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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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an 19, 2022 |
904 |
Notice |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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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Apr 05,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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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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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둠벙 /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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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Dec 14,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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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둠벙 / 마경덕 잠잘 때도 둠벙의 지느러미는 자라고 있었다 물풀 사이로 뛰어든 돌멩이에 맞아 물의 힘살이 오그라들고 파닥파닥 물속에서 꽃이 피었다 논둑길 옆 둠벙의 뿌리는 구지레한 물풀과 자잘한 금붕어들 발소리에 속아 내뱉은 물방울을 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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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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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께서 부르시면―신석정(1907∼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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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Feb 16,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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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포곤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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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가는 길 ―민병도(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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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Oct 16, 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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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가는 길 ―민병도(1953∼) 구름을 타고 가네, 걸어서는 가지 못하네 넘어져 본 사람만이 저 산에서 짐작하리라 산새도 슬픔이 있어 돌아앉아 운다는 것을 바람은 제 입 속으로 마른 댓잎을 던져 넣고 연꽃을 든 문수보살 돌 밖으로 나투시면 첫눈이 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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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용서―정일근(19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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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Sep 27,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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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바다는 언제나 우리의 눈물 받아/제 살에 푸르고 하얗게 섞어 주는 것이니 나는 바다에서 뭍으로 진화해 온/등 푸른 생선이었는지 몰라, 당신은/흰 살 고운 생선이었는지 몰라 누군가 용서하고 싶은 날 바다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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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대흠(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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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Apr 15,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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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쳐 잊히지 않는 이름이 있다면 목련이라 해야겠다 애써 지우려 하면 오히려 음각으로 새겨지는 그 이름을 연꽃으로 모시지 않으면 어떻게 견딜 수 있으랴 한때 내 그리움은 겨울 목련처럼 앙상하였으나 치통처럼 저리 다시 꽃 돋는 것이니 그 이름이 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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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명(月明)―박제천(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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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Sep 07,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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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한 그루 나무의 수백 가지에 매달린 수만의 나뭇잎들이 모두 나무를 떠나간다. 수만의 나뭇잎들이 떠나가는 그 길을 나도 한 줄기 바람으로 따라 나선다. 때에 절은 살의 무게 허욕에 부풀은 마음의 무게로 뒤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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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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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기러기―이희숙(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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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Oct 07,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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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흰 서리 이마에 차다 무릎 덮는 낙엽길 구름 비낀 새벽달만 높아라 가을 별빛 받아 책을 읽는다 단풍잎 하나 빈 숲에 기러기로 난다 ―이희숙(1943∼) 열일곱 번째 절기, 한로(寒露)가 찾아왔다. 이 바쁜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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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강소천(1915∼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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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May 09,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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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모드 반딧불을 쫓아가면, 빗자루를 둘러메고 동네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멍석 핀 마당에 앉아 술래잡기를 했다. 별인 양 땅 위에선 반딧불들이 죄다 잠을 깬 밤. 하늘의 별들이 반딧불은 언제나 훨훨 날아 외양간 지붕을 넘어가곤 하였다. 반딧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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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새가 불면-이한직(1921∼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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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Dec 26, 2023 |
84 |
높새가 불면 / 당홍 연도 날으리 향수는 가슴에 깊이 품고 참대를 꺾어 / 지팡이 짚고 짚풀을 삼어 / 짚새기 신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 슬프고 고요한 / 길손이 되오리 높새가 불면 / 황나비도 날으리 생활도 갈등도 / 그리고 산술도 / 다 잊어버리고 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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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가면 작약이 온다 / 신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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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Sep 07,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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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등고래-정채원(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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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22, 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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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몸을 반 이상 물 밖으로 솟구친다/새끼를 낳으러/육천오백 킬로를 헤엄쳐온 어미 고래 물 밖에도 세상이 있다는 거/살아서 갈 수 없는 곳이라고/그곳이 없다는 건 아니라는 거/새끼도 언젠가 알게 되겠지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그 혹등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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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조오현(1932∼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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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May 23,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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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조오현(1932∼2018) 어느 날 아침 게으른 세수를 하고 대야의 물을 버리기 위해 담장가로 갔더니 때마침 풀섶에 앉았던 청개구리 한 마리가 화들짝 놀라 담장 높이만큼이나 폴짝 뛰어오르더니 거기 담쟁이넝쿨에 살푼 앉는가 했더니 어느 사이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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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의 시―최지인(19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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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Oct 07,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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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인간의 공포가/세계를 떠돌고 있다 알 수 있는/사실 비슷한 모양의 빌딩이 줄지어 서 있다 비슷한 모양의 아파트 단지 비슷한 모양의 마음 성내고 있다 사소한 것들/두 손 가득/쓰레기봉투 계단 내려가다 우수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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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와 도둑 ―피천득(1910∼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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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
Oct 16,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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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와 도둑 ―피천득(1910∼2007) 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방에는 책들만 있구나 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피천득은 수필가로 유명하다. 그의 수필집 제목은 ‘인연’인데, 이 책은 수필계의 고전이자 스테디셀러로 알려져 있다. 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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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단추 하나―이준관(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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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May 11,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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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해질 무렵,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다가 떨어진 단추 하나를 보았지. 그래, 그래, 우리는 노는 일에 정신이 팔려 이렇게 단추 하나 떨어뜨리지. 그래, 그래, 우리는 노는 일에 정신이 팔려 서쪽 하늘에 깜빡, 해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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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반칠환(19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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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Aug 29, 2022 |
87 |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보도블록 틈에 핀 씀바귀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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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의 바위―손택수(19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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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Nov 26,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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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노을이 질 무렵이면 혼자서 지붕 위로 올라갔다/그때 나는 새였다 새를 쫓는 고양이였다/지붕을 징검돌 짚듯 뛰어 항구를/돌아다니던 날도 있었다 나도 여울을 건너는 아비의 등에 업혀 있던 바위였다/세상을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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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의 기도 / 김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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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
Jan 01,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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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의 기도 / 김남조 첫 눈뜸에 눈 내리는 청산을 보게 하소서 초록 소나무들의 청솔바람 소리를 듣게 하소서 아득한 날에 예비하여 가꾸신 은총의 누리 다시금눈부신 상속으로 주시옵고 젊디젊은 심장으로 시대의 주인으로 사명의 주춧돌을 짐지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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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이상국(19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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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an 31, 2023 |
87 |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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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엔딩 / 박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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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Apr 12, 2023 |
87 |
벚꽃엔딩 / 박기준 새벽 4시가 이불을 흔들었다 놀라 잠에서 깬 자명종 새벽이 풍경을 보고 있다 고층 아파트 몇 집은 어둠을 밝히고 욕망과 뒤섞인 새벽 배송 발걸음 일용할 양식을 배달해 주는 주님도 힘겹고 지하에 사는 사람들 졸음을 태운 버스, 꽃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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