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개장 안도현

 

 

 

여름이 되면 슬며시 당기는 음식이 닭개장이다음식점에선 좀체 맛볼 수 없다이건 우리 어머니의 주특기 음식 중 하나다닭개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릴 때부터 어머니 옆에서 유심히 지켜봤다지금은 나도 마음먹으면 거뜬히 끓여낼 자신이 있다.

닭은 집에서 키운 놈이 좋다푹 삶아서 식힌 뒤에 뼈에서 발라낸 살을 잘게 찢어 준비해둔다고기가 귀하던 시절이걸 한 솥 끓이면 우리 집 여섯 식구가 두 끼는 먹을 수 있었다그건 닭개장에 넣는 채소와 국물 덕분이다닭고기와 채소의 절묘한 결합이 닭개장의 맛을 결정한다무시래기나 배추시래기를 반드시 넣어야 하는데 나는 부드러운 배추시래기가 더 좋다마른 토란대와 고사리를 미리 삶아두는 것도 필수다숙주나물을 씻어놓고 대파를 큼직하게 썰어둔다채소는 많다 싶어도 괜찮다이렇게 준비해둔 닭고기와 각종 채소에다 조선간장고춧가루깨소금참기름으로 갖은 양념을 한 뒤에 밀가루를 뿌리면서 골고루 버무린다밀가루는 국물을 걸쭉하게 만든다닭 국물이 다시 끓을 때쯤 이것들을 넣고 센 불로 또 한참을 끓인다솥 안의 모든 것이 한통속이 될 때까지뜨거운 여름날에는 이 닭개장에다 찬밥을 말아야 제격이다.

우리 식구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그렇게 붉고 매운 닭개장을 퍼먹었다그런데 그건 닭다리 하나가 사라진 닭개장이다어머니가 맏아들인 나를 몰래 부엌으로 불러 통통한 다리 하나를 이미 먹인 것을 식구들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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