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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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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896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090
206 옛 벗을 그리며 ―지훈에게 ―박남수(1918∼1994)
정조앤
May 09, 2021 73
나는 회현동에 있고/당신은 마석에 있습니다./우리는 헤어진 것이 아닙니다./당신은 성북동에 살고 있었고/나는 명륜동에 살고 있었을 때에도/우리가 헤어져 있었던 것이 아닌 것처럼./나는 이승에 있고/당신은 저승에 있어도 좋습니다./우리는 헤어져 있는 ...  
205 유안진 시 모음
정조앤
May 11, 2021 3417
0 내가 나의 감옥이다 / 유안진 한눈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 무엇에다 두 눈 다 팔아먹었는지/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없...  
204 모일―박목월(1915∼1978)
정조앤
May 14, 2021 167
시인이라는 말은 내 성명 위에 늘 붙는 관사. 이 낡은 모자를 쓰고 나는 비오는 거리로 헤매였다. 이것은 전신을 가리기에는 너무나 어줍잖은 것 또한 나만 쳐다보는 어린 것들을 덮기에도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것. 허나, 인간이 평생 마른옷만 입을가부냐. ...  
203 콩알 하나 ―김준태(1948∼)
정조앤
May 23, 2021 240
누가 흘렸을까 막내딸을 찾아가는 다 쭈그러진 시골 할머니의 구멍 난 보따리에서 빠져 떨어졌을까 역전 광장 아스팔트 위에 밟히며 뒹구는 파아란 콩알 하나 나는 그 엄청난 생명을 집어 들어 도회지 밖으로 나가 강 건너 밭 이랑에 깊숙이 깊숙이 심어 주었...  
202 5월―차창룡 시인(1966∼ )
정조앤
Jun 07, 2021 94
이제는 독해져야겠다 나뭇잎이 시퍼런 입술로 말했다 이제는 독해져야겠다 나뭇잎이 시퍼런 입술로 말했다 내 친구들이 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내 친구들이 독해지고 성공하려는 내 친구들도 독해지고 실패한 친구들도 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201 유월설―김지유(1973∼ )
정조앤
Jun 07, 2021 113
(생략) 유월에 내리는 함박눈 같은 거 잊지 말자니, 모두 잊히고 꾹 참고 맞던 아이의 불주사처럼 지워진 그림자 닻 내리고 처량하게 무심하게 식어가는 심장을 살아내는 일 내 웃음과 당신 눈물에 무관심하던 계절 접을 때 호접몽, 꿈은 닫혔다 열리는 지상...  
200 횡단보도―고두현(1963∼ )
정조앤
Jun 22, 2021 115
너 두고/돌아가는 저녁/마음이 백짓장 같다./신호등 기다리다/길 위에/그냥 흰 종이 띠로/드러눕는다. ―고두현(1963∼ ) 몸이 괴로우면 푹 쉬어주어야 한다. 그렇지만 마음이 괴로울 때, 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황망할 때, 슬플 때, 화가 치밀 때는 ...  
199 혹등고래-정채원(1951∼)
정조앤
Jun 22, 2021 86
이따금 몸을 반 이상 물 밖으로 솟구친다/새끼를 낳으러/육천오백 킬로를 헤엄쳐온 어미 고래 물 밖에도 세상이 있다는 거/살아서 갈 수 없는 곳이라고/그곳이 없다는 건 아니라는 거/새끼도 언젠가 알게 되겠지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그 혹등이 없...  
198 벽시계가 떠난 자리―박현수(1966∼ )
정조앤
Jul 01, 2021 99
벽시계를 벽에서 떼어놓았는데도 눈이 자꾸 벽으로 간다 벽시계가 풀어놓았던 째깍거림의 위치만 여기 어디쯤이란 듯 시간은 그을음만 남기고 못 자리는 주사바늘 자국처럼 남아 있다 벽은 한동안 환상통을 앓는다 벽시계에서 시계를 떼어내어도 눈은 아픈 데...  
197 뜨락―김상옥(1920∼2004)
정조앤
Jul 06, 2021 111
자고나면/이마에 주름살,/자고나면/뜨락에 흰 라일락./오지랖이 환해/다들 넓은 오지랖/어쩌자고 환한가./눈이 부셔/눈을 못 뜨겠네./구석진 나무그늘 밑/꾸물거리는 작은 벌레./이날 이적지/빛을 등진 채/빌붙고 살아 부끄럽네./자고나면/몰라볼 이승,/자고...  
196 모르는 것―임지은(1980∼)
정조앤
Jul 14, 2021 139
이 작고 주름진 것을 뭐라 부를까? 가스 불에 올려놓은 국이 흘러넘쳐 엄마를 만들었다 나는 점점 희미해지는 것들의 목소리를 만져보려고 손끝이 예민해진다 잠든 밤의 얼굴을 눌러본다 볼은 상처 밑에 부드럽게 존재하고 문은 바깥을 향해 길어진다 엄마가 ...  
195 여름 달―강신애(1961∼ )
정조앤
Jul 26, 2021 80
카페에서 나오니/끓는 도시였다 긴 햇살 타오르던 능소화는/반쯤 목이 잘렸다/어디서 이글거리는 삼복염천을 넘을까 보름달/요제프 보이스의 레몬빛이다 내안의 늘어진 필라멘트 일으켜/저 달에 소켓을 꽂으면/파르르 환한 피가 흐르겠지/배터리 교체할 일 없...  
194 달빛이 참 좋은 여름밤에―박형준(1966∼ )
정조앤
Jul 26, 2021 122
들일을 하고 식구들 저녁밥을 해주느라/어머니의 여름밤은 늘 땀에 젖어 있었다/한밤중 나를 깨워/어린 내 손을 몰래 붙잡고/등목을 청하던 어머니,/물을 한바가지 끼얹을 때마다/개미들이 금방이라도 부화할 것 같은/까맣게 탄 등에/달빛이 흩어지고 있었다/...  
193 스위스행 비행기-― 김점용(1965∼2021)
정조앤
Aug 13, 2021 64
익룡의 깃털이 비대칭이어서 하늘을 날 수 있었다지만 /이렇게 갑자기 날지는 않았겠지 / 가끔은 적에게 쫓겨 죽은 척도 하고 / 잠시 잠깐 죽는 연습도 하며 / 이 무거운 별에서 이륙하기 위해 죽어라 달리다가 / 덜커덕 죽기도 했겠지 / 한 마리의 익룡이 하...  
192 별이 빛나는 감나무 아래에서-피재현(1967∼)
정조앤
Aug 13, 2021 104
아버지는 가을이 깊어지면 감 따러 오라고 성화를 부렸다 나는 감 따는 게 싫어 짜증을 냈다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 아느냐고 감 따위 따서 뭐 하냐고 아버지 돌아가시고 다시 가을이 왔을 때 엄마는 내게 말했다 니 애비도 없는데 저 감은 따서 뭐 하냐 ...  
191 흐린 저녁의 말들-임성용(1965∼)
정조앤
Aug 13, 2021 88
따뜻한 눈빛만 기억해야 하는데/경멸스런 눈빛만 오래도록 남았네/얼크러진 세월이 지나가고 근거 없는 절망/우울한 거짓말이 쌓이고 나는 그 말을 믿네 가난하고 고독한 건 그리 슬픈 일이 아니라네/진짜 슬픈 건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용기도 헌신도 ...  
190 꽃말-이문재(1959∼)
정조앤
Sep 03, 2021 170
나를 잊지 마세요/꽃말을 만든 첫 마음을 생각한다/꽃 속에 말을 넣어 건네는 마음/꽃말은 못 보고 꽃만 보는 마음도 생각한다/나를 잊지 마세요/아예 꽃을 못 보는 마음/마음 안에 꽃이 살지 않아/꽃을 못 보는 그 마음도 생각한다/나를 잊지 마세요/꽃말을 ...  
189 인중을 긁적거리며―심보선(1970∼)
정조앤
Sep 03, 2021 202
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 천사가 엄마 배 속의 나를 방문하고는 말했다. / 네가 거쳐온 모든 전생에 들었던 / 뱃사람의 울음과 이방인의 탄식일랑 잊으렴. / 너의 인생은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부터 시작해야 해. / 말을 끝낸 천사는 쉿, 하고 내 입술...  
188 음악- 이성복(1952∼)
정조앤
Sep 12, 2021 121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마른 입술을 가...  
187 사람의 등불―고재종(1957∼ )
정조앤
Sep 12, 2021 86
저 뒷울 댓이파리에 부서지는 달빛 그 맑은 반짝임을 내 홀로 어이 보리 섬돌 밑에 자지러지는 귀뚜리랑 풀여치 그 구슬 묻은 울음소리를 내 홀로 어이 들으리 누군가 금방 달려들 것 같은 저 사립 옆 젖어드는 이슬에 몸 무거워 오동잎도 툭툭 지는데 어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