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내가 된 날이다. 벌써 42년이 지난 대학졸업 이듬해였다.
서강대학교 John Daily 교수 신부님의 주례로 신랑 토마스와 신부 카타리나는 부부가 되었다.
가을의 빛은 무겁게 내려앉고 겨울로 들어서는 입동이었던 그날, 신혼여행지 설악산엔
아주 작은 눈발이 흩날렸다.
혼인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5년 전 세상을 떠난 엄마 생각에 고개를 젖히며 눈물이 흘러내리는 걸
막았다. 다섯 해만 더 살아주셨더라면... 하는 원망이 차오르기마저 했다.
이젠 남편도 곁에 없이 결혼기념일을 혼자서 지낸지도 아홉 번째. 그냥 길 떠나기.
California 의 11월은 그대로 따뜻한데 내 마음은 몹시도 춥다.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바다와 산과 마주하며 차를 달렸다. 내가 얘기하면 다 들어줄 것 같아서.
세월이 흘러도 가시지 않는 이 그리움을 어쩝니까.
여행 다니며 훨훨 좀 털어내어 버리고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