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와 국가흥망

                                                        김동기/고려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학술원 회장 


   영국인 기번(Edward Gibbon)이 쓴 “로마제국 쇠망사”(The History of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를 보면 황제 “테오도시우스”1세가 서기 395년에 죽자 동서로 분열되어 동로마제국과 서로마제국으로 분리되었다. 그런데 서로마제국은 야만인으로 구성된 군대가 지배하는 군사국가화 한데다가 경제활동의 정체로 국민생활이 점점 어려워졌다. 설상가상으로 정치적 혼란에 빠진 서로마제국에선 지배계급의 호화스런 사치가 극에 달했고 또 이들의 도덕적 퇴패와 부패가 만연 되어 마침내 서기 455년에 서로마제국은 멸망하고 말았다. 이에 반해 동로마제국은 서로마제국에 비하여 경제력, 문화력, 도덕력이 훨씬 앞서 있었고 또 통치체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뒤에도 계속 번영하여 1453년 오스만 트르크족에 의해 멸망할 때까지 존속하였다. 

   결국 서로마제국이 동로마제국보다 먼저 멸망한 것은 정치력, 경제력, 문화력, 군사력의 열세와 도덕적 퇴폐와 부정부패 때문이었다. 희랍이 도시국가시대일 때 아테네가 경제력, 군사력이 우세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파르타에 의해서 멸망된 이유도 바로 국론 분열과 도덕적 타락과 퇴폐 때문이었다. 1961년 5월 16일 고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서 일어났던 군사혁명도 따지고 보면 공산주의라는 외부의 침략세력을 막는 것 못지않게 국가기강의 해이와 사상적 혼란 그리고 부정부패라는 “안으로 부터의 적”을 막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내부의 적 때문에 안에서 스스로 무너진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일어났던 혁명이라고 많은 식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는 이룩했으나 부정부패가 없는 싱가포르같은 <청정사회>(clean society) 건설은 아직 못하고 있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국민들은 경제불황과 저성장, 취업난, 실업위기, 소득감소 등으로 생활고가 심화되고 있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럴 때 일부 지도층 인사들이 부정부패 행위에 연루되어 뇌물이 기업인과 정치인들 사이에 오고 간다면 국민들은 삶의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중국을 개방시켜 놀라운 고도경제성장을 가져오게 한 중국의 덩샤오핑은 <남다른 능력과 노력으로 그리고 정당한 방법으로 부자가 된 사람을 칭찬하고 존경해야만 나 자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명언을 남겼다. 경기규칙을 어겨서 당하는 불이익보다 경기규칙을 지켜서 당하는 불이익이 더 큰 사회는 분명히 정의로운 사회도 아니고 법이 지배하는 사회도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규범과 법과 질서를 어기는 사람들이 더 많은 불이익을 당하고 처벌받는 사회로 만들어야 하며 반대로 규범과 법과 질서를 잘 지키는 사람들은 불이익을 안당하고 누구보다도 더 편안하고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제자백가(諸子百)의 한사람인 관자(管子)가 말하기를 한 나라가 존립하는 도덕적 기반은 4維라고 했다. 네가지 밧줄이란 뜻인데, 첫째 예의, 둘째 의리, 셋째 염치, 넷째 수치(부끄러움)를 가리키는데 첫째 밧줄(예의)이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둘째 밧줄(의리)이 끊어지면 나라가 위태로워지고 셋째 밧줄(염치)이 끊어지면 나라가 전복되고 넷째 밧줄(수치심)이 끊어지면 나라가 멸망한다고 경고하였다. 

   예의와 염치는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덕 윤리로 이것이 바로 서야 사회의 기강이 바로 설수 있다. 국민들 사이에 예이가 땅에 떨어지고 정의가 무너지고 청렴한 기풍이 사라지고 악과 부정을 행하고도 부끄러워 할 줄 모른다면 그러한 나라는 곧 멸망하게 될 것이다. 예의, 의리, 염치, 부끄럼움을 아는 마음은 바로 한 나라를 받드는 도덕적 지주요, 정신적 기둥이며 윤리적 기반이다. 이 네 가지가 바로 잡히면 나라가 바로 선다. 이 네 가지 위에서 비로소 준법정신과 준법행동,사회정의, 양심, 도덕 규범적 질서가 바로 설수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40년 간(1961년-2000) 우리는 놀라운 고도경제성장으로 세계 제 10위의 경제선진국이 되었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로움은 달성하였으나 정신적 황폐화가 심화되어 마침내 한국인의 정신문화는 1) 허세문화(외화내빈의 문화) 2) 조급문화(빨리빨리 문화) 3) 기분문화(이성보다는 감성을 중시하는 문화) 4) 이기문화(남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 중심적, 자기 본위적 사고와 행동이 지배하는 문화) 5) 투쟁문화(타협이나 양보보다는 투쟁 일변도로 상대방을 굴복시키려드는 문화) 6) 비방문화(모든 잘못된 책임을 남의 탓을 돌리는 문화)를 낳게 만들었다. 

   지금부터 우리는 이런 잘못된 문화를 뜯어고치는 정신문화개조운동을 국민운동으로 전개해야한다. 필자는 중국의 청도농업대학초청으로 특별강연차 중국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거기서 만난 한족 중국인이나 조선족 중국인들은 한결같이 한국은<대단한 나라>라고 한국을 치켜세웠다. 1950년 6월 25일 부터 3년 간 계속된 한국동란으로 대구, 부산 등 일부지역을 제외한 전국토가 폐허가 되고 국민들은 먹을 음식이나 입을 옷이나 살 집이 없는 전쟁재민이 되었는데 서방 선진국들이100-200년 걸려서 이룩한 산업화를 불과 30-40년 만에 이룩하여 세계 10위의 경제선진국이 되었으니 이 어찌 놀라운 일이 아니냐고 칭찬하는 것이었다. 

   필자가 묵었던 호텔방에는 농심라면과 한국산 커피, 한국산 각종청량음료가 냉장고 속에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제 많은 한국상품과 한국인의 해외진출로 세계화는 상당한 수준까지 도달했지만 한국과 한국민-특히 한국의 지도층이 외국으로 부터 칭찬과 존경을 받으려면 부정부패가 없는 청정사회를 반드시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