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을 못 이루어 남산 기슭으로 돌아간다는 그대의 대답.
더 이상 묻지 않으리니 그냥 떠나시오. 그곳엔 흰 구름이 끊이지 않을 테니.
웅지를 펼치지 못해 낙향하는 지인을 배웅하는 자리. 어느 한쪽이 그간의 사연과 곡절을 넋두리처럼 늘어놓으며 석별의 정을 달랠 법도 한데 둘의 대화는 더없이 간결하고 담박(淡泊)하다. 이심전심으로 서로 통하는 게 있어서인가. 끝없이 흐르는 구름처럼 자유와 여유를 누린다는 건 인생 축복의 또 다른 한 측면, 그러니 ‘뜻을 못 이룬’ 이의 낙향을 어쭙잖게 위로하거나 격려한다는 건 자칫 사족(蛇足)으로 치부될 수도 있겠다. 하여 시인은 세상의 질서에 적응하지 못해 좌절한 인생을 향해 실망하거나 불평할 건 없다는 충고 대신 흰 구름의 비유로 위로를 전한다. 끊이지 않는 흰 구름, 그것은 또 일장춘몽처럼 짧디짧은 세속의 부귀공명과 대비되는 무한한 생명력의 표상이기도 할 터다.
시에 등장하는 지인은 누구일까. 당시 시명을 떨치던 맹호연(孟浩然)으로 추정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가 전해진다. 우연한 기회에 현종(玄宗)의 명령으로 즉흥시를 한 수 짓게 된 맹호연, 하필이면 그때 황제의 심기를 건드리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 만다. “재주 없어 명군(明君)께서 날 버리셨고 병 잦으니 친구조차 소원해졌다”는 시구가 담긴 ‘세모에 남산으로 돌아가다’라는 시를 올렸던 것이다. 시를 듣자 황제는 화를 내며 “그대가 벼슬을 구한 적도 없거니와 내가 언제 그대를 버린 적이 있던가”라면서 그에게 낙향을 명했고, 그 후 그는 평생토록 남산 기슭에 머물러야 했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