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 장식용 분수대에 참새들이 앉았다. 

아침부터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옹기종기 마치 원탁 회의를 하듯 둘러 앉았다. 

고개를 숙여 물을 한모금 마시고 서로 쳐다보며 까닥까닥.

게으른 주인이 매일 분수를 틀지 않아서 물이 가끔 썩기도 하길래

그게 싫어 아예 바싹 말려두고 있었다. 


오늘 정원 공사하는 김에 마당의 전등을 모두 새로 나온 LED 등으로 바꾸면서

분수대에도 타이머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제 신경 써서 켜고 끄고 안해도 저절로 물이 돌아가면서 정수된다. 

물이 썩을까 어쩔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일하는 사람이 상태가 어쩔까 점검하기 위해 

물을 조금 받아두었는데 그새 요 이쁜 것들이 몰려왔다. 

그동안 어디서 물을 마시고 다녔을까. 

깨끗하지도 않고 풍성하지도 않은데도 이리 반갑게 찾아와서 마시다니.

진작 이렇게 해 주었을 걸. 

얘들아, 이제는 매일매일 와서 깨끗한 물 마시고 가거라. 

나는 커텐 뒤에 숨어서 몰래 훔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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