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n In

today:
291
yesterday:
785
Total:
1,375,786


詩 산책

Articles 406
No.
Subject
Author
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896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090
186 뜨락―김상옥(1920∼2004)
정조앤
Jul 06, 2021 111
자고나면/이마에 주름살,/자고나면/뜨락에 흰 라일락./오지랖이 환해/다들 넓은 오지랖/어쩌자고 환한가./눈이 부셔/눈을 못 뜨겠네./구석진 나무그늘 밑/꾸물거리는 작은 벌레./이날 이적지/빛을 등진 채/빌붙고 살아 부끄럽네./자고나면/몰라볼 이승,/자고...  
185 벽시계가 떠난 자리―박현수(1966∼ )
정조앤
Jul 01, 2021 99
벽시계를 벽에서 떼어놓았는데도 눈이 자꾸 벽으로 간다 벽시계가 풀어놓았던 째깍거림의 위치만 여기 어디쯤이란 듯 시간은 그을음만 남기고 못 자리는 주사바늘 자국처럼 남아 있다 벽은 한동안 환상통을 앓는다 벽시계에서 시계를 떼어내어도 눈은 아픈 데...  
184 혹등고래-정채원(1951∼)
정조앤
Jun 22, 2021 86
이따금 몸을 반 이상 물 밖으로 솟구친다/새끼를 낳으러/육천오백 킬로를 헤엄쳐온 어미 고래 물 밖에도 세상이 있다는 거/살아서 갈 수 없는 곳이라고/그곳이 없다는 건 아니라는 거/새끼도 언젠가 알게 되겠지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그 혹등이 없...  
183 횡단보도―고두현(1963∼ )
정조앤
Jun 22, 2021 115
너 두고/돌아가는 저녁/마음이 백짓장 같다./신호등 기다리다/길 위에/그냥 흰 종이 띠로/드러눕는다. ―고두현(1963∼ ) 몸이 괴로우면 푹 쉬어주어야 한다. 그렇지만 마음이 괴로울 때, 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황망할 때, 슬플 때, 화가 치밀 때는 ...  
182 유월설―김지유(1973∼ )
정조앤
Jun 07, 2021 113
(생략) 유월에 내리는 함박눈 같은 거 잊지 말자니, 모두 잊히고 꾹 참고 맞던 아이의 불주사처럼 지워진 그림자 닻 내리고 처량하게 무심하게 식어가는 심장을 살아내는 일 내 웃음과 당신 눈물에 무관심하던 계절 접을 때 호접몽, 꿈은 닫혔다 열리는 지상...  
181 5월―차창룡 시인(1966∼ )
정조앤
Jun 07, 2021 94
이제는 독해져야겠다 나뭇잎이 시퍼런 입술로 말했다 이제는 독해져야겠다 나뭇잎이 시퍼런 입술로 말했다 내 친구들이 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내 친구들이 독해지고 성공하려는 내 친구들도 독해지고 실패한 친구들도 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180 콩알 하나 ―김준태(1948∼)
정조앤
May 23, 2021 240
누가 흘렸을까 막내딸을 찾아가는 다 쭈그러진 시골 할머니의 구멍 난 보따리에서 빠져 떨어졌을까 역전 광장 아스팔트 위에 밟히며 뒹구는 파아란 콩알 하나 나는 그 엄청난 생명을 집어 들어 도회지 밖으로 나가 강 건너 밭 이랑에 깊숙이 깊숙이 심어 주었...  
179 모일―박목월(1915∼1978)
정조앤
May 14, 2021 167
시인이라는 말은 내 성명 위에 늘 붙는 관사. 이 낡은 모자를 쓰고 나는 비오는 거리로 헤매였다. 이것은 전신을 가리기에는 너무나 어줍잖은 것 또한 나만 쳐다보는 어린 것들을 덮기에도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것. 허나, 인간이 평생 마른옷만 입을가부냐. ...  
178 유안진 시 모음
정조앤
May 11, 2021 3417
0 내가 나의 감옥이다 / 유안진 한눈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 무엇에다 두 눈 다 팔아먹었는지/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없...  
177 옛 벗을 그리며 ―지훈에게 ―박남수(1918∼1994)
정조앤
May 09, 2021 73
나는 회현동에 있고/당신은 마석에 있습니다./우리는 헤어진 것이 아닙니다./당신은 성북동에 살고 있었고/나는 명륜동에 살고 있었을 때에도/우리가 헤어져 있었던 것이 아닌 것처럼./나는 이승에 있고/당신은 저승에 있어도 좋습니다./우리는 헤어져 있는 ...  
176 저수지―권정우(1964∼)
정조앤
May 04, 2021 138
자기 안에 발 담그는 것들을 물에 젖게 하는 법이 없다 모난 돌멩이라고 모난 파문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검은 돌멩이라고 검은 파문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산이고 구름이고 물가에 늘어선 나무며 나는 새까지 겹쳐서 들어가도 어느 것 하나 상처입지 않는다 바...  
175 곤드레밥―김지헌(1956∼)
정조앤
May 04, 2021 62
봄에 갈무리해놓았던/곤드레나물을 꺼내 해동시킨 후/들기름에 무쳐 밥을 안치고/달래간장에 쓱쓱 한 끼 때운다/강원도 정선 비행기재를 지나/나의 위장을 거친 곤드레는/비로소 흐물흐물해진 제 삭신을/내려놓는다/반찬이 마땅찮을 때 생각나는 곤드레나/톳...  
174 빈 뜰―이탄(1940∼2010)
정조앤
Apr 20, 2021 88
꽃도 이젠 떨어지니/뜰은 사뭇 빈뜰이겠지./빈뜰에/내려앉는/꽃잎/바람에 날려가고/한뼘 심장이 허허해지면/우린 잘못을 지나/어떤 죄라도 벌하지 말까./저 빈뜰에/한 그루 꽃이 없어도/여전한 햇빛 ―이탄(1940∼2010) 바우만이라는 철학자는 오늘날의 우...  
173 꽃―신달자(1943∼ )
정조앤
Apr 15, 2021 158
네 그림자를 밟는 거리쯤에서 오래 너를 바라보고 싶다 팔을 들어 네 속닢께 손이 닿는 그 거리쯤에 오래 오래 서 있으면 거리도 없이 너는 내 마음에 와 닿아 아직 터지지 않는 꽃망울 하나 무량하게 피어 올라 나는 네 앞에서 발이 붙었다. ―신달자(1943&si...  
172 바람 부는 날―민영(1934∼ )
정조앤
Apr 15, 2021 98
나무에 물오르는 것 보며 꽃 핀다 꽃 핀다 하는 사이에 어느덧 꽃은 피고, 가지에 바람부는 것 보며 꽃 진다 꽃 진다 하는 사이에 어느덧 꽃은 졌네. 소용돌이치는 탁류의 세월이여! 이마 위에 흩어진 서리 묻은 머리카락 걷어올리며 걷어올리며 애태우는 이 ...  
171 고향으로 간다 ― 김용호(1912∼1973)
정조앤
Apr 07, 2021 102
고향으로 간다 ― 김용호(1912∼1973) 어느 간절한 사람도 없는 곳 고향으로 간다 머나먼 날 저버린 고향으로 내가 간다 낡은 옷 훌훌이 벗어버리고 생미역 냄새 하암북 마시며 고향으로 간다 잃어버려, 끝내 잃어버려 없는 고향이라 포개둔 그리움이 한결 ...  
170 빨래―김혜숙(1937∼ ) 1
정조앤
Apr 01, 2021 143
빨래로 널려야지 부끄럼 한 점 없는 나는 빨래로 널려야지. 피얼룩 기름때 숨어 살던 눈물 또 서툰 사랑도 이젠 다 떨어버려야지. 다시 살아나야지. 밝은 햇볕 아래 종횡무진 바람 속에 젖은 몸 다 말리고 하얀 나래 퍼득여야지 한 점 부끄러움 없는 하얀 나...  
169 이생―하재연(1975∼ )
정조앤
Apr 01, 2021 153
엄마가 나 되고 내가 엄마 되면 그 자장가 불러줄게 엄마가 한 번도 안 불러준 엄마가 한 번도 못 들어본 그 자장가 불러줄게 내가 엄마 되고 엄마가 나 되면 예쁜 엄마 도시락 싸 시 지으러 가는 백일장에 구름처럼 흰 레이스 원피스 며칠 전날 밤부터 머리...  
168 소금 달-정현우(1986∼ )
정조앤
Mar 19, 2021 202
잠든 엄마의 입안은 폭설을 삼킨 밤하늘, / 사람이 그 작은 단지에 담길 수 있다니 / 엄마는 길게 한번 울었고, / 나는 할머니의 마지막 김치를 꺼내지 못했다. / 눈물을 소금으로 만들 수 있다면 / 가장 슬플 때의 맛을 알 수 있을 텐데 / 둥둥 뜬 반달 모양...  
167 꽃범벅―서상영(1957~)
정조앤
Mar 07, 2021 124
꽃 베던 아해가 키 높은 목련꽃 예닐곱 장 갖다가 민들레꽃 제비꽃 하얀 냉이꽃 한 바구니 모아다가 물 촉촉 묻혀서 울긋불긋 비벼서 꽃범벅, 둑에서 앓고 있는 백우(白牛)한테 내미니 독한 꽃내 눈 따가워 고개를 젓고 그 맛 좋은 칡순 때깔 나는 안들미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