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 지음/서보경 옮김




운전 명상


40년 전, 베트남에서 나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최초의 수도승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매우 수도승다운 행동이 아니라고 간주되었었다. 그러나 요즘은 수도승도 오토바이도 타고 자동차도 운전한다. 수행자도 세상 돌아가는 현실 상황에 맞추어 현대적인 명상 수련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이 차를 출발하기 전에 암송할 수 있는 간단한 시를 적어보았다. 이 시가 당신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차를 출발하기 전
나는 갈 곳을 알고 있다. 
차와 나는 하나여서
차가 빨라지면 나도 빨라진다."
때로는 자동차를 꼭 이용할 필요가 없는데도 우리는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운전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마음속에서 공허감을 느끼면서도 그것에 맞서고 싶어하지 않는다. 늘 바쁜 것에 시달리면서도 여유로운 시간이 생기면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곤 한다. 우리는 혼자가 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한다. 그래서 텔레비전을 켜거나 소설책을 읽거나 친구와 함께 외출하거나 아니면 차를 몰고 어디론가 간다. 현대 문명은 우리를 이런 식으로 행동하도록 가르치고, 우리 내면과 마주하는 시간을 잃어버리게 하는 많은 일들을 제공한다. 우리가 자동차의 시동을 걸기 전에 이 시를 암송해 보면, 그것이 각성의 횃불 역할을 하여 아무 데도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할 것이다. 우리가 어디를 가든 자아는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므로 자동차를 몰고 나간다고 해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차라리 엔진을 끄고 차 밖으로 나와 걷기 명상을 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고 더 즐거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2백만 평방 마일의 산림이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가스가 주원인인 산성비로 인해 황폐해졌다고 한다. "차를 출발하기 전 나는 가야할 곳을 안다." 이것은 매우 의미 깊은 문제이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 자신의 파멸을 향해서? 나무가 죽는다면 인간도 죽어갈 것이다. 당신이 운전할 필요를 느낀다면 망설이지 말고 출발해라. 그러나 정말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자동차의 시동키를 빼고 대신 공원이나 강둑을 따라 산책하러 가보자. 그러면 당신은 자아를 되찾아 다시 나무와 친구가 될 것이다. 
"차와 나는 하나여서." 
우리는 자신은 주인이고 차는 단지 하나의 도구라는 생각을 갖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기구나 기계를 사용할 때 우리는 변화된다.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연주자는 매우 아름답다. 총을 들고 있는 남자는 위험해 보인다. 차를 운전할 때는 우리는 자신이면서 자동차인 것이다. 
운전은 현대 사회에서 일상적인 일이다. 나는 당신에게 운전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의식을 가지고 운전을 하라는 것이다. 운전하는 동안은 도착지만을 생각한다. 따라서 빨간 신호등이 켜질 때마다 별로 즐겁지가 않다. 빨간 불은 목적지로 가는 것을 방해하는 일종의 적이다. 
그렇지만 빨간 불을 현재 순간으로 돌아와 마음 집중하도록 우리를 일깨우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 다음부터는 당신이 빨간 불 신호를 보면 미소지으며 숨쉬기로 돌아가라.
"숨을 들이쉬면 내 몸은 편안해지고 숨을 내쉬면서 나는 미소짓는다."
짜증나는 감정을 유쾌한 감정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같은 빨간 불 신호지만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우리가 살 수 있는 것은 현재 순간뿐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친구처럼 느껴질 것이다. 


전쟁의 뿌리


내가 미국에서 베트남전 종식을 주창하는 연설을 하고 있을 때 어떤 젊은 평화 운동가가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당신 나라로 돌아가 미국인 침략자들을 패배시키는 것이오. 당신은 여기 있어서는 안되오. 당신이 여기 있는 것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단 말이오!"
그를 포함한 많은 미국인들이 평화를 원했지만 그들이 원하는 평화란 자신들의 분노를 만족시키기 위해 다른 편의 패배를 원하는 것이다. 그들은 종전을 원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분노하여 마침내 자신들의 나라의 패배 이외는 어떤 해결책도 받아들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폭격 속에 신음하던 우리 베트남인들은 좀 더 현실적이 되어야만 했다. 우리가 원한 것은 평화였다.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 패배하느냐는 관심도 없었다. 우리는 단지 쏟아지는 폭격이 멈추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많은 평화 운동가들은 즉각 종전에 대한 우리의 제안을 반대했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청년이 돌아가서 미국 침략자나 패배시키라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을 때 나는 자신을 회복시키기 위해 몇 번 깊이 숨쉬기를 하고 말해야 했다. 
"내가 보기에 대부분의 전쟁의 뿌리는 여기 이 나라에 있소. 이것이 내가 여기 온 이유지요. 그 뿌리들 중 하나가 바로 당신처럼 세상을 보는 방식이오. 두 편 모두 폭력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잘 못된 정책의 희생자일 뿐이오. 나는 베트남인들이 죽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미국 군인들 또한 죽지 않기를 바라고 있소." 법정 스님의 월간 <맑고 향기롭게>에서 http://www.kilsangsa.or.kr/m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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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Peace is Every Step」을 번역한 「이른 아침 나를 기억하라」(틱낫한. 도서출판 지혜의 나무) 에 실린 글입니다. 달라이 라마는 이 책을 "개인의 삶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치 있는 지침서"라고 추천해 주고 있습니다. 세계 평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은 개개인의 내적 변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일 것입니다.
틱낫한(Thich Nhart Hanh. 1926-)은 베트남의 승려이자 시인. 평화운동가로 16세에 불가에 입문하여 평생구도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1967년 마틴루터 킹 목사로부터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한 그는 1980년대 초 프랑스로 망명 보르드 지방에서 명상수련센터 plumvillage(자두마을의 뜻, 흙과 사람. 자연과 인간이 조화로운 곳)를 세워 종교간의 벽을 허물고자 합니다. 저서로 <살아계신 부처, 살아계신 그리스도> <발자국마다 평화> <나를 참이름으로 불러다오> <이 세상은 나의 사랑이며 또한 나다> <이른 아침 나를 기억하라> <첫 사랑은 맨 처음 사랑이 아니다> 등 100여권이 있습니다. ♥ essay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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