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침 대학 동기들의 카톡방에 친구의 영면을 알리는 소식이 올라왔다.  몇주전 호스피스에 입원한다고 전한 후, 침대에 누워 활짝 웃으며 손으로 승리의 v자를 그려 보이던 사진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의 췌장암과의 투병은 2년여 전 카톡방에서 알게 되었다. 아들의 권유로 건강검진을 받았고, 말기 판정 후에 독일로 치료차 떠나면서 그의 투병기는 사진과 함께 거의 매일 올라왔다. 친구들의 격려 댓글이 뒤따르면서 동기들이 그의 일상을 함께 했다. 

 

그의 글에는 자세한 치료내용과 함께  마음의 움직임이 적혀있었다.  절대자를 향한 간절한 기도와 믿음, 병간호하는 아내와 친지들에 대한 감사도 함께하고. 

 

독일에서의 치료는 성공적 같았다.  소화기가 치료로 손상을 입은 듯한 부작용 이외에는.  귀국후 그의 투병기는 계속되었고, 항암치료를 받으며, 대학에서 강의하게 되도록 호전되었을 때는 그의 투병기는 곧 좋은 마감을 할 듯 보였다.  동기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인간 역전과 승리의 드라마였다. 

 

그는 대학 시절, 인천에서 서울로 기차 통학을 했고 별명이 “인간 신모”로 불릴 정도로 투지력이 남달랐다. 회사 시절에도 새 기술을 배우기 위해 대학원에 아예 침대를 갖다 놓고 지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갑작스러운 그의 입원 소식이 올라왔다.  아들이 쓰러져있는 그를 집에서 발견해서 위험한 순간은 피했다고 했다. 패혈증 이었다고 기억된다.  아마도 계속된 항암치료로 약해진 면역력 때문에 같았다. 이후 사진 속 그의 모습은 많이 변하고, 희망을 놓지 말라는 동기들의 격려도 함께했다. 


항상 열심히 살아온 그에게 이런 시련은 왜 있었을까?  그의 소식을 접하고 나 스스로 묻게 된다. 인과에 의한 자연법칙이라고 하기엔 너무 차갑지 않은가.  간밤의 아름다운 보름달이 있는 이 세상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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