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럽잖아!

유숙자

침을 맞으러 다닌 지 6주가 되었다.

침을 꽂을 때마다 몸이 오그라들 듯 신경이 곤두섰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원체 침의 고수이기도 했지만, 한의원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와 달리

그곳에서는 항상 모차르트의 음악이 경쾌하게 흐르고 있었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장소가 정해진 것은 아니나

침 전문의원에서 클래식 음악을 만나게 되니 마음이 안정되고 분위기가 있어 좋았다. 

그곳 K 한의원 원장님은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이다.

음악, 문학, 철학 일반상식, 어느 것에서도 대화의 막힘이 없다.

한마디만 거들면 줄줄이 사탕처럼 이야기가 올라온다.

더 듣고 싶어도 단지 몇 분, 침을 꽂는 동안에만 가능하다.

침술이 끝나면 바람 같이 사라져 만나기 어렵다.

대기 환자가 많은 탓이다.

날씨로 말하면 쾌청이요 한 말로 유쾌한 분이다.

방금 옆방에서 수침을 마치고 내게 오신 원장님 말씀이 사뭇 감동적이었다. 

침을 맞으러 오신 노부부 이야기다.

침을 빼 드리고 나니 93세의 할아버지가 주머니에서 빗을 꺼내 87세의 할머니 머리를 빗겨드리더란다.

쳐다 보고 서 있어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곱게 귀 뒤로 머리를 넘겨드리고 할머니는 얌전히 앉아 계시더란다.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부축해 나오시며  

누웠다 일어나면 머리가 헝클어지거든?

나는 항상 빗을 가지고 다녀.

우리 할멈  예쁘게 해주려고.

사랑스럽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