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 지고 싶은가, 마음의 근육을 키워라
스트레스 없는 일상은 없다. 완벽한 삶도 없다. 학자들은 여기에 더 심한 말을 보태기도 한다. “행복이란 것은 없고 행복한 성격이 있을 뿐”이라고. 『꾸뻬씨의 행복 여행』을 쓴 프랑스 정신과 의사 프랑수아 를로르는 몇 년 전 한국을 찾았을 때 “행복은 균형의 문제이자 인성의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행복할 수 있는’ 균형과 인성은 어디서, 어떻게 얻어야 하는 걸까. 이와 관련해 최근 ‘회복탄력성’(Resilience) 개념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회복탄력성이란 원래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을 일컫는 말로, 심리학에서는 시련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뜻한다. 최근 출간된 『옵션 B』와 『E형 인간:성격의 재발견』은 각기 큰 역경과 일상의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법을 다룬 책으로, 저자들은 “회복탄력성은 근육처럼 후천적으로 노력과 연습을 통해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삶은 완벽하지 않다=“상실도 슬픔도 실의도 철저히 개인적인 감정이다(…) 어쨌거나 이 어둠을 뚫고 지나가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의 몫이었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48)가 한 말이다. 그의 화려한 배경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말이 그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적어도 ‘그 일’이 그에게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는 하버드대 경제학과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최우등으로 졸업했고, 세계은행·맥킨지를 거쳐, 27세에 미국 재무부 수석보좌관으로 일했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구글 부사장을 거친 뒤 2008년부터 페이스북에서 일해 왔다.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는 그를 “미래의 미국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일’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2015년 아이들을 친정 부모님께 맡기고 모처럼 남편(데이비드 골드버그)과 함께 떠난 멕시코의 휴양지에서 남편이 갑자기 사망한 것이다. 그에게 ‘바위 같은 사람’이었고, ‘평생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살아가리라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휴가지에서 1시간가량 낮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남편의 의자는 비어 있었다. 그리고 후에 헬스장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남편을 발견한다. 그때의 심정을 그는 이렇게 전한다. “나는 지금도 ‘헬스장이 어디죠?’라는 말을 들으면 숨이 턱 막히고 온몸이 굳어버린다. 앞으로도 그 말을 들으면 심장이 요동칠 것 같다.” 정신없이 장례식을 치렀고, 남편 없는 그의 삶이 시작됐다. 그에 따르면, 그것은 “결코 내 자의로는 선택하지 않았을 삶이고, 철저하게 무방비 상태에서 맞닥뜨린 삶”이었다. 옵션 B』는 샌드버그와 애덤 그랜트 와튼 스쿨 심리학 교수가 함께 쓴 책이다. 샌드버그가 ‘삶의 균형이 무너지는’ 자신의 경험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절절하게 털어놨다면, 그랜트 교수는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회복탄력성을 구축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옵션 B’는 상실과 역경으로 마주하게 된 삶을 말한다. 저자들은 “살면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실직, 사업 실패, 이혼, 질병 등으로 ‘옵션 B’를 마주하게 된다”며 “‘옵션 B’를 살아가기 위해선 마음 근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회복탄력성에 달렸다= 회복탄력성은 최근 정신의학부터 심리학·교육학 등의 영역에서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오뚝이 정신’이다. 이 개념은 긍정심리학에서 나왔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 교수인 마틴 셀리그먼은 사람들이 역경에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 수십 년 동안 연구해 왔는데, 그가 바로 긍정심리학의 창시자다. 셀리그먼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사건을 마주했을 때 ‘회복을 방해하는 3가지 생각’ 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이게 내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자책하는 것이다. 둘째는 그 사건이 다른 데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믿는 것이고, 셋째는 영원히 여기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거라며 지레 좌절하는 것이다.
샌드버그는 자신 역시 “세 가지 덫에 걸렸었다”고 한다. ‘내가 남편을 좀 더 일찍 발견했더라면’ ‘건강에 더 좋은 음식을 섭취하라고 말했더라면…’ 하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자책했다. 그리고 “슬픔이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자신과 아이들이 앞으로는 영원히 순수한 기쁨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믿었다.
주목할 것은 샌드버그가 그랜트 교수의 조언을 받아 심리적인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훈련을 지속했다는 점이다. “언제나” “결코”라는 극단적인 말을 “최근에는” “때때로”라는 말로 바꿔 쓰려 노력했고, ‘슬프고 화나는 것은 정상’이라고 생각하며 울고 싶을 땐 울었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자신에게 가장 도움이 된 방법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보는 것이었다고 털어놓는다. 남편이 아이들을 태우고 운전하다가 심장부정맥을 일으켰을 수도 있었다는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세상에 맙소사. 하마터면 가족 셋을 한꺼번에 잃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 순간, 아이들이 여전히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감사했다.”
생각을 바꿔라=회복탄력성은 성격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것일까. 『E형 인간: 성격의 재발견』은 스트레스를 평생 연구해온 변광호(75) 박사가 쓴 책이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를 역임한 그는 일찌감치 스트레스와 성격, 건강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왔다. 그런 그가 “즐거운 인생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성격”으로 제시하기 위해 직접 만든 개념이 바로 ‘E형’ 성격이다.
E형의 ‘E’는 ‘유스트레스’ (Eustress, 좋은 스트레스라는 뜻)에서 따온 것으로, 한마디로 스트레스에 유연한 성격을 뜻한다. 부정적인 스트레스를 대할 때마다 이를 긍정 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해 나쁜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성격을 말한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만 보면 조건반사적으로 화가 치미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는 ‘어쩌면 상사는 나의 성장을 위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편안해지더란다. 저자는 이게 바로 “그의 몸에서 긍정 호르몬인 엔도르핀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약간의 생각 전환만으로 엔도르핀이 나오도록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며 E형 성격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속에 숨어 있는 긍정을 가리켜 “마음의 탄력”이라고 말하는 그는 “우리가 좌절하고 힘들 때 잘 꺼내 쓸 수 있도록 평소 긍정의 생각과 말들로 마음을 단련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E형 인간’에 대한 개념을 발전시킨 것은 정년퇴직하고 노인 요양병원에 근무하면서부터라고. 그곳에서 환자들을 지켜보며 왜 누구는 병과 죽음에 의연하고 담담하게 대처하며, 또 누구는 고통에 신음하며 괴로워할까 궁금했단다. 결국 죽음에 대한 공포와 고통은 똑같지만 이에 대해 대처하는 마음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즐거움을 훈련하라=지난 7월 뉴욕타임스는 ‘중년의 회복탄력성’을 주제로 한 기사를 실었다. “부모님을 여의거나, 실직(혹은 퇴직)을 경험하는 중년이야말로 회복탄력성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회복탄력성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낙관주의를 연습하라(그것도 안 되면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라), 자책하지 마라, 다른 사람들을 도와라,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고 제안했다.
샌드버그는 상실의 경험담을 책으로 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자신이 일하는 페이스북의 장례 유급휴가를 10일에서 20일로 확대했다. 역경에 처한 사람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비영리 조직(OptionB.Org)을 설립했다. 변광호 박사는 ‘스트레스 회복탄력성을 지닌 새로운 E타입 성격’에 대한 논문을 내년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놀랍게도 두 책이 공유하고 있는 대목이 적잖다. 첫째, 인간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둘째, 감사할 줄 아는 마음과 유머는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셋째, 일상에서 ‘즐거움을 훈련’하는 것이 행복에 가까워지는 길이라는 것이다.
*E형 인간, 성격의 재발견* (변광호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