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그 여행

 

                                                                                 한영

 

 

 

    연말이 되면 또다시 여행 준비를 한다. 365라는 긴 여행길이다. 이 여정은 마치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것 같 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자신이 무언가를 하는 것 같지만 결국 시간이나 공간이나 제한된 곳에 머무르면서도 그걸 못 느끼며 간다. 떠나기 전에 지난 것, 후회되는 것, 미진한 것은 모두 접어야 한다. 아쉬운 생각이 들어도 전부 뒤에 두고 가야 한다. 지난 여행에서 가지고 있었던 것들은 다 가져갈 수도 없고, 가져가고 싶지도 않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은 포기를 쉽게 해준다.  떠날 준비하는 동안은 그래도 마음이 설렌다.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로 기분은 즐겁고, 흥분된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주위를 정리하고 먼 길 떠날 준비를 마친다. 이번에는 무엇을 할지 생각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놓는다. 지난번에는 아쉬움이 많았지, 계획을 잘 세워야 해, 이번에는 새로운 것에 도  전해 볼까. 문제는 실행이야, 꾸준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 그러다가 예상하지 않은 좋은 일이 생기면 더욱 신이 날 거야. 여 행이 끝날 때쯤이면 좋았다고 뿌듯해질 거야. 지금보다 나는 한 단계 나은(upgrade) 사람이 돼 있을 거야. 이어지는 생각에 마음이 분주하다.

 

   여행 기간은 충분하다. 급히 필요한 경우를 대비하여 준비물을 꺼내서 곁에 둔다. 이제 다가올 시간에 대한 기대로 가벼운 흥분이 인다. 앞으로 펼쳐질 여행은 어떤 것인지, 모든 것에 자신이 있고, 기운이 있다. 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모든 것은 순조롭게 날아오르는 것 같다. 세상은 화려하고, 산다는 게 즐거운 여행같이 느껴진다. 하늘은 푸르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어느새 주위는 조용해지고 오래 대화를 나눌 사람도, 기회도 없다. 지루해도 선택은 많은 것 같다. 놀며 즐기며 또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걸 찾아본다. 적성에 맞는 걸 찾아보려 한다.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맛있는 식사를 대하는 건 인생의 낙이다.

  현재 위치를 본다. 벌써 반 이상 지나왔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무언가 하고 싶었던 게 많았던 것 같은데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새삼 하기도 싫다. 눈을 감아 보지만 여전히 편안치가 않다. 기를 조금 펴 보고 싶은데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 어떤 때에는 비교적 편안한 여행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불안정한 기류가 온몸을 불안하게 흔든다. 이제는 빨리 시간이 갔으면 좋겠다. 사고 없이 잘 도착하기만을 바란다. 옆에서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이 자꾸 마음 쓰이게 한다. 모르는 체하려니 어두운 실내만큼 마음도 답답하고 어둡다. 점점 지루해지고 시간이 너무 늦게 흐르는 것 같다. 끝 무렵이 되면 조바심이 난다. 어서 빨리 끝내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생각은 크게 잡고 계획도 화려하게 다양했으나 씁쓸하고 피곤하여져서 내려온다. 그래도 건강을 유지하였음               이 고맙고 고맙다.

 

 

  최근 여행도 그랬다. 시작은 마찬가지 듯했으나 곧 불안한 기운이 돌았다.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경고가 나왔다. 모두 움직임을 줄이고 있으라고 했다. 그야말로 동작 그만이었다. 의외로 적응을 잘하는 사람도 있었다. 할 수 있는 대로 무엇이든 찾아서 취미를 붙이는 사람도 있었고, 견딜 수 없어서 머리를 움켜쥐고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제 또 새로운 여행을 떠나야만 한다는 게 두렵다. 모든 일에 경험은 가치 있다고 하지만 365라는 여행은 축적된 경험이 별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떠나기 싫다고 안 떠날 수도, 더 머물고 싶다고 머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두려움과 설렘을 가지고 발을 내디뎌볼 수밖에 없다. 앞으로 몇 번이나 남아있는지 알 순 없지만.

 

 

이번에는 생애 최고의 여행이 되기를 또 한 번 기대하면서 다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