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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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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904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095
148 추운 사랑 ―김승희(1952∼ )
정조앤
Dec 06, 2020 96
추운 사랑 ―김승희(1952∼ ) 아비는 산에 묻고 내 아기 맘에 묻네, 묻어서 세상은 재가 되었네, 태양의 전설은 사라져가고 전설이 사라져갈 때 재의 영(靈)이 이윽고 입을 열었네 아아 추워-라고, 아아 추워서 아무래도 우리는 달려야 하나, 만물이 태어나기 ...  
147 컵 하고 발음해봐요―김복희(1986∼ )
정조앤
Jan 31, 2023 96
만나자마자/ 컵에 물을 채운다/ 내가 한 번/ 네가 또 한 번/ 너를 위해 얕게/ 나를 위해 네가 또 얕게/ 컵/ 하나에 물을 따르고/ 물을 나누어 마신다/ 네가 한 번/ 내가 또 한 번/ 컵의 완결은 어떻게 나는 걸까/ (하략) 죽기로 작정한/ 개가 온 힘을 다해/ ...  
146 겨울 강가에서―안도현(1961∼ )
정조앤
Dec 26, 2023 96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  
145 아침 식탁 ―이우걸(1946∼ )
정조앤
Oct 16, 2020 95
아침 식탁 ―이우걸(1946∼ ) 오늘도 불안은 우리들의 주식이다 / 눈치껏 숨기고 편안한 척 앉아보지만 / 잘 차린 식탁 앞에서 식구들은 말이 없다 싱긋 웃으며 아내가 농을 걸어도 / 때 놓친 유머란 식상한 조미료일 뿐 / 바빠요 눈으로 외치며 식구들은 종종...  
144 5월―차창룡 시인(1966∼ )
정조앤
Jun 07, 2021 94
이제는 독해져야겠다 나뭇잎이 시퍼런 입술로 말했다 이제는 독해져야겠다 나뭇잎이 시퍼런 입술로 말했다 내 친구들이 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내 친구들이 독해지고 성공하려는 내 친구들도 독해지고 실패한 친구들도 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143 1월 1일―이영광(1965∼ )
정조앤
Jan 06, 2024 94
새해가 왔다 1월 1일이 왔다 모든 날의 어미로 왔다 등에 해를 업고, 해 속에 삼백예순네 개 알을 품고 왔다 먼 곳을 걸었다고 몸을 풀고 싶다고 환하게 웃으며 왔다 어제 떠난 사람의 혼령 같은 새 사람이 왔다 삼백예순다섯 사람이 들이닥쳤다 얼굴은 차차 ...  
142 어느 날―김상옥(1920∼2004)
정조앤
Jan 29, 2024 94
구두를 새로 지어 딸에게 신겨주고 저만치 가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 생애 사무치던 일도 저리 쉽게 가것네. ―김상옥(1920∼2004) 1970년대에 발표된 초정 김상옥 시인의 시조 한 편이다. 짧고도 간결한 삼행시라 읽기 매끄럽다. 내용상 이 작품은 ...  
141 뻐꾸기- 박경용(1940∼)
정조앤
Apr 12, 2023 93
(후략) 긴긴 꼬리를 밟아서. 울음 끝 추스림같은 아카시아향의 그날의 내 앙앙울음 하얀 길 위에 깔린 마알갛게 뜬 아카시아분향 갈앉은 녹음유황 뻐꾸기를 따라서. 내 어린 날의 그 울음 속 아직 하나도 늙지 않은 맨발에 아장걸음 발가숭이에 까까머리 내 ...  
140 공부 / 유안진
이현숙
Oct 21, 2023 93
풀밭에 떼 지어 핀 꽃다지들 꽃다지는 꽃다지라서 충분하듯이 나도 나라는 까닭만으로 가장 멋지고 싶네 ​ 시간이 자라 세월이 되는 동안 산수는 자라 미적분이 되고 학교의 수재는 사회의 둔재로 자라고 돼지 저금통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자랐네 ​ 일상은 생...  
139 나리 나리 개나리 / 기형도
정조앤
Apr 08, 2024 93
나리 나리 개나리 / 기형도 누이여 또다시 은비늘 더미를 일으켜 세우며 시간이 빠르게 이동하였다 어느 날의 잔잔한 어둠이 이파리 하나 피우지 못한 너의 생애를 소리없이 꺾어 갔던 그 투명한 기억을 향하여 봄이 왔다. ​ 살아 있는 나는 세월을 모른다. ...  
138 오리― 우대식(1965∼ )
정조앤
Mar 14, 2022 92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오리만 더 걸으면 복사꽃 필 것 같은 좁다란 오솔길이 있고, 한 오리만 더 가면 술누룩 박꽃처럼 피던 향이 박힌 성황당나무 등걸이 보인다 그곳에서 다시 오리, 봄이 거기 서 있을 것이다 오리만 가면 반달처럼 ...  
137 편지/김남조
이현숙
Oct 14, 2023 92
편지[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  
136 다정도 병인 양―이현승(1973∼)
정조앤
Dec 10, 2023 92
왼손등에 난 상처가 오른손의 존재를 일깨운다 한 손으로 다른 손목을 쥐고 병원으로 실려오는 자살기도자처럼 우리는 두 개의 손을 가지고 있지 주인공을 곤경에 빠뜨려놓고 아직 끝이 아니라고 위로하는 소설가처럼 삶은 늘 위로인지 경고인지 모를 손을 내...  
135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장석남(1965∼ )
정조앤
Jun 11, 2023 91
죽은 꽃나무를 뽑아낸 일뿐인데 그리고 꽃나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목이 말라 사이다를 한 컵 마시고는 다시 그 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잘못 꾼 꿈이 있었나? 인젠 꽃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잔상들 지나가던 바람이 잠시 손금을 펴보던 모습이...  
134 폭우 지난 ― 신철규(1980∼ )
정조앤
Jul 10, 2023 90
나는 지은 죄와 지을 죄를 고백했다 너무나 분명한 신에게 빗줄기의 저항 때문에 노면에 흥건한 빗물의 저항 때문에 핸들이 이리저리 꺾인다 지워진 차선 위에서 차는 비틀거리고 빗소리가, 비가 떨어져 부서지는 소리가, 차 안을, 메뚜기떼처럼, 가득 메웠다...  
133 햇살 택배 / 김선태
정조앤
Feb 02, 2024 90
햇살 택배 / 김선태 겨우내 춥고 어두웠던 골방 창틈으로 누군가 인기척도 없이 따스한 선물을 밀어 넣고 갔다 햇살 택배다 감사의 마음이 종일토록 눈부시다.  
132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 / 정진규
정조앤
Feb 13, 2023 89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 / 정진규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는 말씀을 아시는가 이것은 나락도 거두어 갈무리하고 고추도 말려서 장에 내고 참깨도 털고 겨우 한가해지기 시작하던 늦가을 어느 날 농사꾼 아우가 한 말이다 ​ 어디 버릴 것이 있겠는가 열매 살...  
131 동우 ―심훈(1901∼1936)
정조앤
Sep 08, 2020 89
동우 ―심훈(1901∼1936) 저 비가 줄기줄기 눈물일진대 세어보면 천만 줄기나 되엄즉허이, 단 한 줄기 내 눈물엔 베개만 젖지만 그 많은 눈물비엔 사태가 나지 않으랴. 남산인들 삼각산인들 허물어지지 않으랴. 야반에 기적소리! 고기에 주린 맹수의 으르렁대는 ...  
130 돌베개의 시―이형기(1933∼2005)
정조앤
Jan 29, 2024 89
밤엔 나무도 잠이 든다. 잠든 나무의 고른 숨결소리 자거라 자거라 하고 자장가를 부른다. 가슴에 흐르는 한 줄기 실개천 그 낭랑한 물소리 따라 띄워보낸 종이배 누구의 손길인가, 내 이마를 짚어주는. 누구의 말씀인가 자거라 자거라 나를 잠재우는. 뉘우침...  
129 빈 뜰―이탄(1940∼2010)
정조앤
Apr 20, 2021 88
꽃도 이젠 떨어지니/뜰은 사뭇 빈뜰이겠지./빈뜰에/내려앉는/꽃잎/바람에 날려가고/한뼘 심장이 허허해지면/우린 잘못을 지나/어떤 죄라도 벌하지 말까./저 빈뜰에/한 그루 꽃이 없어도/여전한 햇빛 ―이탄(1940∼2010) 바우만이라는 철학자는 오늘날의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