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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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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904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095
48 당신의 방―이승훈(1942∼2018)
정조앤
Nov 20, 2021 301
당신의 방엔 천개의 의자와 천개의 들판과 천개의 벼락과 기쁨과 천개의 태양이 있습니다 당신의 방엘 가려면 바람을 타고 가야 합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아마 당신의 방엔 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나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새는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47 무언으로 오는 봄―박재삼(1933∼1997)
정조앤
Apr 18, 2018 303
무언으로 오는 봄―박재삼(1933∼1997) 뭐라고 말을 한다는 것은 천지신명께 쑥스럽지 않느냐 참된 것은 그저 묵묵히 있을 뿐 호들갑이라고는 전연 없네 말을 잘함으로써 우선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그 무지무지한 추위를 넘기고 사방에 봄빛이 깔리고 있는데 할...  
46 사령 - 김수영(1921∼1968)
정조앤
Jun 10, 2019 311
사령 - 김수영(1921∼1968) ……활자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영은 죽어있는 것이 아니냐 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아라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아라 이 황혼도 저...  
45 신문지 밥상 ― 정일근(1958∼)
정조앤
Mar 17, 2020 318
신문지 밥상 ― 정일근(1958∼) 더러 신문지 깔고 밥 먹을 때가 있는데요 어머니, 우리 어머니 꼭 밥상 펴라 말씀하시는데요 저는 신문지가 무슨 밥상이냐며 궁시렁궁시렁하는데요 신문질 신문지로 깔면 신문지 깔고 밥 먹고요 신문질 밥상으로 펴면 밥상 차려 ...  
44 다정이 나를 / 김경미
정조앤
Feb 21, 2021 320
누가 다정하면 죽을 것 같았다 장미꽃나무 너무 다정할 때 그러하듯이 저녁 일몰 유독 다정할 때 유독 그러하듯이 뭘 잘못했는지 다정이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 ―김경미(1959∼)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이조년이 쓴 시조의 ...  
43 기차표 운동화 ― 안현미(1972∼)
정조앤
Oct 11, 2019 338
기차표 운동화 ― 안현미(1972∼) 원주시민회관서 은행원에게 시집가던 날 언니는 스무 해 정성스레 가꾸던 뒤란 꽃밭의 다알리아처럼 눈이 부시게 고왔지요 서울로 돈 벌러 간 엄마 대신 초등학교 입학식 날 함께 갔던 언니는 시민회관 창틀에 매달려 눈물을 ...  
42 행복론 ―조지훈(1920∼1968)
정조앤
Nov 12, 2020 340
행복론 ―조지훈(1920∼1968) 멀리서 보면 / 보석인 듯 주워서 보면 / 돌멩이 같은 것 울면서 찾아갔던 / 산 너머 저쪽. 아무 데도 없다 / 행복이란 스스로 만드는 것 / 마음속에 만들어 놓고 혼자서 들여다보며 / 가만히 웃음짓는 것. (후략) 1967년 10월 27일...  
41 병상록 ― 김관식(1934∼1970)
정조앤
Oct 23, 2018 348
병상록 ― 김관식(1934∼1970) 병명도 모르는 채 시름시름 앓으며 몸져 누운 지 이제 10년. 고속도로는 뚫려도 내가 살 길은 없는 것이냐. 간, 심, 비, 폐, 신… 오장이 어디 한 군데 성한 데 없이 생물학 교실의 골격 표본처럼 뼈만 앙상한 이 극한 상황에서… ...  
40 그날 - 곽효환(1967∼ )
정조앤
Jun 10, 2019 349
그날 - 곽효환(1967∼ ) 그날, 텔레비전 앞에서 늦은 저녁을 먹다가 울컥 울음이 터졌다 멈출 수 없어 그냥 두었다 오랫동안 오늘 이전과 이후만 있을 것 같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밤, 다시 견디는 힘을 배우기로 했다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고대’라...  
39 두 사람 ― 이병률(1967∼)
정조앤
Mar 17, 2020 349
두 사람 ― 이병률(1967∼) 세상의 모든 식당의 젓가락은 한 식당에 모여서도 원래의 짝을 잃고 쓰여지는 법이어서 저 식탁에 뭉쳐 있다가 이 식탁에서 흩어지기도 한다 오랜 시간 지나 닳고 닳아 누구의 짝인지도 잃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다가도 무심코...  
38 성선설―함민복 (1962∼ )
정조앤
Jun 25, 2018 351
성선설―함민복 (1962∼ )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어머님 배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단 세 줄이 시의 전체이다. 읽고 나서 이해 못할 사람이 없다. 짧고 쉽지만 묘하다. 아니, 짧고 쉬워서 묘하다. 우리의 눈은 단...  
37 약속 ― 박인환(1926-1956)
정조앤
Aug 27, 2018 356
약속 ― 박인환(1926-1956) 먹을 것이 없어도 배가 고파도 우리는 살아 나갈 것을 약속합시다.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 못하나 푸른 하늘과 내 마음은 영원한 것 오직 약속에서 오는 즐거움을 기다리면서 남보담 더욱 진실히 살아 나갈 것을 약속합시다. 시인 박...  
36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 조병화(1921∼2003)
정조앤
Jan 08, 2020 358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 조병화(1921∼2003) 나보다 앞선 벗들이 인생은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한 것이라고 말을 두고 돌아들 갔습니다 벗들의 말을 믿지 않기 위하여 나는 온 생명을 바치고 노력을 했습니다 인생이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하다 하더라도 나는 당...  
35 채송화 ―송찬호(1959∼ )
정조앤
Jun 06, 2018 359
채송화 ―송찬호(1959∼ ) 이 책은 소인국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을 땐 쪼그려 앉아야 한다 책 속 소인국으로 건너가는 배는 오로지 버려진 구두 한 짝 깨진 조각 거울이 그곳의 가장 큰 호수 고양이는 고양이 수염으로 알록달록 포도씨만 한 주석을 달고 비둘...  
34 성녀와 마녀 사이/ 김승희
admin
Mar 16, 2016 367
성녀와 마녀 사이/ 김승희 엄마, 엄마 그대는 성모가 되어 주세요. 신사임당 엄마처럼 완벽한 여인이 되어 나에게 한 평생 변함없는 모성의 모유를 주셔야 해요. 여보, 여보 당신은 성녀가 되어 주오 간호부처럼 약을 주고 매춘부처럼 꽃을 주고 튼튼실실한 ...  
33 여자에게 미움이란 / 김남조
정조앤
Oct 10, 2018 368
여자에게 미움이란 / 김남조 미움은 까닭 있는 감정이다. 사랑은 차라리 이유 없이 솟아 나지만 미움은 왜 미워지게 되었는지는가 비교적 분명하다. 처음부터 미워진 일은 찾기 어렵고 시초엔 다른 것이었다가 몇 고비의 과정 끝에 미움으로 돌아 앉는다. 그러...  
32 국수 / 백석
정조앤
Mar 02, 2022 377
국수 / 백석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  
31 꽃에 물 주는 뜻은 ― 오일도(1901∼1946)
정조앤
Sep 16, 2018 380
꽃에 물 주는 뜻은 ― 오일도(1901∼1946) 한 포기 작은 꽃에 물 주는 뜻은 여름 오거든 잎 자라라는 탓입니다. 남들이 말하기를- 가을 오거든 열매 맺으라는 탓입니다. 남들이 말하기를 돌과 모래 위에 어이 열매 맺을까 그러나 나는 꽃에 물을 줍니다. (중략)...  
30 강우―김춘수(1922∼2004)
정조앤
May 23, 2018 399
강우―김춘수(1922∼2004) 조금 전까지는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29 자모사 ― 정인보(1893∼1950)
정조앤
Nov 26, 2018 399
자모사 ― 정인보(1893∼1950) 12 바릿밥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 두둑히 다 입히고 겨울이라 엷은 옷을 솜치마 좋다시더니 보공되고 말어라 19 어머니 부르올 제 일만 있어 부르리까 젖먹이 우리 애기 왜 또 찾나 하시더니 황천이 아득하건만 혼자 불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