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63)가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스웨던 한림원은 5일(현지시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가즈오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영국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는 2007년 도리스 레싱이후 10년만이다.
이시구로는 일본계로는 가와바다 야스나리(1968)와 오에 겐자부로(1994년)에 이어 세 번째로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난 이시구로는 6세 때인 1960년 영국국립해양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게 된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했다. 이시구로는 영국에서 계속 거주하다 1982년 영국 국적을 취득했다. 켄트대학에서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이스트앵글리아대학에서 문예창작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시구로는 성인이 된 후에야 일본을 한 차례 찾을 정도로 모국과 물리적 거리를 유지했으나 작가 생활 초기에는 일본을 배경으로 한 소설로 주목 받았다. 1982년 낸 첫 소설 ‘창백한 언덕풍경’과 후속편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1986)는 제2차 세계대전 뒤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원자탄 피폭지인 나가사키의 참담한 모습과 재건을 그렸다. 이시구로는 8권의 소설을 냈고,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약해 왔다.
이시구로는 1989년 ‘남아 있는 나날’로 맨부커상을 수상하는 등 현존하는 영어권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그의 대표작인 ‘남아 있는 나날’은 1930년대 격동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귀족의 집사로 충실하게 일하다 사랑 등을 놓친 주인공 스티븐스의 삶을 그렸다. 1993년 유명 배우 안소니 홉킨스과 에마 톰슨 주연의 동명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한림원은 “이시구로는 거대한 감정적 힘을 지닌 소설들을 통해 세계와 이어진 환상의 심연을 탐색해 왔다”고 평가했다. 한림원의 종신회원 사라 다니어스는 “이시구로의 문장은 제인 오스틴과 프란츠 카프카를 섞은 듯한데 마르셀 프로스트의 요소까지 가미돼 있다”고 말했다.
이시구로의 친구이자 유명 작가인 살만 루슈디는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에 “‘창백한 언덕풍경’을 처음 읽은 뒤부터 내가 사랑하고 존경해왔던 나의 오랜 친구 이시(구로)의 수상을 매우 축하한다”며 “그는 기타를 잘 치고 가사도 잘 써 밥 딜런 정도는 쉽게 이긴다”고 밝혔다. 지난해 스웨덴 한림원은 미국 가수 밥 딜런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해 논란을 불렀다. 1901년부터 시상한 노벨문학상의 상금은 900만 크로나(약 12억6,000만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