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방사 해탈 / 백두현

      

 

 

금수산, 신선봉 꼭대기에 가면 병풍 같은 기암절벽 위에 멋지게 자리 잡은 절이 있다. ‘정방사. 충북 제천에서 금성방면으로 청풍호 벚꽃 길을 달려 이에스콘도를 지나면 절 입구 표지판이 나온다. 거기서 절까지 대략 2.6km를 올라가야 하는데 4, 50분 정도 걷다보면 커다란 바위가 갈라진 틈이 길이 되어 신비롭게도 물 흐르듯 찾아온 손님들을 정방사로 안내한다.

이곳 정방사 절터는 옛날 정원이라는 사람이 스승이었던 의상대사에게 가르침을 구하자 지팡이를 던져주며 이 지팡이가 멈추는 곳에 절을 짓고 포교활동을 하면 뜻을 이루리라 하였다는데, 바로 그 지팡이가 날아와 꽂힌 곳이 바로 이 자리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청풍호와 월악의 산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경이 예사롭지 않다. 절의 처마 끝 풍경을 따라 펼쳐진 청풍호 물길은 수려하기 그지없고 나들이 나온 일가의 풍경과 어우러진 월악산은 전설을 무색케 한다. 마치 발아래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 산봉우리는 굽이치는 물결처럼 떠오르고, 물줄기는 산줄기처럼 갈라져 힘차게 흐른다. 꿈인 듯, 영화인 듯 장면 장면이 감동으로 굽이치는 것이다.

더욱이 정방사에는 정방사만의 특별한 감동이 살아 있다. 바로 '해우소'. 정방사 '해우소'는 깎아지른 절벽위에 지어져 참으로 특이하다. 재래식 화장실 특유의 냄새가 나긴 하지만 철푸덕 앉아 천하 절경을 감상하며 볼일을 볼 수 있어 하늘 위의 화장실에 앉아 있는 듯한 묘한 곳이다. 구름에 올라 인간세상을 향해 생리현상을 해결한다고 생각하며 신선을 흉내 내듯 한 편의 노랫말을 지어 보았다.

 

금수산 꼭대기 정방사 안마당에는

병풍 같은 의상대에 천 년 혼이 흐른다네

보고서 행한 죄, 마음으로 지은 죄

이곳에서 청풍호 물길 위로 흘려보내 버리리.

신선봉 꼭대기 정방사 안마당에는

의상대사 지팡이가 날아와 꽂혔다네

듣고서 행한 죄, 알면서 욕심부린 죄

이곳에서 월악을 향해 날려 보내 버리리.

! 모든 죄 흘려보낼 참 자연 터

! 모든 죄 날려 보낼 참 사랑 터

이곳에서 세상 모든 사람 성불하면 좋으리.


구름을 기둥삼은 절벽 위 '해우소'에 쪼그리고 앉아 천 길 낭떠러지 풍광을 감상하며 볼일을 본다는 것, 이렇게 멋진 풍광을 안고 꽃을 싸며 덤으로 시 한 편까지 같이 싼다는 것, 참으로 멋지지 않은가. 이럴 때 사람들은 혼자보기 아깝다 한다. 그래서 나도 조잘조잘 이곳을 알리고 싶다.

새가 되어 골짜기 사이로 풍덩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지긋이 억누르며 아랫배에 살짝 힘을 주었다. '- -' 다리 사이로 힘을 줄 때마다 내대신 '풍덩-' 배설물이 떨어져 나갔다. 새가 되어 조잘조잘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까마득한 절벽 아래 소나무 가지위로 나의 일부가 새도 되고 꽃이 되어 흩어져 나갔다. 사람들의 일부가 사람들에게서 이렇게 천년을 멀어져 간 것이다. 연어처럼 온 곳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참으로 시원하고 또 시원하다. '해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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