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입양정책의 피해자였던, 필로미나가 예순을 훌쩍넘겨버린 어느날 헤어졌던 아들을 찾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 과연 필로미나의 삶에서 기적적인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그 과정을 통하여 필로미나는 한층 더 성숙하게 된다.
영화의 요소를 빛내는 건 단연코 필로미나의 역할을 담당한 주디 덴치이다. 매 출연작마다 세련되고 지성미가 넘치는 역할을 도맡았던 주디 덴치는, 동네에서 만나봄직한 '할머니'로 충실히 필로미나의 모습을 그려내었다. 자신이 읽은 책의 이야기를 (식스스미스가 원치 않는데도) 주욱 늘어놓는 모습을 보노라면 한국의 할머니와 크게 다르지 않은 유럽의 할머니의 모습에 연신 미소를 지게 만든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입양사건은, 실제로 아일랜드에서 일어났던 일이라고 한다. 70년 동안 강제 입양정책으로 많은 아이들이 '엄마'의 동의 없이 외국으로 수출되었던 것으로 말이다. 물론 영화에서는 그 내용에 대해 자세하고 깊게 다루지는 않고, 필로미나의 현재와 느낌을 더 따라간다. 그러나 입양에 관한 책임과 정부의 자세, 그리고 '원가족'에 대한 개념 제고 등 다양한 이야깃 거리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거리를 준다.
주1) 필로미나의 기적은 영화의 주인공인 마틴 식스스미스의 ‘잃어버린 아이(The Lost Child of Philomena Lee)'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