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모닝커피를 끓이면서…

세상의 남편 여러분, 당신은 이른 새벽 아내를 위해 커피를 끓여본 적이 있으십니까.  모닝커피 한 잔을 만들어 아내가 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린다거나, 코끝에 번지는 커피향으로 아침을 깨웠던, 그런 경험이 혹시 있으십니까.  
 
몇 분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시고, 어떤 분은 빙그레 웃고만 계시는군요. 그렇습니다. 남편 여러분의 아내에 대한 그 갸륵한 심정을 몰라서 묻는 말이겠습니까. 스쳐가는 말로 한 번 물어 본 것이지요. 그런데 몇 분은 그냥 쑥스럽게 머리만 긁적이고 계시는군요. 아직 한 번도 그런 경험이 없으시나 보지요. 괜찮아요, 나이든 남편들이야 다 그렇지요. 그렇지만 내일 아침 한번 실행해 보세요. 조금 쑥스럽더라도 큰 맘 먹고 한 번만 해 보세요. 세상 모든 게 처음 한 번, 그 시작이 중요하다는 걸 선생님께선 이미 아시지 않아요.  
 
다음날부터 당신은 세상이 달라져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하루 이틀에 느끼지 못하신다면 한 달만, 아니 반달만 그렇게 계속해 보십시오. 틀림없이 당신은 제 말을 이해하시게 될 것입니다. 커피 한 잔 때문에 세상이 달라지다니 무슨 농담을  하느냐고 반문하시는군요. 하긴 무리도 아니지요. 우리 모두 만져보고 나서야 비로소 믿게 되는 토마(도마)의 후예들이니까요. 속는 셈치고 한 번 해보세요. 뭐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 잔 끓이는 그 일이, 커피향으로 아내의 잠을 깨우는 그 일이 말입니다.  
 
당신은 해 봤나요? 어떤 분이 물으시네요. “이봐, 해봤어?” 생전의 정주영 회장처럼 다그치시네요. 해보지 않은 일을 이렇게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겠어요. 제 이야기 보다는 어느 시인의 시 한 편이 훨씬 더 선생님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을 성싶네요. 조희영 시인의 ‘아침 커피’라는 시입니다.   


“찻잔을 데우기 전에/ 먼저/ 마음을 데워야 하리/ 아침마다 떠나는/ 우리는/ 서로의 가슴만한/ 인사를 나눈다/ 이민의 세월만큼/ 쌓여 가는/ 커피의 향/ 조금씩 떨어지는/ 물방울 보며/ 성급해서는 안 되지/ 아침마다 전해주는/ 따스한 마음을/ 오늘도 마신다/ 그대와 내가/ 함께 사는 날까지/ 서로의 향기를 마신다.”  
 
그렇습니다. 커피를 끓이려면 우선 내 가슴이 따뜻해져야 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는 찻잔을 데울 수가 없습니다. 그 마음 그대로가 한 잔의 커피에 담겨 아내에게 전해집니다. 사실 나도 이 시를 읽기 전까지만 해도, 아내의 마음을 그저 어림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를 통하여 그 심정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아침 커피 한 잔을 마련하는 일은 나와 아내를 동시에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그 일이 가정과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는 출발점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아직 모닝커피를 끓여보지 못한 남편 여러분, 내일부터 아내를 위해 아침 커피를 끓여보지 않으시겠습니까. 껍질을 깨는 순간, 당신 앞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입니다.  

정찬열 / 시인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