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그릇

 

오로지 입 하나를 풀칠하기 위해서

선반에 가지런히 줄지은 그릇인가

켜켜이 쌓인 먼지로 모자를 쓰고 있다

 

혼자 밥술 뜨는 게 제 딴에는 걸린 건지

역시나 플라스틱은 아들네서 온 것이고

그래도 유리그릇은 딸네서 온 것이다

 

홀어미 생각해서 음식 나른 식기라 해도

저마다 가슴에서 무엇이 고개 들었으면

저렇듯 유리그릇과 플라스틱이었을까

 

세상의 어느 보석도 부럽지 않을 만큼

흠 하나 가지 않게 키우던 그 때에는

두 마리 천사가 천국처럼 내 가슴을 뛰놀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