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산책길에 지난주 타계하신 어머님을 만나 같다. 동네 공원을 걷다가 Cedar 나무들 사이로 한가운데에 멀뚱 거니 있는 토끼를 만났다. 오른쪽 눈으로 뒤에 있는 나를 바라보며 잠시 멈추더니 앞으로 슬슬 걸어간다. 그러면서도 뒤를 보며 마치 따라오라는 눈빛이다.  토끼가 앞서는 데로 따라갔다.  오른쪽 눈으로 계속 나를 보며 섰다 갔다를 한다.  나도 모르게 어머니, 어머니세요?”라고 말을 던졌다.  잠시 멈칫하더니 토끼는 한두발 앞으로 간다.  

 

열흘 아침나절이었다.  동생이 급히 전화를 걸어왔다.  어머님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 수치가 아주 낮아 위험하시니 빨리 응급실로 가셔야겠다고 한다. 이렇게해서 입원을 하셨고 각종 검사 때마다 어머님은 귀찮아하시는 표정이셨다.  며칠 아무런 말씀도 없이 자다 깨기를 하신다. 전부터 음식을 삼키시질 못하더니 결국 의사가 위에 직접 음식을 넣는 수술을 얘기하게 됐고, 더는 치료를 할지 말지를 상의하게 되었다. 가족들은 치료는 더는 하지 말고 편안하게 해드리자는 쪽으로 기우는데, 끝으로 어머님께 여쭈어보기로 했다. 치료를 원하세요? 그러시면 손을 잡으세요 라는 동생의 말에 아무런 반응이 없으시다. 그럼 편안하게 해드려요?  그러시면 손을 잡으세요.  그때 였다. 어머님 오른쪽 눈가로 물방울이 하나 흘러나온다. 약하나마 동생의 손을 쥐시는 같았다.  동생과 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날 오후 늦게 어머님 몸에 붙였던 모든 의료 장비를 치우고 대신 모르핀을 넣어드렸다.   잠이 드신 듯이 편하게 계신다.  다음날 아침 어머님 곁에서 밤을 지새운 동생의 전화가 집으로 왔다.  숨을 멈추셨다고.  병원에 급히 가보니 어제저녁 모습으로 편히 주무신다.  이마를 만져보니 아직도 약간의 체온이 남아있다. 이미 숨을 거두신 후였다. 창밖엔 때아닌  이슬비가 오락가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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