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밥 / 안도현

 

 

아직 한 번도 맛보지 못했지만 내심 벼르고 있는 음식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은어밥’이다. 지금은 독일에 가 있는 하수정 시인이 20년 전쯤에 예찬하던 맛. 은어는 수박 향이 나는 물고기예요. 그녀의 말을 듣던 우리가 귀가 단번에 길쭉해졌다. 후각은 원초적인 감각을 증폭시키는 힘이 있다. 그녀의 고향인 경남 진주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말하다가 은어밥 이야기가 나왔다.

남강에서 아버지가 은어를 잡아왔어요. 여름밤 모래사장 위에 불을 피워 은어밥을 지어먹었죠. 밥물을 평소보다 낙낙하게 잡아야 해요. 은어는 배를 따서 손질해두고요. 냄비 속의 쌀이 한소끔 끓어 익을 때쯤 뚜껑을 열고 재빨리 은어를 넣어야 해요. 밥물이 걸쭉해질 때쯤이죠. 그때 은어를 밥 속에 한 마리씩 수직으로 박아 넣는 거예요. 은어를 꽂아 넣는다고 해야 하나? 꼬리만 밥 위로 나오게 박아 넣는 게 기술이죠. 그다음은 뜸이 잘 들 때까지 밥을 짓는 거예요. 푹 익은 밥과 민물고기가 대체 어떤 맛을 낼지 좌중은 더 솔깃해졌다. 그런데 알아둘 게 있어요. 밥이 다 되었을 때 은어 꼬리를 살살 흔들면서 빼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그래야 꼬리와 뼈와 가시가 같이 딸려 나오고 밥 속에는 살이 발라져 남게 되거든요. 이걸 주걱으로 섞어 양념간장으로 비벼 먹는다는 거였다. 입안에 단침이 고였다. 은어의 영어식 이름은 ‘스위트피시(sweetfish)’, 곧 ‘단물고기’다. 하동 섬진강 부근을 기웃거리고 싶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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