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운다.
나는 아내보다 더 처량해져서 우는 아내를 본다.
다음 생엔 돈 많이 벌어올게.
아내가 빠르게 눈물을 닦는다.
나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음 생에는 집을 한 채 살 수 있을 거야.
아내는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본다.
다음 생에는 힘이 부칠 때
아프리카에 들러 모래를 한줌 만져보자.
아내는 피식 웃는다.
…중략…
그래도 나는 아내에게 말한다.
다음 생엔 이번 생을 까맣게 잊게 해줄게.
아내는 눈물을 문지른 손등같이 웃으며 말한다.
오늘 급식은 여기까지
이제 반짝반짝 작은 별은 밤하늘에 뜨지 않는다. 대신에 그것은 도시의 아파트촌에 뜬다. 밤이 되면 집집마다 불이 들어오는데 밖에서 보면 밤하늘을 수놓은 별빛처럼 예뻐 보인다. 별만큼이나 많은 저 불빛 중에 내 별은 하나도 없구나 깨닫고 나면 더 예뻐 보인다. 안주철 시인의 시 ‘다음 생에 할 일들’에는 집이 없는 한 부부가 등장한다. 남들은 다 가진 것 같은 돈과 집이 그들에게는 없다. 그래서 아내는 울고, 남편은 우는 아내를 바라본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때 대신 하는 것을 ‘약속’이라고 한다. 이 시의 남편도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없어서 약속을 한다. “다음 생에는 돈을 더 많이 벌어다 줄게.” 지킬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이 약속은 ‘슬픈 약속’이 되어 버린다. 집과 돈 대신, 오늘 밤에는 ‘슬픈 약속’을 먹고 잠들어야 하는 이 부부가 어제의 당신네 같고, 오늘의 우리네 같아서 이 시는 기억에 오래오래 남는다. 모두들 알고 있다. 이 약속이라도 먹지 않으면 배고파서 내일을 살 수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시인은 이번 생이 망했다고 생각할까. 안주철 시인은 그의 시집 맨 마지막 장에 이렇게 써 놓았다. “이 세상에 불행을 보태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오래된 희망은 모두 사라졌지만 새로 만들어야 할 희망은 남았겠지요.” 이 시인은 집이 고픈 것이 아니라 희망이 고픈 것이다. 이 시를 읽는 시간만큼은 별을 갖지 못한, 그러나 별보다 귀한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기원해 본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