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구나 비치에서 명상
김수영
멀리 북가주에 사는 딸네 가족이 바다가 그립다고 라구나 비치에 콘도를 빌려 관광을 오게 되었다.
우리 집에서는 가까운 거리지만, 가 본 지도 꽤 오래되었다. 가더라도 잠깐 들렀다가 오기 때문에 그곳에 바다를 제외하고 무슨 볼거리가 있는지 잘 모른다.
숙소 바로 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어 경관이 매우 아름다웠다. 밤새도록 우렁찬 파도 소리에 매혹돠어 잠자리를 박차고 밖에 발코니에 나왔다. 비치 등에 비취는 밤바다는 남다른 정취를 자아냈다. 바닷가에 끊임없이 퍼 붓는 하얀 포말은 소가 반추작용으로 음식을 되 뱉어 씹을 때 거품을 일으키며 먹는 소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나님은 팬데믹으로 고생하는 인류를 생각하시며 어서 내 품으로 돌아오라고 하는 한숨으로 거품을 내 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즉석에서 시 한 수를 지어 읊었다.
그다음 날 라구나 비치 트롤리를 타고 라구나 비치에서 다나포인트 까지 갔다가 되돌아 뉴포트 비치까지 다녀 왔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거리를 오가며 느낀 점은 내가 서울 명동거리를 전차를 타고 왕래하는 기분이었다. 트롤리는 마치 내가 마차를 탄것 같은 착각을 들게 했다. 혹은 전차를 타고 서울 거리를 누비던 생각이 떠올랐다.
롱 코스탈 라우트(Long Coastal Route) 가 있고 숏코스탈 라우트(Short Coastal Route)가 있다. 우리는 두 개의 라우트를 다 타 보았다. 숏코스탈 라우트는 라구나 비치를 끼고 한 바퀴 도는 것이다.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가지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반세기 전 서울 시내를 전차를 타고 누비던 생각에 모처럼 노스탈지어에 빠질 수가 있었다. 문명의 이기가 별로 없었던 한국전쟁 직후의 서울 거리를 전차를 타고 다니던 그때가 새삼 그립고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되었다.
이제는 나이가 있어서 여행도 참 힘이 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 가족은 그 다음날 박물관에도 가고 아트 페스티벌(Fine Art Festival)도 가고 마음껏 돌아다녔지만 나는 다리가 아파 함께 갈 수가 없었다. 2년 전 북유럽 크르주 여행을 갔을 때는 부지런히 걸으면서 관광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마음 뿐이지 전과 같이 않음을 보고 서글퍼 지기까지 했다.
많은 시간을 딸네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했지만 나 나름대로 광활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인생을 관조하는 믿음을 키웠다.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께 한없는 감사의 마음으로 가득찼다.
여행을 많이 다녀야 좋은 글도 많이 쓸 수가 있는데 아쉽지만 어떡하겠는가. 다리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라구나 비치는 석양이 멋진 곳으로
아트 페스티발로 유명하지요.
부럽네요,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