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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 갓너도?"

앞 집 여자가 머리를 움켜쥐고 뒤로 넘어지는 시늉을 한다. 이사 올 때부터 벼르고 별렀던 정원 공사를 내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집 앞 잔디밭에 수북히 가져다 둔 공사 장비를 보고 아차 싶어서 와인 한 병과 미안하다는 메시지의 카드를 들고 앞 집 문을 두드렸다.

 

"정원 공사로 너를 괴롭히게 되었어. 어떻게 해?  3~4주가 걸린다는데 좀 참아줘." 허기야 거의 2년에 걸쳐 집을 뜯어 고치는 우리 옆집 때문에 온 동네 사람이 시달렸는데 이제는 또 우리 집에서 공사를 시작한다고 하니 기절하는 흉내를 낼 만도 하다.

 

먼지와 소음은 물론 도로를 점거한 인부들의 고물차와 크게 틀어둔 히스패닉 라디오 소리, 간이 변소에서 풍기는 냄새 등집을 새로 지어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는 이웃의 불평 속에 옆집은 드디어 마무리 작업을 하고 공사장비들이 하나씩 철거 되고 있는 중이다매일 닦아내어도 시커멓게 묻어나오는 마룻바닥의 먼지 때와 숨이 막혀도 문을 닫아두어야 하는 상황이 이제는 종료되는구나 싶어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앞 집 여자  역시 기뻐하고 있었을 거다. 그런데 또 우리가 이렇게 시작을 하니  얼마나 황당할까. 송구하다고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웬걸, 미안하다며 내미는 와인을 받아 든 여자가 환히 웃으며 도리어 나를 끌어안는다. 이렇게 찾아와서 양해를 구해주니 오히려 고맙단다. 불편하고 답답한 자기 처지를 내가 알아준다는 것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고 한다. 소음은 집안에 음악을 크게 틀어놓으면 잘 안 들리고 먼지는 문을 꽁꽁 닫아두고 있으면 된다며 2년 동안 시달린 끝에 얻은 지혜(?)를 오히려 가르쳐 준다무심한 한국인을 이웃으로 둔 백인 여자가 터득한 생존 노하우다.  

 

 매주 토요일은 새벽기도 후 교회에서 먹는 간단한 아침 식사시간이 있다. 늘 옆에 앉던 권사님이 이번 토요일엔 안 보였기에 일요일에 잠깐 스치는 순간에 인사를 했다. "어제 권사님이 왜 안보였지요?" 오후에 카톡이 왔다. ' 관심 없는 이 세대를 살고 있는 이 때, 권사님의 안 보였어요. 인사가 신선한 감격으로 느껴지는 이 현실이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중략...  고맙다는 말이 장황하게 되었군요.'

 

너무나 당연한 말과 행동이 이렇게 고맙고 신선하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인가? 우리가 얼마나 무례하고 무심하고 한편 메마른 삶을 사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