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완전정복]
영국 작가 플로라 유크노비치
3월 경매서 44억원 기록 경신
로코코 연상 고전적 화풍과
여성주의적 신화 재해석 주목
화려한 색채도 SNS시대 어울려
미술시장에 신데렐라가 탄생했습니다.
3월 런던 크리스티·소더비 경매에선 프란츠 마르크의 '여우'(685억)와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970억원)이 작가의 신기록을 쓰며 화제를 모았지만 주인공은 플로라 유크노비치(Flora Yukhnovich)였습니다.
1일 크리스티에선 2017년작 'Tu vas me faire rougir(넌 나를 붉어지게 만들어)'가 경합 끝에 약 190만 파운드(31억원)에 낙찰되며 추정가를 6배 경신했습니다.
이 작가는 미디어아트와 조소 등에 주목하는 또래 작가들과 달리 초대형 회화에만 매진합니다. 사탕 같은 화려한 색채로 물감을 두텁게 바르는 기법은 반추상 회화로 분류됩니다. 작품을 보며 프라고나르(Fragonard), 부셰(Boucher), 조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Tiepolo) 등이 떠오르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18세기 로코코 화가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입니다. 거장들의 고전을 덧칠해 지워버린 듯한 작업은 친근한 고전의 재해석이자 급진적인 자신의 메세지도 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쟁쟁한 여성화가들이 소속된 런던 빅토리아 미로 화랑에서는 3월 1~26일 대규모 개인전 'Thirst Trap'(SNS에 올리는 시선을 강탈하는 사진을 뜻하는 말)을 열고 있습니다. 이 전시에는 작가의 특징이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바다의 거품'은 바다의 거품 속에서 탄생하는 비너스의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그녀는 미이자, 은총'이란 삼면화는 17세기 루벤스의 '비너스의 축제'를 다시 그렸습니다. 이상적인 미의 여신이 아닌 성적 욕망의 여신이자 폭력의 기원이기도 한 비너스를 표현한 것입니다. 작업실에는 숱한 과거의 명화와 최신 패션잡지가 가득합니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를 막론하고 영감을 주는 이미지를 재해석하는 걸 즐깁니다.
그가 시장에서 각광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SNS 시대의 도래입니다. 파라핀 갤러리의 매트 와킨스는 유크노비치의 작품을 인스타그램에서 소개해 인기를 촉발시켰습니다. 고립되고 폐쇄된 코로나19 시대에 근대 유럽과 그리스 신화 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해주는 화려한 색채의 작가가 주목받는 건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김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