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나 되고
내가 엄마 되면
그 자장가 불러줄게
엄마가 한 번도 안 불러준
엄마가 한 번도 못 들어본
그 자장가 불러줄게
내가 엄마 되고
엄마가 나 되면
예쁜 엄마 도시락 싸
시 지으러 가는 백일장에
구름처럼 흰 레이스 원피스
며칠 전날 밤부터 머리맡에 걸어둘게
나는 엄마 되고
엄마는 나 되어서
둥실
―하재연(1975∼ )
아무래도 선물은 자기 자신보다 타인을 위한 것이기 쉽다. 다른 사람 주려고 선물을 사러 간다고 치자. 뭘 사야 할까. 대개는 내 입맛에 맛있었던 것,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떠올린다. 나한테 이게 좋았으니, 당신에게도 좋으리라. 이런 생각이 이기적이라고 탓할 수는 없다. 내게 좋은 것을 너에게도 주고 싶은 마음. 이건 상대방을 좋아할 때, 사랑할 때 나오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을 받게 된다면, 혹은 주게 된다면 아주 기쁠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시에는 그런 마음을 받아본 기억이 담겨 있다.
화자가 엄마에게서 받았던 것 중에서 아주 좋았던 선물은 자장가였나 보다. 그래서 내가 엄마가 된다면, 내 아이가 된 엄마에게 그 좋았던 자장가를 불러주고 싶다 생각한다. 예전에 백일장에 가는 날은 내내 기대되고 행복했나 보다. 팔랑팔랑 하얀 원피스도 입고 가고 싶었나 보다. 사랑하니까 자리를 바꾸어 자신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엄마에게 해주고 싶다. 내가 기뻤던 만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기뻐한다면 가슴이 벅차리라.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사랑의 역지사지인 셈이다.
좋은 기억을 가져본 마음은 좋은 기억을 만들 줄도 안다.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되돌려주는 기쁨을 안다. 엄마가 불러줬던 자장가 한 구절마저도 사라지지 않고 시가 되어 돌아온다. 이런 생각을 하면 미움이나 화도 조금 수그러든다. 내 좋은 마음이 누군가의 마음을 거쳐 어떻게 자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오늘만큼은 좋은 생각, 좋은 태도를 귀하게 가꾸고 싶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