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비요, 이름은 둘기 -2
조카 결혼식 차 서울방문 2주를 끝내고 5월 2일 화요일 안착했다. 같은 날 떠나 같은 날 새벽에 LAX에 닿았다. 오늘은 5월 5일 금요일이다. 오늘이 바로 큰 아들 생일이다. 카드며 생일 선물 준비에 마음이 서성인다. 여독이 피곤한 눈을 무겁게 누른다.
도착한지 사흘 째 날이었다. 시차에 표류하느라 비몽사몽인 나를 찾는 남편의 고조된 목소리가 아랫층에서 들려왔다.
'왔어, 둘기가 왔어'
내 눈을 가득 채우는 둘기의 하이얀 몸체, 그것은 눈부신 반가움이었다. 아, 이렇게 고마울 데가....고맙다. 둘기야. 3주 반 만에 돌아와 주었다. 깨끗하게 밥상을 차려 밖에 내놓았다. 모이도 먹고 물도 먹었다. 먹이를 통해 나의 사랑은 이렇게 전달되었다. 날개가 다 나은 듯 여기 저기 힘 있게 날아다니는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생기 가득해 보인다. 가슴이 뛴다. 활기찬 모습을 보노라니 나도 모르게 기뻐 눈물이 글썽여졌다. 담 위로, 나뭇가지로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정상비상이 우리 두 내외를 퍽 행복하게 해 주었다.
아, 둘기는 나의 부재를 알아듣고 어디론가 은신처를 찾아 피했다가 돌아온 것이다. 둘기 같은 새하고도 소통이 이렇듯 가능한데 정성드리고 노력하면 사람끼리 불통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아주 압도적으로 확신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돌아온 탕자를 반기는 마음이 되어 기뻤다. 둘기 둘기 비둘기야, 고맙다, 건강해 져서 고맙다.
'혹시 둘기는 남자가 아닐까? 당신과 더 친한 것을 보니....' 남편의 우스게 발설이 최고의 환영사였다.
5-13-2017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