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수필’ 부문 빠진 재외동포문학상

제23회 재외동포문학상 수상작이 발표됐다. 이 상은 재외동포재단이 재외동포들의 한글 문학창작 활동을 장려하고 우리 국민의 재외동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1999년부터 매년 시행해오고 있는데 상금 총액이 4000만원이 넘는다. 재외동포대상 문학상으로는 규모가 가장 큰 상이다.

수상작 발표를 보면서 좀 놀랐다. 당연히 포함되었으리라 믿었던 수필 장르가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재단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원래 있던 수필이 3년 전 ‘체험수기’로 바뀌었다는 설명이었다.

결론부터 말한다. 수필 장르가 포함돼야 한다. 처음처럼 수필로 복원시키든지, 아니면 시, 단편소설, 체험수기로 되어있는 현 모집요강에 수필 장르를 추가해주기 바란다.

한국문학은 서구의 영향을 받아 오랜 세월 시, 소설, 희곡을 문학으로 한정하고 수필을 포함한 다른 글은 곁가지로 대접했다. 어느 사회나 고정관념을 깨기는 어렵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지금은 수필 인구가 크게 늘고 수필 비평이 자리를 잡아가고 신춘문예 공모에 수필 장르를 포함하는 신문사가 늘어나고 있다. 수필을 비롯 자서전, 기행문, 르포문학, 평론 등도 문학의 범주로 인정하고 있다. 


문학이 무엇인가.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다. 한국인 이민자는 전 세계에 걸쳐 700만이 넘는다. 이민자들이 살아가는 곳에 이민문학이 꽃핀다.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의 문학, 디아스포라 문학이다. 이민문학은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나 상실감, 이민생활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이야기가 소재로 등장하고, 본국과는 대비되는 독특한 문학이 나타나게 된다.

수필은 체험의 문학이다. 개인의 체험을 기록한 문학은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이나 역사적 사건을 증거하는 생생한 사료가 된다. 이민자가 기록한 문학작품은 그 시대 이민사회를 증언하는 자료로서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이민문학이 문단은 물론 사회 정치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다.

디아스포라 문학으로서의 수필은 이민자의 피땀 어린 삶의 증언이며, 이민역사의 소중한 기록이다. 이민 봇짐을 싸들고 고국을 떠나온 사람들이 낯선 땅에서 어떻게 역경을 이겨내고 살아왔는지, 삶의 굽이굽이에서 쓰러지지 않고 어떻게 오뚝이처럼 일어섰는지를 감동적으로 후대에 전해준다. 디아스포라 문학이야말로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으로 통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재외동포재단은 재외동포문학상 공모에 수필을 체험수기로 대체한 결정을 재고해주기 바란다. 수기는 수필의 한 갈래이다. 공모 요강에 따르면 체험수기는 200자 원고지 50매 내외이고 최대 75매까지 인정한다. 수필은 대체로 200자 원고지 15매 내외이다. 분량부터가 사뭇 다르다. 담을 수 있는 내용이 질적·양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체험이 더 녹아있는 글을 원한다면 200자 원고지 20~30매 수필 공모도 한 방법일 것이다.

수필은 사상과 감정을 개성적인 문체로 표현하는 산문문학의 한 형식이다. 다양한 소재의 작품, 그리고 문학성이 높은 글을 얻기 위해서는 수필 공모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찬열 /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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