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머리 여인
머리길이가 어깨 선을 지나 등 뒤로 찰랑 거린다. 올 7 월 큰 아들이 결혼 날자를잡았다.
몇년동안 짧은 머리를 고수하던 나는 결혼식 두 달 전에 파머를 하고 머리를 기르기 시작 했다. 그 날 입을 드레스에 맟춰 머리를 올리기 위해서였다. 결혼식 날 적당히자란 머리는 미용사 손에의해 원했던 대로 우아하게 올려졌고 멋진 야외 결혼식에 손색없게 롱 드레스 와도 잘 어울렸다. 한 여름인 8 월 중순 부터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 되었다. 어깨에 닿을 정도로 자란 머리를 고무줄로 살짝 묶고 다니니 훨씬시원하고 머리 손질도 간단해서 여름나기에 십상이었다. 머리 자르는것을 뒤로 미루었다. 더위가 물러가자 마자 어느새 가을로 들어서는가 했더니 아침저녁으로 갑작스레 날씨가 추워졌다. 드러난 목덜미가 선뜻해져 묶고 다녔던 머리를 풀었다. 내려뜨린 머리가 목을 따듯하게 감싸 주어 보온 효과도 있고 빰을 스치며 찰랑거리는 부드러운 감촉이 나쁘지 않았다. 해서 좀 더 길러보기로 했다.
제법 길어진 머리가 내 눈에는 그런대로 봐줄 만 했지만, 남들 눈에 비친 내가 나이에
맞지않게 긴 머리 하고 다닌다고 속으로 흉보는건 아닌지 은근히 신경이 쓰여졌다. 남편이야 매일 보는 아내 얼굴이니 정확성과 판단력이 떨어질것 같아서 두 아들 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엄마 머리가 너무 긴것 같지않니? 나이에 걸맞지 않지? 커트 할까? 말이 끝나기무섭게 펄쩍 뛰며 엄마는 제발 다른 한국 아줌마들처럼 똑같이 머리짧게 자르고 꼬불꼬불 파마 하는것 하지 말란다. 우리는 헤어 커트도 나름 얼굴형에 맟춰 자르고 파머의 곱슬거림도 다르게 한다고는 하는데, 젊은 아이들 눈 엔 똑같은 헤어 스타일로 보였나 보다. 그리고는 엄마는 나이보다 젊어보이고 긴 머리도 잘 어울리니까 자르지 말고 그대로 두라며 고맙게도 은근히 내가 바라던 말까지 덤으로 해준다
큰 아들이 저녁을사겠다고 해서 주말에 아들 내외와 작은 아들 도합 다섯이 엘 에이에 있는 레스토랑 에서 만나기로 했다 . 나갈 준비를 하기위해 머리를 손질하는데 문득 얼마전에 만난 대학 후배 의 산뜻하게 자른 머리가 떠오른다 . 단발로 커트해 볼까? 또 갈등이 일기 시작한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이런저런 대화끝에 넌지시 아들 둘에게 물어보았다 .
“엄마 나이도 있는데 머리 너무 긴것 아니니? 머리자를까 ? 어떻게 생각해 ? “
” 엄마! You know our answers “
되풀이 묻는 나의 똑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 조금은 질리기도 하겠지 .
“알았어, 엄마 긴 머리가 더이상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지체하지말고 얘기해라”
“ of course”
시원한 답변이 돌아온다. 그래도 그낭 물러나기가 멋쩍어 한마디 한다. 상한 머리는 잘라내는것이 좋으니까 머리끝만 조금 트림할까?
젊으나 나이들으나 외모에 신경쓰는 여자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가보다. 돌아오는 차 속에서 70년대 에 유행하던 긴 머리 소녀 노래를 흥얼거린다. 개울건너 작은 집에 긴 머리 소녀야 ~
나도몰래 가사가 살짝 바뀐다 .
긴머리 여인아 ~
2015