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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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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904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095
188 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아니듯이 / 정현우
정조앤
Dec 14, 2023 129
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아니듯이 / 정현우 용서할 수 없는 것들을 알게 될 때 어둠 속에 손을 담그면 출렁이는 두 눈, 검은 오늘 아래 겨울이 가능해진 밤, 도로에 납작 엎드린 고양이 속에서, 적막을 뚫는 공간, 밤에서 밤을 기우는 무음, 나는 흐릅니다. 겨...  
187 밤길 ― 장석남(1965∼ )
정조앤
Sep 08, 2020 130
밤길 ― 장석남(1965∼ ) 밤길을 걷는다 걸음은 어둠이나 다 가져라 걸음 없이 가고 싶은 데가 있으니 어둠 속 풀잎이나 바람결이나 다 가져라 걸어서 닿을 수 없는 데에 가고 싶으니 유실수들 풋열매 떨어뜨리는 소리 이승의 끝자락을 적신다 (…) 낮이 있으면 ...  
186 포기하고 싶다면 / 홍지호
정조앤
Feb 21, 2021 131
《옥상에 올라온 참새를 보고 놀라다가 아 너는 새지 너는 날 수가 있지, 라고 중얼거렸다 살아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아 있다 너무 위험하다고 느껴질 때는 나한테 전화해도 된다고 선생님이 말해줄 때 고마웠다 삶은 어디에나 있다 삶은 어디에나 삶은 어디에...  
185 담에 빗자루 기대며―신현정(1948∼2009)
정조앤
Jan 28, 2021 133
담에 빗자루 기대며―신현정(1948∼2009) 이 빗자루 손에 잡아보는 거 얼마만이냐/여기 땅집으로 이사와 마당을 쓸고 또 쓸고 한다/얼마만이냐/땅에 숨은 분홍 쓸어보는 거 얼마만이냐/마당에 물 한 대야 확 뿌려보는 거 얼마만이냐/땅 놀래켜보는 거 얼마만이...  
184 그림자―함민복(1962∼)
정조앤
Jan 28, 2022 133
입력 2022-01-29 03:00업데이트 2022-01-29 03:0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금방 시드는 꽃 그림자만이라도 색깔 있었으면 좋겠다 어머니 허리 휜 그림자 우두둑 펼쳐졌으면 좋겠다 찬 육교에 엎드린 걸인의 그림자 따듯했으면 좋겠다 마음...  
183 돌아가는 것 - 이영광(1965년∼)
정조앤
May 23, 2019 134
돌아가는 것 - 이영광(1965년∼) 요 몇 해, 쉬 동물이 되곤 했습니다 작은 슬픔에도 연두부처럼 무너져 내려서, 인간이란 걸 지키기 어려웠어요 당신은 쉽습니까 그렇게 괴로이 웃으시면서 요 몇 해, 자꾸 동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눈물이라는 동물 동물이라...  
182 단순하게 느리게 고요히―장석주(1954∼)
정조앤
Apr 17, 2022 135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땅거미 내릴 무렵 광대한 저수지 건너편 외딴 함석 지붕 집 굴뚝에서 빠져나온 연기가 흩어진다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오, 저것이야! 아직 내가 살아 보지 못한 느림! ―장석주(1954∼) 우리는 ‘깊은...  
181 길 ―정희성(1945∼)
정조앤
Jun 02, 2020 137
길 ―정희성(1945∼) 아버지는 내가 법관이 되기를 원하셨고 /가난으로 평생을 찌드신 어머니는/아들이 돈을 잘 벌기를 바라셨다 그러나 어쩌다 시에 눈이 뜨고/애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나는 부모의 뜻과는 먼 길을 걸어왔다 나이 사십에도 궁티...  
180 뼈아픈 후회 / 황지우(1952∼)
정조앤
Oct 29, 2020 137
뼈아픈 후회 / 황지우(1952∼)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가을’ 하면 추수...  
179 하늘과 땅 사이에 ― 김형영(1945∼ )
정조앤
Dec 26, 2018 138
하늘과 땅 사이에 ― 김형영(1945∼ ) 눈 덮인 산중 늙은 감나무 지는 노을 움켜서 허공에 내어건 홍시 하나 쭈그렁밤탱이가 되어 이제 더는 매달릴 힘조차 없어 눈송이 하나에도 흔들리고 있는 홍시 하나 하늘과 땅 사이에 외롭게 매달린 예수처럼 바람으로 바...  
178 거리의 악사(樂士) / 박경리(朴景利)
정조앤
Jun 17, 2019 138
거리의 악사(樂士) / 박경리(朴景利) 작년과 금년, 여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제일 인상에 남는 것은 거리의 악사(樂士)다. 전주(全州)에 갔을 때, 아코디언을 켜고 북을 치면서 약(藥) 광고를 하고 다니는 풍경에 마음이 끌렸고, 작년 가을 대구(大...  
177 원석(原石) ― 정진규(1939∼2017)
정조앤
Nov 12, 2019 139
원석(原石) ― 정진규(1939∼2017) 사람들은 슬픔과 외로움과 아픔과 어두움 같은 것들을 자신의 쓰레기라 생각한다 버려야 할 것들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것들을 줍는 거지 사랑하는 거지 몇 해 전 집을 옮길 때만 해도 그들의 짐짝이 제일 많았다 그대...  
176 모르는 것―임지은(1980∼)
정조앤
Jul 14, 2021 139
이 작고 주름진 것을 뭐라 부를까? 가스 불에 올려놓은 국이 흘러넘쳐 엄마를 만들었다 나는 점점 희미해지는 것들의 목소리를 만져보려고 손끝이 예민해진다 잠든 밤의 얼굴을 눌러본다 볼은 상처 밑에 부드럽게 존재하고 문은 바깥을 향해 길어진다 엄마가 ...  
175 저수지―권정우(1964∼)
정조앤
May 04, 2021 140
자기 안에 발 담그는 것들을 물에 젖게 하는 법이 없다 모난 돌멩이라고 모난 파문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검은 돌멩이라고 검은 파문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산이고 구름이고 물가에 늘어선 나무며 나는 새까지 겹쳐서 들어가도 어느 것 하나 상처입지 않는다 바...  
174 빈들―고진하(1953∼)
정조앤
Oct 01, 2021 140
늦가을 바람에 마른 수숫대만 서걱이는 빈들입니다 희망이 없는 빈들입니다 사람이 없는 빈들입니다 내일이 없는 빈들입니다 아니, 그런데 당신은 누구입니까 아무도 들려 하지 않는 빈들 빈들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당신은―고진하(1953∼) 고진하 시인은 강...  
173 사과야 미안하다 / 정일근
정조앤
Jun 05, 2023 141
사과야 미안하다 / 정일근 사과 과수원을 하는 착한 친구가 있다. 사과꽃 속에서 사과가 나오고 사과 속에서 더운 밥 나온다며, 나무야 고맙다 사과나무야 고맙다. 사과나무 그루 그루마다 꼬박꼬박 절하며 과수원을 돌던 그 친구를 본 적이 있다. 사과꽃이 ...  
172 빨래―김혜숙(1937∼ ) 1
정조앤
Apr 01, 2021 143
빨래로 널려야지 부끄럼 한 점 없는 나는 빨래로 널려야지. 피얼룩 기름때 숨어 살던 눈물 또 서툰 사랑도 이젠 다 떨어버려야지. 다시 살아나야지. 밝은 햇볕 아래 종횡무진 바람 속에 젖은 몸 다 말리고 하얀 나래 퍼득여야지 한 점 부끄러움 없는 하얀 나...  
171 14K ― 이시영(1949∼ )
정조앤
May 13, 2019 144
14K ― 이시영(1949∼ ) 어머님 돌아가셨을 때 보니 내가 끼워드린 14K 가락지를 가슴 위에 꼬옥 품고 누워 계셨습니다. 그 반지는 1972년 2월 바람 부는 졸업식장에서 내가 상으로 받은,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어머님의 다 닳은 손가락에 끼워드린 것으로, 여...  
170 이슬방울 ―이태수(1947∼)
정조앤
Mar 26, 2020 144
이슬방울 ―이태수(1947∼) 풀잎에 맺혀 글썽이는 이슬방울 위에 뛰어내리는 햇살 위에 포개어지는 새소리, 위에 아득한 허공. …(중략)… 허공에 떠도는 구름과 소나무 가지에 매달리는 새소리, 햇살들이 곤두박질하는 바위 위 풀잎에 내가 글썽이며 맺혀 있는 ...  
169 12월 ―홍윤숙(1925∼2015)
정조앤
Dec 27, 2020 144
12월 ―홍윤숙(1925∼2015) 한 시대 지나간 계절은/모두 안개와 바람/한 발의 총성처럼 사라져간/생애의 다리 건너/지금은 일년 중 가장 어두운 저녁/추억과 북풍으로 빗장 찌르고/안으로 못을 박는 결별의 시간/이따금 하늘엔/성자의 유언 같은 눈발 날리고/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