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n In

today:
753
yesterday:
934
Total:
1,381,490


詩 산책

Articles 408
No.
Subject
Author
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904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095
168 가을 손 -이상범(1935∼ )
정조앤
Nov 20, 2021 144
두 손을 펴든 채 가을 볕을 받습니다 하늘빛이 내려와 우물처럼 고입니다 빈 손에 어리는 어룽이 눈물보다 밝습니다. 비워 둔 항아리에 소리들이 모입니다 눈발 같은 이야기가 정갈하게 씻깁니다 거둘 것 없는 마음이 억새꽃을 흩습니다. 풀향기 같은 성좌가 ...  
167 병점 ― 최정례(1955∼)
정조앤
Aug 27, 2019 146
병점 ― 최정례(1955∼) 병점엔 조그만 기차역 있다 검은 자갈돌 밟고 철도원 아버지 걸어 오신다 철길 가에 맨드라미 맨드라미 있었다 어디서 얼룩 수탉 울었다 병점엔 떡집 있었다 우리 어머니 날 배고 입덧 심할 때 병점 떡집서 떡 한 점 떼어먹었다 머리에 ...  
166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 이장욱(1968∼)
정조앤
Jan 08, 2020 146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 이장욱(1968∼) 서로 다른 사랑을 하고 서로 다른 가을을 보내고 서로 다른 아프리카를 생각했다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드디어 외로운 노후를 맞고 드디어 이유 없이 가난해지고 드디어 사소한 운명을 수긍했다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  
165 벙어리장갑 ― 오탁번(1943∼)
정조앤
Feb 24, 2020 146
벙어리장갑 ― 오탁번(1943∼) 여름내 어깨순 집어준 목화에서 마디마디 목화꽃이 피어나면 달콤한 목화다래 몰래 따서 먹다가 어머니한테 나는 늘 혼났다 그럴 때면 누나가 눈을 흘겼다 ―겨울에 손 꽁꽁 얼어도 좋으니? (…중략…) 까치설날 아침에 잣눈이 내리...  
164 달이 뜨고 진다고 ―이수정(1974∼)
정조앤
Apr 05, 2020 147
달이 뜨고 진다고 ―이수정(1974∼) 달이 뜨고 진다고 너는 말했다 수천 개의 달이 뜨고 질 것이다 …(중략)… 은지느러미의 분수 공중에서 반짝일 때, 지구 반대편에서 손을 놓고 떠난 바다가 내게 밀려오고 있을 것이다 심해어들을 몰고 밤새 내게 한 사람의 목...  
163 나란히―육호수 시인(1991∼)
정조앤
Apr 29, 2023 147
소반 위에 갓 씻은 젓가락 한 켤레 나란히 올려두고 기도의 말을 고를 때 저녁의 허기와 저녁의 안식이 나란하고 마주 모은 두 손이 나란하다 나란해서 서로 돕는다 식은 소망을 데우려 눈감을 때 기도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반쪽 달이 창을 넘어 입술 나란히 ...  
162 달―최원규(1933∼)
정조앤
Jun 14, 2022 150
달―최원규(1933∼)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바람 속에 묻혀 있기 때문이리 없어진 것이 아니라 그대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잎새에 가려 있기 때문이리 없어진 것이 아니라 그대 미소가 보이지 않는 것은 수미산이 가려 있기 때문...  
161 고향으로 간다 ― 김용호(1912∼1973)
정조앤
Sep 24, 2018 151
고향으로 간다 ― 김용호(1912∼1973) 어느 간절한 사람도 없는 곳 고향으로 간다 머나먼 날 저버린 고향으로 내가 간다 낡은 옷 훌훌이 벗어버리고 생미역 냄새 하암북 마시며 고향으로 간다 잃어버려, 끝내 잃어버려 없는 고향이라 포개둔 그리움이 한결 짙어...  
160 대결 ― 이상국(1946∼ )
정조앤
Mar 02, 2019 152
대결 ― 이상국(1946∼ ) 큰눈 온 날 아침 부러져 나간 소나무들 보면 눈부시다 그들은 밤새 뭔가와 맞서다가 무참하게 꺾였거나 누군가에게 자신을 바치기 위하여 공손하게 몸을 내맡겼던 게 아닐까 조금씩 조금씩 쌓이는 눈의 무게를 받으며 더 이상 견딜 수 ...  
159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원하(1989∼)
정조앤
Jul 15, 2020 152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원하(1989∼) 유월의 제주/종달리에 핀 수국이 살이 찌면/그리고 밤이 오면 수국 한 알을 따서/착즙기에 넣고 즙을 짜서 마실 거예요/수국의 즙 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거든요/그러기 위해서 매일 수국을 감시합니다/나에게 ...  
158 어떤 사람 ―신동집(1924∼2003)
정조앤
Aug 13, 2020 152
어떤 사람 ―신동집(1924∼2003)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별을 돌아보고 늦은 밤의 창문을 나는 닫는다. 어디선가 지구의 저쪽 켠에서 말 없이 문을 여는 사람이 있다. 차갑고 뜨거운 그의 얼굴은 그러나 너그러이 나를 대한다. 나즉히 나는 묵례를 보낸다. 혹시는...  
157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1949∼ )
정조앤
Dec 27, 2020 152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1949∼ ) 나 하나 꽃 피어/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말하지 말아라/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결국 풀밭이 온통/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말하지 말아라/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결국 온 산이...  
156 그 꿈 다 잊으려고-정양(1942년∼)
정조앤
Dec 14, 2021 152
밤마다 꿈을 꾸어도 아침마다 대개는 잊어버리고 어쩌다 한 토막씩 말도 안 되게 남아 있다 나는 한평생 얼마나 많은 꿈을 꾸었나 잊어도 좋은 꿈들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고, 꿈꾸며 살 날은 얼마 남아 있지 않다 나는 한평생 얼마나 많은 꿈을 잊었나 사는...  
155 뒤편― 천양희(1942∼)
정조앤
Apr 25, 2022 153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 퍼진다 저 소리 뒤편에는 무수한 기도문이 박혀 있을 것이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 천양희(1942∼) ‘Passion&rsqu...  
154 업어주는 사람 ―이덕규 시인(1961∼ )
정조앤
May 20, 2023 153
오래전에 냇물을 업어 건네주는 직업이 있었다고 한다 / 물가를 서성이다 냇물 앞에서 난감해하는 이에게 넓은 등을 내주는 /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중략) 병든 사람을 집에까지 업어다주고 그날 받은 삯을 / 모두 내려놓고 온 적도 있다고 한다 / 세상...  
153 이생―하재연(1975∼ )
정조앤
Apr 01, 2021 154
엄마가 나 되고 내가 엄마 되면 그 자장가 불러줄게 엄마가 한 번도 안 불러준 엄마가 한 번도 못 들어본 그 자장가 불러줄게 내가 엄마 되고 엄마가 나 되면 예쁜 엄마 도시락 싸 시 지으러 가는 백일장에 구름처럼 흰 레이스 원피스 며칠 전날 밤부터 머리...  
152 제주바다 1 ― 문충성(1938∼2018)
정조앤
Dec 26, 2018 155
제주바다 1 ― 문충성(1938∼2018) 누이야 원래 싸움터였다 바다가 어둠을 여는 줄로 너는 알았지? 바다가 빛을 켜는 줄로 알고 있었지? 아니다 처음 어둠이 바다를 열었다 빛이 바다를 열었지 싸움이었다 어둠이 자그만 빛들을 몰아내면 저 하늘 끝에서 빛들이...  
151 꽃 이름을 물었네 / 길상호 2
정조앤
Feb 21, 2021 156
이건 무슨 꽃이야?/꽃 이름을 물으면/엄마는 내 손바닥에 구멍을 파고/꽃씨를 하나씩 묻어 주었네/봄맞이꽃, 달개비, 고마리, 각시붓꽃, 쑥부쟁이/그러나 계절이 몇 번씩 지나고 나도/손에선 꽃 한 송이 피지 않았네/지문을 다 갈아엎고 싶던 어느 날/누군가 ...  
150 여행 - 이진명(1955∼ )
정조앤
Aug 27, 2019 157
여행 - 이진명(1955∼ ) 누가 여행을 돌아오는 것이라 틀린 말을 하는가 보라. 여행은 안 돌아오는 것이다 첫 여자도 첫 키스도 첫 슬픔도 모두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들은 안 돌아오는 여행을 간 것이다 얼마나 눈부신가 안 돌아오는 것들 다시는 안 돌아오는 ...  
149 새봄 9―김지하(1941∼2022)
정조앤
May 15, 2022 157
새봄 9―김지하(1941∼2022)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벚꽃 지는 걸 보니 푸른 솔이 좋아 푸른 솔 좋아하다 보니 벚꽃마저 좋아 ―김지하(1941∼2022) 이게 전부냐고 묻는다면 전부라고 답하겠다. ‘새봄’이라는 제목을 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