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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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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896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090
306 천국 - 박서영(1968∼2018)
정조앤
Jul 19, 2019 197
천국 - 박서영(1968∼2018) 밤의 국도에서 고라니를 칠 뻔 했다 두 눈이 부딪혔을 때 나를 향해 오히려 미안한 표정을 짓던 고라니의 검고 큰 눈망울 오랫동안 그걸 잊지 못하고 있다 그날 이후 그 길을 지날 땐 자꾸 뭔가를 만지게 돼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  
305 기적 ― 심재휘(1963∼)
정조앤
Jul 19, 2019 291
기적 ― 심재휘(1963∼) 병실 창밖의 먼 노을을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 저녁이 되니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네 그후로 노을이 몇 번 더 졌을 뿐인데 나는 그의 이른 장례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루하루가 거푸집으로 찍어내는 것 같아도 눈물로 기운 상복의...  
304 육탁―배한봉(1962∼ )
정조앤
Oct 21, 2022 66
새벽 어판장 어선에서 막 쏟아낸 고기들이 파닥파닥 바닥을 치고 있다 육탁(肉鐸) 같다 더 이상 칠 것 없어도 결코 치고 싶지 않은 생의 바닥 생애에서 제일 센 힘은 바닥을 칠 때 나온다 (하략) ―배한봉(1962∼ ) 산에는 절이 있고, 절 안에는 목어가 있...  
303 15년 - 김준태(1948∼)
정조앤
Aug 27, 2019 124
15년 - 김준태(1948∼) 도시에서 15년을 살다 보니 달팽이 청개구리 딱정벌레 풀여치 이런 조그마한 것들이 더없이 그리워진다 조그만, 아주 조그마한 것들까지 사람으로 보여와서 날마다 나는 손톱을 매만져댄다 어느날 문득 나도 모르게 혹은 무심하게 이런 ...  
302 소 1 - 권정생(1937∼2007)
정조앤
Aug 27, 2019 129
소 1 - 권정생(1937∼2007) 보릿짚 깔고 보릿짚 덮고 보리처럼 잠을 잔다. 눈 꼭 감고 귀 오그리고 코로 숨 쉬고 엄마 꿈 꾼다. 아버지 꿈 꾼다. 커다란 몸뚱이, 굵다란 네 다리. ―아버지, 내 어깨가 이만치 튼튼해요. 가슴 쫙 펴고 자랑하고 싶은데 그 아버지...  
301 병점 ― 최정례(1955∼)
정조앤
Aug 27, 2019 143
병점 ― 최정례(1955∼) 병점엔 조그만 기차역 있다 검은 자갈돌 밟고 철도원 아버지 걸어 오신다 철길 가에 맨드라미 맨드라미 있었다 어디서 얼룩 수탉 울었다 병점엔 떡집 있었다 우리 어머니 날 배고 입덧 심할 때 병점 떡집서 떡 한 점 떼어먹었다 머리에 ...  
300 종소리 - 오장환(1918∼1951)
정조앤
Aug 27, 2019 181
종소리 - 오장환(1918∼1951) 울렸으면……종소리 그것이 기쁨을 전하는 아니, 항거하는 몸짓일지라도 힘차게 울렸으면……종소리 크나큰 종면(鍾面)은 바다와 같은데 (중략) 울렸으면……종소리 젊으디 젊은 꿈들이 이처럼 외치는 마음이 울면은 종소리 같으련마는…...  
299 여행 - 이진명(1955∼ )
정조앤
Aug 27, 2019 157
여행 - 이진명(1955∼ ) 누가 여행을 돌아오는 것이라 틀린 말을 하는가 보라. 여행은 안 돌아오는 것이다 첫 여자도 첫 키스도 첫 슬픔도 모두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들은 안 돌아오는 여행을 간 것이다 얼마나 눈부신가 안 돌아오는 것들 다시는 안 돌아오는 ...  
298 조용한 일 ― 김사인(1956∼)
정조앤
Sep 13, 2019 271
조용한 일 ― 김사인(1956∼)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하늘에 왜 불이 났어?” 어린 아들이 묻는다. 깜짝 놀라 고개를...  
297 별 닦는 나무 - 공광규(1960∼ )
정조앤
Sep 13, 2019 713
별 닦는 나무 - 공광규(1960∼ ) 은행나무를 / 별 닦는 나무라고 부르면 안 되나 비와 바람과 햇빛을 쥐고 / 열심히 별을 닦던 나무 가을이 되면 / 별가루가 묻어 순금빛 나무 나도 별 닦는 나무가 되고 싶은데 당신이라는 별을 열심히 닦다가 당신에게 순금물...  
296 과목 ― 박성룡(1932∼2002)
정조앤
Oct 11, 2019 285
과목 ― 박성룡(1932∼2002) 과목에 과물들이 무르익어 있는 사태처럼 나를 경악케 하는 것은 없다. 뿌리는 박질 붉은 황토에 가지들은 한낱 비바람들 속에 뻗어 출렁거렸으나 (중략) 과목에 과물들이 무르익어 있는 사태처럼 나를 경악케 하는 것은 없다. -흔...  
295 기차표 운동화 ― 안현미(1972∼)
정조앤
Oct 11, 2019 338
기차표 운동화 ― 안현미(1972∼) 원주시민회관서 은행원에게 시집가던 날 언니는 스무 해 정성스레 가꾸던 뒤란 꽃밭의 다알리아처럼 눈이 부시게 고왔지요 서울로 돈 벌러 간 엄마 대신 초등학교 입학식 날 함께 갔던 언니는 시민회관 창틀에 매달려 눈물을 ...  
294 낙동강 하구에서 ― 허만하(1932∼)
정조앤
Nov 12, 2019 173
낙동강 하구에서 ― 허만하(1932∼) 바다에 이르러 강은 이름을 잃어버린다. 강과 바다 사이에서 흐름은 잠시 머뭇거린다. 그때 강은 슬프게도 아름다운 연한 초록빛 물이 된다. (중략) 두려워 말라, 흐름이여 너는 어머니 품에 돌아가리니 일곱 가지 슬픔의 어...  
293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 박진숙(1957∼)
정조앤
Nov 12, 2019 168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 박진숙(1957∼) 좁은 벼랑길을 돌아나올 때 맞은편에서 오던 노인에게 길을 비켜주었습니다 노인은 지나갈 생각은 않고 내게 문득 물었습니다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나는 기침을 했습니다 열이 나서 몸을 떨었습니다 안 아픈 데 없이 ...  
292 원석(原石) ― 정진규(1939∼2017)
정조앤
Nov 12, 2019 139
원석(原石) ― 정진규(1939∼2017) 사람들은 슬픔과 외로움과 아픔과 어두움 같은 것들을 자신의 쓰레기라 생각한다 버려야 할 것들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것들을 줍는 거지 사랑하는 거지 몇 해 전 집을 옮길 때만 해도 그들의 짐짝이 제일 많았다 그대...  
291 이생―하재연(1975∼ )
정조앤
Apr 01, 2021 153
엄마가 나 되고 내가 엄마 되면 그 자장가 불러줄게 엄마가 한 번도 안 불러준 엄마가 한 번도 못 들어본 그 자장가 불러줄게 내가 엄마 되고 엄마가 나 되면 예쁜 엄마 도시락 싸 시 지으러 가는 백일장에 구름처럼 흰 레이스 원피스 며칠 전날 밤부터 머리...  
290 빨래―김혜숙(1937∼ ) 1
정조앤
Apr 01, 2021 143
빨래로 널려야지 부끄럼 한 점 없는 나는 빨래로 널려야지. 피얼룩 기름때 숨어 살던 눈물 또 서툰 사랑도 이젠 다 떨어버려야지. 다시 살아나야지. 밝은 햇볕 아래 종횡무진 바람 속에 젖은 몸 다 말리고 하얀 나래 퍼득여야지 한 점 부끄러움 없는 하얀 나...  
289 상가에 모인 구두들 ― 유홍준(1962∼)
정조앤
Dec 02, 2019 105
상가에 모인 구두들 ― 유홍준(1962∼) 저녁 상가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 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망자의 신발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 상가의 구두들이여 저건 네 ...  
288 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 ― 이성복(1952∼)
정조앤
Dec 02, 2019 187
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 ― 이성복(1952∼) 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 조금만 실수해도 얼굴에 나타나는 아이, “아 미치겠네” 중얼거리는 아이, 별것 아닌 일에 ‘애들이 나 보면 가만 안 두겠지?’ 걱정하는 아이, 좀처럼 웃지 않는 아이, 좀처럼 안 웃어도 피곤한 ...  
287 어머니와 순애 ― 박태일(1954∼)
정조앤
Dec 02, 2019 411
어머니와 순애 ― 박태일(1954∼) 어머니 눈가를 비비시더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비시더니 어린 순애 떠나는 버스 밑에서도 잘 가라 손 저어 말씀하시고 눈 붉혀 조심해라 이어시더니 사람 많은 출차대 차마 마음 누르지 못해 내려보고 올려보시더니 어머니 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