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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문학촌을 다녀와서

 

   2년 전 큰 오라버니와 동생 김영교 시인과 부모님 산소성묘를 다녀오던 길에 강원도 춘천에 있는 소설가 김유정의 문학촌을 들러 보게 되었다. 29세의 나이로 요절한 김유정은 폐결핵으로 고생하다가 설상가상으로 실연을 당해 큰 상처를 입고 운명한 비운의 소설가였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하에 격동기를 겪던 우리 문단에 ‘해학’ 문학으로 획을 그은 소설가로서의 그의 문학은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그가 평생을 누리면서 글을 썼다면 얼마나 훌륭한 많은 소설을 썼을 텐데…….아쉽기 한량없었다.        

   나는 그를 소설가로서도 아끼지만,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연민의 정을 더욱 느끼게 한 그였다. 나도 젊었을때 그가 앓던 같은 병을 앓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고통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얼마나 컸을까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좋은 치료 약도 없었을 것이고 좋은  의사도 없었을 것이고…….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난 불운의 풍운아였다.         

   비단 그뿐 아니라 많은 예술가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결핵으로 요절하는 경우가 많았고 문학 작품 속 주인공들이 결핵으로 비극적 종말을 고하는 예도 적지 않았다. 오 헨리, 카프카, 에드가 알렌 포우, 유진 오닐, 노신(魯迅), 앙드레 지드 등 세계적 작가와 이탈리아의 화가 모딜리아니, 피아노의 시인 쇼팽,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천재 예술가가 결핵으로 죽어 갔다.         

   알렉산드르 뒤 마의 춘희(春姬), 명나라 조운근(曺雲芹)의 홍루몽, 일본 도꾸도미의 불여귀(不如歸)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폐결핵으로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비극을 연출하여 만인의 가슴을 울렸다. 김유정 문학촌은 강원도 춘천 김유정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이곳에는 복원된 김유정의 생가와 함께 김유정의 생애와 작품을 정리 전시하고 있는 김유정 기념 전시관이 있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문학촌 하나하나에 정성스런 손길이 베어있다. 전통가옥으로 외양간과 디딜방아, 측간 연못과 정자까지 복원되어 있고 정원에는 김유정을 대표하는 노란 동백꽃을 비롯하여 매 발톱, 제비꽃, 초롱꽃, 들국화, 구절초 등의 꽃이 사시사철 관람객을 맞는다. 이곳에서는 매년 추모제를 비롯해 문학축제 등 다양한 문학 행사가 열린다.         

   김유정은 1908년 1월 11일 강원도 춘천 실레마을에서 8남매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그의 가문은 대대로 만석지기로 높은 벼슬도 많이 배출한 명망가 출신었다. 서울 종로구 운니동의 저택으로 이사하여 유복한 어린시절을 보내던 김유정은 7세 때 어머니, 9세 때 아버지를 잇달아 여의며 큰 시련을 맞는다. 설상가상으로 형님의 방탕한 생활로 가산을 탕진하게 되어 연희전문을 다니다가 귀향하는 불운을 겪게 된다.         

   ‘김유정 문학촌’ 뿐만 아니라 실레마을 전체가 김유정 문학의 산실로서 문학촌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실레마을을 걷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김유정 소설에 나오는 풍경들이 펼쳐진다. 마을 뒷산에는 ‘동백꽃’의 산자락이 있고 ‘만 무당’의 노름 터가 있다. 마을 한복판에는 김유정이 학생들을 가르쳤던 금병의숙, ’봄. 봄’ 의 장인 영감 김봉필의 집, ‘산골나그네’의 주막터와 물레방앗간 터를 만날 수 있다.         
   김유정 소설의 매력은 독자들에게 읽는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대다수 농민의 비극적인 삶과 현실을 우스꽝스러운 인물들과 상황으로 묘사하여 독자를 눈물짓게 하였다. 상황 설명에서 곁들여지는 감칠맛 나는 그의 표현들은 사전에도 잘 나와 있지 않는 토속적인 우리말이다. ‘묵묵하였다’ ‘똑똑’ ‘심심히’ ‘홱’ ‘콕’  ‘작작하게유’ ‘가무잡잡한’ ‘딱 떼고’  ‘색색’  ‘발딱’ ’멍멍하였다’ ‘덜렁하였다’등의 표현 덕분의 소설은 귀로 듣는 옛날얘기처럼 다가온다.         

   그의 대표작품으로는 ‘소낙비’ ‘금따는 콩밭’ ‘만 무당’ ‘봄. 봄’ ‘동백꽃’ ‘따라지’ 등 수작을 남겼다. 아픈 몸을 이끌고 1937년 세상을 떠날 때가지 2년여의 활동 기간을 통해 한국문학의 획을 그은 30여 편의 빼어난 작품을 남긴 김유정은 30년대 한국소설의 축복이라 할만하다. 그의 특유의 강원도 춘천의 토속적인 사투리가 웃음을 자아내게 하면서 클라이막스로 이끌어가는 촉매제 역할을 하면서 금상첨화의 아름다운 묘미를 독자들에게 안긴다./미주 문학 문학서제(200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