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요일 저녁 Pasadena 장로 교회에서 classic guitar 연주를 듣고 왔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고 집사람에게 Pepe Romero가 연주회를 한다고 하니 "그 사람 유명한 사람이에요." 하길래 바로 표를 샀었다.
집에서 한 시간 이상 운전을 해서 Pasadena에 도착했다. 교회앞 카페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간단히 요기하고 연주장으로 들어갔다.
교회당 안에는 파이프 오르간이 보이고 단상에 조그마한 의자가 연주자를 기다리고 있다. 불빛이 환히 비추고. 객석에는 벌써 빈자리가 없이 꽉 차고 있다.
8시가 조금 넘어 드디어 그가 나온다. 백발에 검은 정장을 하고 한 손엔 기타를 들고. 환영의 박수 소리를 들으며 의자에 앉아 간단한 조율을 마친다.
첫 곡이 흘러나온다. 타레가의 곡이다. 눈을 감고 선율을 따라간다.
40여 년 전 대학 일학년 겨울이었다. 유신체제 반대 데모로 학교는 문을 닫았으나 그날은 classic guitar 모임이 있어 학교에 나갔다. 연말에 있을 연주회 준비였다. Handel의 Royal Fireworks 중의 한 악장으로 기억된다. 공대생들만 있는 모임이라 음대생을 지휘자로 초청해서 연습하고 있었다. 창밖으론 하얀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텅 빈 교정엔 잎 떨어진 나무들이 서 있고.
귀에 익은 선율이 들린다. 당시 공부보다 guitar에 푹 빠진 선배들이 치려던 그 곡이다. 마치 무용담처럼 어려운 그 곡을 정복하려고들 했다.
72세라는 나이에도 그의 손놀림이 자유롭기만 하다. 거의 2시간의 연주를 마치고 전원 기립 박수가 나온다. 환하게 웃는 그가 앙코르 곡으로 답을 한다.
조용히 선율이 흘러나온다. 저 먼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의 회상. 꼭 쳐보고 싶었으나 첫 소절 도전에서 그친 그 곡이다.
계속된 앙코르 기립 박수에 그가 또 응답 곡을 하고서야 연주회가 끝이 났다.
교회 밖으로 나오니 수풀 속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반달이 떠 있고.
돌아오는 차 안에선 나지막이 과수원 길 노래를 부르며 졸음을 몰아내고, 집사람은 옆에서 살며시 잠이 들었나 보다. 아카시아 꽃 하얗게 핀 그 옛날의 과수원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