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
정조앤 |
Jan 19, 2022 |
905 |
Notice |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
정조앤 |
Apr 05, 2016 |
1095 |
368 |
|
봄길 / 정호승
|
정조앤 |
Apr 08, 2024 |
59 |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
|
367 |
|
딛고 ―유병록(1982∼)
|
정조앤 |
Nov 10, 2022 |
60 |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선한 이여 나에게 바닥을 딛고 일어서라 말하지 마세요 어떻게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네가 활보하다가 잠들던 땅을, 나를 기다리던 땅을 두 팔에 힘을 잔뜩 주고서 구부러진 무릎을 펼쳐서 어떻게 너를 딛고 일어...
|
366 |
|
초록 풀물―공재동(1949∼ )
|
정조앤 |
Aug 29, 2022 |
60 |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풀밭에서 무심코 풀을 깔고 앉았다. 바지에 배인 초록 풀물 초록 풀물은 풀들의 피다. 빨아도 지지 않는 풀들의 아픔 오늘은 온종일 가슴이 아프다. ―공재동(1949∼ ) 얼마 전만 해도 사람들은 코로나에 걸리지...
|
365 |
초극한 직업―김춘추(1944∼ )
|
정조앤 |
Oct 17, 2022 |
60 |
초극한 직업―김춘추(1944∼ )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삼짇날부터 쭉, 초가 제비집 옆에 새끼를 밴 어미거미 베틀에 앉았다 북도 씨줄도 없이 ―김춘추(1944∼ ) 한국인에게 제비는 낯설지 않다. 제비를 본 적도 없는 어린애들도 이 ...
|
364 |
|
숟가락 / 이정록
|
정조앤 |
May 22, 2024 |
60 |
숟가락 / 이정록 작은 나무들은 겨울에 큰단다 큰 나무들이 잠시 숨 돌리는 사이, 발가락으로 상수리도 굴리며 작은 나무들은 한겨울에 자란단다 네 손등이 트는 것도 살집이 넉넉해지고 마음의 곳간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란다 큰애야, 숟가락도 겨울에 큰단...
|
363 |
[유튜브]문정희 시인 서울도서관서 문학콘서트
|
정조앤 |
Jan 14, 2022 |
61 |
|
362 |
|
가을의 시―김현승(1913-1975)
|
정조앤 |
Nov 27, 2023 |
61 |
넓이와 높이보다 내게 깊이를 주소서, 나의 눈물에 해당하는…… 산비탈과 먼 집들에 불을 피우시고 가까운 곳에서 나를 배회하게 하소서. 나의 공허를 위하여 오늘은 저 황금빛 열매를 마저 그 자리를 떠나게 하소서. 당신께서 내게 약속하신 시...
|
361 |
|
낮 동안의 일-남길순(1962∼)
|
정조앤 |
Apr 15, 2024 |
61 |
오이 농사를 짓는 동호씨가 날마다 문학관을 찾아온다 어떤 날은 한아름 백오이를 따 와서 상큼한 냄새를 책 사이에 풀어놓고 간다 문학관은 날마다 그 품새 그 자리 한 글자도 자라지 않는다 햇볕이 나고 따뜻해지면 오이 자라는 속도가 두배 세배 빨라지고 ...
|
360 |
|
계란 프라이 / 마경덕
|
정조앤 |
Feb 21, 2024 |
62 |
계란 프라이 / 마경덕 스스로 껍질을 깨뜨리면 병아리고 누군가 껍질을 깨주면 프라이야, 남자의 말에 나는 삐약삐약 웃었다. 나는 철딱서니 없는 병아리였다. 그 햇병아리를 녀석이 걷어찼다. 그때 걷어차인 자리가 아파 가끔 잠을 설친다. 자다 깨어 날계란...
|
359 |
|
곤드레밥―김지헌(1956∼)
|
정조앤 |
May 04, 2021 |
62 |
봄에 갈무리해놓았던/곤드레나물을 꺼내 해동시킨 후/들기름에 무쳐 밥을 안치고/달래간장에 쓱쓱 한 끼 때운다/강원도 정선 비행기재를 지나/나의 위장을 거친 곤드레는/비로소 흐물흐물해진 제 삭신을/내려놓는다/반찬이 마땅찮을 때 생각나는 곤드레나/톳...
|
358 |
|
하늘 바라기―이준관(1949∼)
|
정조앤 |
Sep 15, 2023 |
62 |
청보리밭 청하늘 종다리 울어대면 어머니는 아지랑이로 장독대 닦아놓고 나는 아지랑이로 마당 쓸어놓고 왠지 모를 그리움에 눈언저리 시큰거려 머언 하늘 바라기 했지 ―이준관(1949∼) 김영하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를 읽다 보면 ‘호...
|
357 |
|
매미 / 박수현
|
이현숙 |
Aug 25, 2023 |
63 |
사내는 빨리 발견되길 바랐던 모양이다 산책로에서 겨우 서너 걸음 떨어진 나무에 목을 매었다 포로로 잡힌 무사가 벗어놓은 방패와 투구처럼 자신의 점퍼와 벙거지 모자를 나뭇가지에 걸쳐두었다 벗어놓은 옷과 모자가 그의 생을 온전히 열어젖히지는 못했는...
|
356 |
|
스위스행 비행기-― 김점용(1965∼2021)
|
정조앤 |
Aug 13, 2021 |
64 |
익룡의 깃털이 비대칭이어서 하늘을 날 수 있었다지만 /이렇게 갑자기 날지는 않았겠지 / 가끔은 적에게 쫓겨 죽은 척도 하고 / 잠시 잠깐 죽는 연습도 하며 / 이 무거운 별에서 이륙하기 위해 죽어라 달리다가 / 덜커덕 죽기도 했겠지 / 한 마리의 익룡이 하...
|
355 |
|
눈―이정록(1964∼)
|
정조앤 |
Oct 29, 2022 |
64 |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그 짓무른 눈망울을 눈 뜨고도 볼 수 없는 싹눈을 온 힘으로 몸을 굴려 등을 떠미는 게 아니다 너 먼저 들어가라 쭈뼛쭈뼛 자리를 바꾸는 까닭은 맷돌구멍 속 삶은 콩들이 서로 가려주려는 것이다 눈꺼풀이 없으니...
|
354 |
|
버드나무 갱년기 / 장석주
|
정조앤 |
Feb 13, 2023 |
65 |
버드나무 갱년기 / 장석주 금요일 저녁엔 영화관람을 하고 일요일 아침엔 흰 셔츠를 입고 버드나무 성당엘 갑니다 강의 서쪽에 살 땐 자꾸 눈물이 차올라 일없이 강가에 나갔다가 돌아오곤 했지요 내 정수리께 새치가 생기고 당신의 쇄골은 아름답고 숭고했습...
|
353 |
|
소리의 그물 / 박종해
|
정조앤 |
Mar 20, 2024 |
65 |
소리의 그물 / 박종해 풀벌레는 달과 별을 빨아들여 소리의 그물을 짠다 명주실 보다 더 가늘고 연한 소리와 소리의 음계에 달빛과 별빛을 섞는다 나뭇잎마다 포르스름한 별빛과 달의 은빛 입술이 맺혀 있다 풀벌레는 이러할 즈음 잊혀진 그녀의 머리칼 한 올...
|
352 |
|
힘의 동경 ―오상순(1894∼1963)
|
정조앤 |
Oct 16, 2020 |
66 |
힘의 동경 ―오상순(1894∼1963) 태양계에 축이 있어 한 번 붙들고 흔들면 폭풍에 사쿠라 꽃같이 별들이 우슈슈 떨어질 듯한 힘을 이 몸에 흠뻑 느껴보고 싶은 청신한 가을 아침― 이 시는 공초 오상순의 것이다. 공초 선생은 결혼도 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었고...
|
351 |
|
내가 천사를 낳았다―이선영(1964∼ )
|
정조앤 |
Apr 29, 2023 |
66 |
내가 천사를 낳았다 배고프다고 울고 잠이 온다고 울고 안아달라고 우는 천사, 배부르면 행복하고 안아주면 그게 행복의 다인 천사, 두 눈을 말똥말똥 아무 생각 하지 않는 천사 누워 있는 이불이 새것이건 아니건 이불을 펼쳐놓은 방이 넓건 좁건 방을 담을 ...
|
350 |
|
둑길 / 함명춘
|
이현숙 |
Aug 30, 2023 |
66 |
또 갈 곳 잃어 떠도는 나뭇잎이랑, 꼭 다문 어둠의 입속에 있다 한숨처럼 쏟아져 나오는 바람이랑, 상처에서 상처로 뿌리를 내리다 갈대밭이 되어버린 적막이랑, 지나는 구름의 손결만 닿아도 와락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별이랑, 어느새 잔뿌리부터 하염없이 ...
|
349 |
|
육탁―배한봉(1962∼ )
|
정조앤 |
Oct 21, 2022 |
67 |
새벽 어판장 어선에서 막 쏟아낸 고기들이 파닥파닥 바닥을 치고 있다 육탁(肉鐸) 같다 더 이상 칠 것 없어도 결코 치고 싶지 않은 생의 바닥 생애에서 제일 센 힘은 바닥을 칠 때 나온다 (하략) ―배한봉(1962∼ ) 산에는 절이 있고, 절 안에는 목어가 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