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힐 가는 길
이곳으로 이사 오고 나서
그린 힐 가는 길이 사뭇 멀어졌다.
모처럼 빠지는 얼굴 하나 없이
그린 힐로 가는 길에 모두 나섰다
올여름의 살인적인 폭염과
밤의 이슬과 별 시린 외로움을 견뎌낸 수국이
그의 무덤 곁에서 바람에 하얗게 부서지고 있었다.
비석이 보이지 않아
이곳에 올 때마다 궁금했던
그이 바로 옆자리의 가족과 오늘 처음 마주쳤다
쉰둘에 심장마비로 갔지요.
그 댁 선생님보다 많이 빨리 갔지요.
우리 비문을 보아 알고 있다는 듯이
살갑게 건네는 말을 들으니
나란히 누운 두 사람은 그곳에서
우주의 깊은 밤이슬로
대작을 마친 사이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불쑥 들었다
65에서 52를 빼면서 미미하게
피어오르는 위안을 누르고
애써 애석한 표정으로 답해 준다
내가 여호와의 집에서 영원히 살리로다
시편 23편에 이어
손주들이 입을 모아 부른
아카펠라의 하모니
Jesus Loves Me
올라 온 산은 내려가야 할 산이기에
타고 온 두 차량에서
거칠게 차문 여닫는 금속성 소리
흙속에서도 그 소리를 듣고
뒷덜미를 붙잡고 놓지 않으려는
그 손길은 자꾸 뜨거워지면서
어느 새 다 내려 온 산
처음으로 그를 홀로 두고 떠났던 그날처럼
참 멀리도 빨리 뿌옇게 벗어나고 만다
나이팅게일의 노래가 달빛 아래 머무는 밤
바람에 하얗게 부서지던 수국은
머물다 떠난 혼백의 흔들리던 몸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