또는 《국어 기본법》)에서 위임된 사항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 목적으로 한다. (×)
「국어 기본법 시행령」(또는 〈국어 기본법 시행령〉)은
「국어 기본법」(또는 〈국어 기본법〉)에서 위임된 사항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 목적으로 한다. (○)
책의 제목이나 신문 이름 등을 나타낼 때는 겹낫표 또는 겹화살괄호를 쓰고, 대신 큰따옴표를 쓰는 것도 허용됩니다. 소제목, 그림이나 노래와 같은 예술 작품의 제목, 상호, 법률, 규정 등을 나타낼 때는 홑낫표 또는 홑화살괄호를 쓰고, 대신 작은따옴표를 쓸 수도 있습니다.
8. 물결표(∼)
6월 1일∼6월 15일 (○)
6월 1일 ∼ 6월 15일 (×)
기간이나 거리 또는 범위를 나타낼 때 물결표를 쓰는 것이 원칙이고, 붙임표(-)를 쓰는 것도 허용됩니다. 물결표는 앞말과 뒷말에 붙여 씁니다.
어렵고 헷갈리는 문장 부호, 이제 제대로 사용할 자신 있으신가요? 국립국어원 홈페이지(www.korean.go.kr)에서 한글 맞춤법 규정을 내려받아 늘 옆에 두고 참고해 보시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글쓰는데 항상 도움이 되는 글을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