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출혈로 쓰러진 아들의 친구
김수영
며칠 동안 아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 차 있었다. 말 수가 줄어들고 예전 같이 명랑한 기색이 사라져서 어찌 된 일인지 물어보았다. 아무 일 없으니 걱정하시지 말라며 나를 안심 시켰다. 나도 눈치가 있는데 낌새가 하 수상해서 연거푸 물어보았다.
하루는 심각한 얼굴로 실토를 했다. 비즈니스 파트너로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오던 친구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그 친구가 너무 열심히 살아왔는데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며 울먹였다. 잠도 안 오고 밥맛이 없고 삶의 의욕이 떨어진다며 친구와 자기를 위해 기도해 달라며 부탁했다. 아들보다 한 살 많은 그 친구는 참 성실하고 부지런한 친구인데 십여 년 전 부인과 이혼을 하고 혼자 재혼도 안 하고 어린 아들을 키웠다고 한다. 고등학교 들어갈 나이가 되기까지 끔찍이 아들을 엄마처럼 보살피며 사랑했다고 한다. 학군 관계로 토런스로 이사를 하고 학교 옆에서 아들이 걸어 다닐 수 있게 살았다고 한다. 아들이 그 친구를 곁에서 지켜보았는데 어린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정성이어서 감탄할 때가 많다고 했다. 친구지만 참 존경스럽다며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다.
이 친구가 2개월 전에 코로나바이러스로 확진을 받고 한 달 동안 아팠다고 한다. 밑에서 일하는 직원한테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염되었다고 한다. 아들 내외도 코로나바이러스가 그에게서 전염되었을 것이라며 지레 겁을 집어먹고 이주동 안 격리하면서 두문불출했다. 거뜬히 다시 일어났는데 내 생각에는 전염이 안된 것 같았다. 며느리는 전염이 되었다며 펄쩍 뛰었다. 진단도 안 받아보고 혼자 자가진단을 내렸다. 겁이 많은 며느리구나 생각해 보며 지긋이 웃었다.
아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아마도 코로나바이러스가 뇌에 침투해서 뇌출혈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보았다. 병문안 갈려 해도 아직은 면회 사절이 되어 가 보지를 못 했는데, 손발은 조금씩 움직인다고 하니 회복할 가능성이 있지 않나 낙관을 해 본다고 한다.
나는 매일 아들과 그 친구를 위해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한다. 하루빨리 정상으로 돌아와 자기 아들을 돌보며 함께 비즈니스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말이다.
십수 년 전에 또 다른 아들의 친한 친구가 차고에서 목메어 자살한 일이 있었다. 명문대학을 나오고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청년이었다. 아버지가 뉴욕에서 목사로서 목회 활동하고 있는 믿음의 가정인데 친구가 갑자기 자살하자 그때에도 아들은 오랫동안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장례식에 참석했는데 아버지가 뉴욕에서 오셔서 장례식을 거행하는데 예배 도중 갑자기 관 속에 있는 아들을 향해 고함을 쳤다고 한다. “왜 네가 그기 누워있어? 빨리 일어나 나오지 못해?” 하면서 흐느껴 우셨다고 했다. 아버지의 그 말씀이 얼마나 가슴을 후려쳤는지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아들을 지켜보면서 남자들은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고 생각해 본다. 친구가 그렇게 중요한지 아들을 통해 많이 배운다. 나도 넘어져 턱을 많이 다쳐서 고생하는 동안 친한 믿음의 벗이 냉콩국수를 만들어 와서 여흘 동안 매일 점심은 콩국수를 먹었다. 얼마나 고맙고 고마운지 시 한 수를 써서 읊었다.
‘냉콩국수’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다친 턱이 욱신거린다//죽음의 문턱에서/하나님이 살려 주셨다//온 삭신이 쑤시고 아프고 결리고/파김치가 되었는데//믿음의 친구가 손수 콩국수를 만들어 병문안 왔다//먹고 싶던 참에/갈아 온 콩물에 얼음을 띄우고/토마토 오이 썰어 넣고/오랜만에 둘이서 맛있게 먹는데//정말 고마워 눈시울이 뜨거워지며/어머니 얼굴이 아른거렸다/삼복더위에는 언제나/냉콩국수를 만들어 주시며//돌아가신 아빠가/좋아하셨던 콩국수라며 울먹이시던 모습//고운 국숫발이 엄마의 긴긴 사연인 양/매끄럽게 넘어갈 때마다 /엄마의 아픈 마음을 읽었다//시원한 국수에 더위를 잊으니/오늘따라 울 엄니가 보고싶어 진다.
마음을 열고 서로 사랑하며 어려움을 놓고 서로 기도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