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t and Found


손자녀석이 도시락 가방을 잃어버렸다. 학교 급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점심을 챙겨 준다. 도시락을 싸는 일이 그냥 집에서 마련하는 식사와 달라 쉽지 않다. 한국인과 백인이 반반 섞인 아이에게 때론 양식으로, 가끔은 간단한 한식의 점심을 준비한다
학교 사무실 벽엔 옷걸이와 선반이 놓여 있다. 학생들이 잃어버린 옷가지와 물품들을 진열해 놓고 본인이 찾아가도록 한다. 엄청나게 많은 분실물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가 한때 누구에겐가 아주 귀하게 쓰였다는 것을 생각하니 버려져 있는 그것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나도 그중에서 손자의 작은 손가방을 찾아왔다. 

다섯 때쯤 가을로 기억한다. 엄마는 정릉의 어느 농가에 동안 고추를 사러 가신 같다. 마당 가득 산처럼 쌓인 배추로 김치를 담그던 때였으니 많은 고춧가루가 필요했을 것이다. 물을 마시기 위해 엄마 곁을 떠난 되돌아가는 길을 잃고 말았다. 어렴풋한 머릿속 풍경에서 오렌지 색깔의 골덴 바지를 입은 나는 울고 있었고 주변엔 논과 뿐이었다. 얼마 만큼인지 그저 걷고있던 멀리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한복 치마를 들어 올린 뛰어오시더니 나를 끌어안고 펑펑 우셨다. 꾀죄죄한 얼굴을 길가 논의 물로 닦아주셨다. 머리 가장 오래된 기억으 남아있다.

얼마 자동차 속에 든 물건을 잃어버렸다. 분명히 잠갔다고 생각했는데 알람도 울리지 않은 것을 보니 실수였던 같다. 새로 네비게이션과 열쇠 꾸러미, 약간의 귀중품을 가져갔다. 잃어버린 물건도 아까웠지만 속에 다른 사람의 손이 닿았다는 사실이 언짢았다. 차까지 끌고 가지 않은 것만으로 감사해야 했다. 순발력과 인지력도 서서히 잃어져 가는 슬프다. 태어날 주어진 건강한 정신도 나이가 들면서 흐려져 감을 어쩔 없는가 보다.

부모님과 남편의 고향은 황해도다. 그들 모두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했다. 지금처럼 북한을 방문할 있는 때가 오리라는 것을 알지 못한 평생토록 아파했다. 이산가족 찾기에서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견뎌야 했다. 천상에서라도 해후할 있을까.
이민자인 우리도 고향을 잃었다. 새로운 땅에 익숙해져 살아가지만, 마음 편에 자리 잡고 있는 그리움이다.
무언가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아주 소중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것이라면 아픔은 더욱 견디기 힘들다. 나도 사랑했던 사람들을 잃었다. 첫아기를 잃었고, 부모님도 돌아가셨고, 남편도 떠났다.
가끔 강아지나 고양이를 애타게 찾는 전단을 본다. 사랑으로 함께했던 시간 때문에 안타까움이 더할 것이다. 잃어버린 물건은 분실물 보관소에 가면 찾을 있지만 떠나보낸 이들은 세상 어디에서도 만날 없으니 가슴이 아려온다. 언젠가는 나도 사랑하는 이들에게서 잃어버려지는 날이 올 것이다.

잃어버림과 되찾음은 계속 이어진다. 세대가 지나가면서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고 성장하고 시간이 흐르면 그들도 떠날 때에 이른다. 젊은 날의 희망과 정열도 내게서 사라진 듯하지만 늦기 전에 작은 부분이라도 되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움직이는 시간 속에서 어떤 자국을 남길 것인가. 사람은 떠나도 기억은 오랫동안 그리운 이들에게 남겨지는 . 내가 새겨놓은 삶의 조각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언제 떠올려도 행복한 그런 것이라면 좋겠다. 오늘도 마음을 다하여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